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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ristina Aguilera – Fall In Line
    리뷰/해외 2018. 12. 29. 18:22

    Written By 유하람 



    Christina Aguilera – Fall in Love (Single, 2018)

    New York, USA / Pop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는 어렸을 때부터 ‘노래 잘 부르는 가수’로 유명했다. 1990년 유명TV쇼 ‘스타 서치(Star Search)’로 스크린에 데뷔할 당시 그는 겨우 9살이었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맞지 않은 뛰어난 가창력을 선보였으며, 이때부터 메이저 기획사에 눈에 들어 탄탄대로를 걷게 된다. 99년에는 셀프타이틀 정규 1집을 미국에서만 8백만 장을 팔아치우며 자타가 공인하는 스타 디바로 발돋움한다.

     

    그리고 그가 데뷔한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 팝시장은 탁월한 실력보단 확실한 개성을 환영하고 있다. 펑크처럼 대놓고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는 데 의의를 두는 카운터 컬쳐뿐 아니라, 주류 시장에서도 ‘이상한 녀석들’은 낯설지 않다. 빼곡한 라임이 찬양 받던 힙합엔 일부러 발음을 뭉개는 멈블랩이 득세했고, 빌보드에서는 디바가 사라졌다. 이런 시대에 여전히 기본기만으로도 감탄을 자아내는 크리스티나는 희귀종 내지 황금시대(?)의 마지막 생존자처럼 보인다.

     

    무려 6년이라는 긴 공백 끝에 토해낸 정규 6집 <Liberation>은 컨셉이 분명하다. 크리스티나는 맨 얼굴 커버에서도 보이듯 꾸미지 않은 자기 모습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 프로덕션부터 ‘깨발랄’하던 과거에 비해 한층 진중하고 묵직해졌다. 보컬은 기교를 화려하게 부리기보다 감정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기본기에 충실했다. 자극적인 맛이 대세인 트렌드를 생각하면 심심하다 못해 시대를 역행하는 감마저 없지 않다.

     

    <Liberation> 두 번째 선공개 싱글 ‘Fall In Line’은 정공법으로 가득 찬 앨범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곡이다. 앨범 전반에 걸쳐 크리스티나는 무게감 있게 끌고 가다 소울 보컬처럼 내지르기를 반복한다. ‘Fall In Line’은 그 낙차와 폭발력이 가장 두드러진 곡이다. 간드러지게 매력을 어필하던 크리스티나는 어느 새 고독한 전사가 돼 세상 앞에 홀로 서 싸우는 모습을 노래한다.

     

    내용은 간단하다면 간단하다. 화자를 억압하고 통제하려 드는 세상에 대한 일갈이다. 크리스티나는 “너희는 세상에 몸과 영혼을 빚지지 않았다(That in this world, You are not beholden…(중략)…Your body and your soul)”며 일어서길 촉구한다. 탄압을 예감하면서도 그는 자신을 법칙에 따르도록(Fall in line) 만들어지지 않았다며 세상이 원하지 않더라도 자신은 진실을 빼앗아 갈 수 없다고 소리친다.

     

    전달하는 대상이 소녀들(Little girls)이며 주어가 그녀(She)로 설정됐다는 점에서 본 곡을 여성인권에 대한 노래라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크리스티나나 피처링에 참여한 데미 로바토(Demi Lovato)가 일고여덟부터 스타덤에 오르며 주변의 시기질투와 탄압을 받았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이를 감안할 때, 세상에 맞서겠다는 She와 그 이야기를 듣는 Little girls는 동일인물, 즉 현재와 과거의 두 가수일 가능성이 높다.

     

    데뷔한 지만 20년이 넘었고 노래를 부른지는 30년이 된 지금, 아길레라는 더는 보이기 위해 자신을 포장하길 거부했다. 대신 가장 진실된, 어쩌면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물론 이런 자기 고백이 단순한 투정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기가 막힌 테크닉 때문이다. 시종일관 청자를 압도하는 보컬스킬은 ‘퇴물의 변’이라는 빈정거림이 나올 여지를 주지 않는다.

     

    분명 크리스티나가 ‘요즘 사람’은 아니다. ‘Fall In Line’만 하더라도 끝내 빌보드 핫100에 들어가지 못했고, 앨범 판매량 역시 예전만한 화력을 내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가 존중 받는 이유는 듣는 이가 새롭게 전율할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와 생명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탕엔 감히 범접하기 어려운 막강한 실력이 있었다. 일시적인 폼과 달리 영원한 클래스를 느낄 수 있었던, 간만에 통쾌했던 베테랑의 한 방이었다.

     


    7.0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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