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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orja Smith – Let Me Down
    리뷰/해외 2018. 12. 29. 18:34

    Written By 유하람



    Jorja Smith – Let Me Down(Single, 2018)
    West Midland, England/Pop

     

    영국 태생 아티스트 조자 스미스(Jorja Smith)는 2016년 사운드클라우드를 통해 데뷔 싱글 ‘Blue Light’를 공개한 이후 빠른 속도로 치고 올라오고 있다. 자타공인 현세대 최고 슈퍼스타인 드레이크(Drake)와 맺은 인연만으로도 그 성장세는 설명 가능하다. 그는 데뷔한 해에 드레이크 영국 공연에서 무대를 섰으며, 이듬해엔 드레이크 앨범에서 두 곡에 목소리를 올렸다. 신인이 스포트라이트 받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전철을 밟고 있다 하겠다.

     

    이전까지 굵직한 결과물도 없던 조자가 이렇게 빠르게 치고 올라온 데는 별다른 비결이 없었다. 그는 흑인음악 보컬이 필요한 거의 모든 덕목을 든든히 갖추고 있으며, 97년생이라는 어린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완숙하기까지 하다. 모난 구석 없이 탄탄한 기본기와 짙은 개성이 더해진 덕에 그는 재즈·팝·알앤비 심지어 레게풍이 약간 섞인 곡까지도 자기 스타일로 깔끔히 소화한다. 범용성 뛰어나면서도 존재감 분명한 보컬을 좋아하지 않기란 꽤나 어려운 법이다.

     

    그런 그가 색다른 조합으로 찾아왔다. 이번엔 그라임(Grime) 래퍼 스톰지(Stormzy)와 손을 잡았다. 단순히 아티스트 이름만 놓고 봤을 때, 예쁘고 시니컬한 음악을 하던 조자와 강렬하고 다소 마초적인 색채가 짙은 그라임 래퍼가 만나는 그림은 쉽게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콜라보는 젊고 핫한 두 아티스트가 어떤 시너지를 낼지 기대되면서도 상극에 가까운 두 목소리가 과연 조화롭게 섞일 수 있을지 반쯤은 의심 가는 조합이었다.

     

    까놓고 보니 완성품은 다소 의외였다. 이번 싱글 ‘Let Me Down’은 조자 곡에 스톰지가 피쳐링했다기보다, 한 프로듀서 앨범에 조자와 스톰지가 참여한 듯한 인상이 강하다. 그만큼 두 아티스트는 곡 전반에 걸쳐 자기가 해오던 음악을 조금은 내려놓았다. 스톰지의 파워는 물론이고 조자가 선호하던 미니멀한 드럼과 재지한 바이브까지도 이 곡에서는 찾기 어렵다. 어쿠스틱 팝 앨범에서 나올 법한 피아노 선율 위에서 둘은 평소와는 달리 가라앉은 바이브로 노래한다.

     

    곡 자체는 평범하다. 프로덕션은 큰 흠은 없지만 독특하지도, 유달리 뛰어나지도 않다. 여기에 진부한 보컬·가사 구성까지 더해지며 곡은 어쿠스틱 팝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리고 재밌게도 바로 이 지점에서 두 아티스트의 시너지가 발생한다. 청자에게 지루함을 선사하는 클리셰는 노래하는 입장에서 보자면 감수해야 하는 변수를 줄이는 요소로 다가온다. ‘Let Me Down’에서 이 클리셰는 성향이 판이한 조자와 스톰지 사이에 음악적 중립지대를 형성하며, 부담 없는 배경에서 둘은 지금껏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으로 호흡을 맞춰나간다.

     

    결과는 성공적이다. 재능 넘치는 두 가수는 뻔한 바이브에 녹아들면서도 뚜렷하게 자기 목소리를 박아 넣는다. 이 과정에서 두드러지는 건 다름 아닌 조자의 폭발력으로, 그는 평소 시니컬함과 달콤함에 가려져있던 소울을 가감 없이 터뜨린다.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듯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클라이맥스를 이끌어내는 감정선과 소울은 흡사 시아(Sia)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여전한 그라임 억양으로 단단하게 뒤를 받쳐주는 스톰지는 피쳐링임에도 배경처럼 조자를 받쳐주며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Let Me Down’은 커다란 음악적 성취가 담긴 노래는 아니다. 앞서 이 곡이 프로듀서 앨범에 두 가수가 참여한 듯하다 밝혔는데, 아닌 게 아니라 실제로 콜라보 자체가 스튜디오에서 즉흥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조자가 라디오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2016년 어느 날 프로듀서 에드 토마스(Ed Thomas)의 피아노 선율에 그가 노래하던 중 스톰지도 방에 들어오며 콜라보가 성사됐다고 한다. 정말 순간적인 영감과 재미 때문에 탄생한 일종의 번개곡이었던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평소 조자가 보여주던 통통 튀는 색채를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은 그렇게 크지 않다. 조금은 심심한 맛이 있긴 해도 ‘Let Me Down’은 이벤트성 곡으로는 충분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으며, 조자는 팝 보컬로서의 가능성과 새로운 매력을 드러냈다. 지금도 조자는 스타가 될 만한 여러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이번 곡으로 좀 더 기대할 구석이 생긴 듯하다. 여러모로 아쉬움보단 만족감이 더 큰 싱글이었다.


     

    6.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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