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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ord of The Lost – Swan Songs
    리뷰/해외 2018. 12. 30. 20:54

    Written by 유하람 



    Lord of The Lost – Swan Songs(Deluxe Edition, 2015)
    Hamburg, Germany/Gothic Metal, Acoustic

     

    클래식과 메탈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예로부터 꾸준히 있었다. 전설적인 메탈 기타리스트 잉베이 말름스틴(Yngwie Malmsteen)으로 유명한 네오 클래시컬 메탈이 대표사례며, 나이트위시(Nightwish) 같은 심포닉 파워메탈 밴드에서는 성악 전공자만 보컬로 기용하는 모습도 보였다. 일부에서 “메탈은 일개 락 분파가 아니라 클래식의 현대적 해석”이라는 주장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 고딕 메탈 밴드 로드 오브 더 로스트(Lord of The Lost)는 2015년 발매한 <Swan Songs> 앨범으로 클래식과 메탈의 크로스오버에 도전했다. 분류상으로나 구성으로나 기존 곡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낸 앨범 정도지만, 그 면면을 살펴볼 때 ‘Swan Songs’는 일반적인 어쿠스틱이라기엔 교향곡에 가깝다. 현대 대중음악에서 찾아보기 힘든 서양 전통 현악기를 과감하게 활용했으며, 타악기 역시 록‧메탈에서 흔히 쓰이는 드럼과는 궤를 달리한다.

     

    앨범을 뜯어보기에 앞서 밴드에 대해 알아보자면, 로드 오브 더 로스트는 베테랑 보컬 크리스 함스(Chris Harms)의 솔로 프로젝트 팀이다. 보통 ‘록‧메탈 보컬’하면 떠오르는 금속성 강하고 날카로운 창법과 달리 함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악역 보스로 나올 법한 끝없이 어둡고 깊은 소리를 내세운다. 이를 기반으로 로드 오브 더 로스트는 서정적이고 비장한 음악세계를 구축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로드 오브 더 로스트는 음악적 성취가 큰 팀은 아니었다. 밴드 컨셉 자체가 함스의 강렬한 존재감과 더불어 ‘뭔가 멋있는’ 그림이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사운드 완성도가 유달리 높다거나 센스 있는 음악성이 두드러지지는 않았다. ‘Die Tomorrow’ 같은 곡은 이해하기 어려운 오토튠 활용으로 라이브보다 음원이 아쉬운 결과물이 되기도 했다. 가장 돋보이는 건 음악이 아니라 글램컨셉에 완벽히 들어맞는 그들의 환상적인 비주얼이었을 정도다.

     

    같은 맥락에서 <Swan Songs>는 애매하게 멋있던 로드 오브 더 로스트가 드디어 제자리를 찾은 의미 있는 앨범이다. 함스는 점잖고 묵직한 창법이나 서정적인 가사 등 심포니 스타일에 어울리는 요소를 다수 가지고 있었는데, 본작에서는 메탈 사운드를 배제하며 이런 특징을 부각시켰다. 딱히 강점이 아니었던 세션을 과감히 자기와 어울리는 클래식 스타일로 바꾸자 완성도는 대번에 높아졌다.

     

    본작은 기존 곡을 심포니 버전으로 편곡한 파트1과 아예 클래식 스타일로 새로 만든 파트 2로 나뉜다. 이 중 자신에게 영감을 준 조니 캐시(Johnny Cash)에게 감사를 표하는 ‘If Johnny Cash Wass Here’를 제외하면 함스는 앨범 전체에 걸쳐 자신은 뒤로 빠지고 화자로 이름 없는 한 남자를 설정한다.

     

    가사는 주로 ‘초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죽음을 넘어선 사랑(Six Feets Underground), 공허만이 있는 사후세계(Afterlife), 유혹하는 악마와 뿌리치는 화자(Go To Hell) 같은 에피소드를 통해 주인공은 ‘극복’이라기보다 이미 그를 넘어선 인물로 그려진다. 함스 자체가 가진 캐릭터와 가사를 감안할 때 이 화자는 위버멘쉬, 즉 철학적 의미의 초인에 가까워 보인다.

     

    클래식이라는 접근성이 좋지는 않은 세션과 다소 어려운 주제를 상쇄하는 건 단순명료한 단어 선택이다. 함스는 독일에서 주로 활동함에도 영어 가사를 고집하고 있는데, 고국 관객에 대한 배려인지는 몰라도 그는 최대한 쉬운 단어를 깔끔한 문장으로 추려낸다. 흠 잡을 데 없는 함스의 보컬 퍼포먼스는 이 가사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이로서 메시지는 판타지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명료하게 전달된다.

     

    물론 순도 100%에 가까운 클래식 세션과 메탈 보컬을 딱 달라붙는 조합으로 만든 데도 함스 본인 역량이 절대적이었다. 90년대 말부터 함스는 첼로를 다양한 장르 음악으로 다룰 줄 알았고, 로드 오브 더 로스트로도 2013년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에서 ‘Gothic meets Klassik’이라는 특별 공연을 펼치는 등 클래식과 크로스오버하는 데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Swan Songs’는 이런 하이브리드 음악에 대한 함스의 애정과 고심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2017년 로드 오브 더 로스트는 유럽 메탈 명가 네이팜 레코즈(Napalm Records)에 합류하고 <Swan Songs II>를 발매하며 밴드 정체성을 재정립하고 있다. 언더그라운드 메탈 밴드가 주를 이루지만 팝록에 가까운 후바스탱크(Hoobastank)도 받아들일 만큼 자유분방한 네이팜 레코즈에서 로드 오브 더 로스트가 또 어떤 그림을 보여줄지, 이제는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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