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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이트 앤 뮤직] UFC 브라질, 유독 특별했던 두 전설의 입장
    아티클/리스트&시리즈 2019. 2. 6. 07:24

    © 조제 알도 페이스북

    [하야로비, 랭크5 공동] 3일 브라질 포탈레자에서 열린 UFN 144는 현지팬과 해외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화끈한 대회였다. 메인카드에 출전한 선수 중 외국인은 단 1승도 챙겨가지 못했다. 1경기를 제외한 모든 경기가 6분 안에 마무리됐고, 반칙이나 판정논란으로 인한 잡음도 없었다.

    또한 오랜 시간 종합격투기 세계에서 활약한 두 전설, 조제 알도(32, 브라질)와 데미안 마이아(41, 브라질)는 이날 나란히 1승을 올리며 올드팬의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알도에게는 세대교체의 희생양이 되리라는 비관적 예상이 쏟아졌고, 마이아는 3연패에 빠져있었다.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두 파이터는 각각 2라운드 TKO와 1라운드 서브미션으로 승전보를 울렸다.

    커리어가 화려했던만큼 짊어진 기대치도 컸던 알도와 마이아. 그 둘에게도 이제 마지막을 바라보는 시기가 다가왔다. 고국팬 앞에서 이제 몇 번이나 더 싸울 수 있을지 모르는 이 때, 두 전설은 멋진 승리로 베테랑의 저력을 선보였다. 최소한 7~8년은 바꾸지 않은 알도와 마이아의 테마곡이 유독 특별하게 들리는 순간이었다.

    조제 알도 Jay Z – Run This Town

    이제는 잘 알려진 대로 알도는 빈민가 출신이다. 당시 생활을 ‘생존’이라고 말할 정도로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낸 그는 혼자 살아남으며 거칠게 성장했다. 길거리에서 자라 공격적이기로 유명한 브라질 타격가 중에서도 알도는 특히 두드러지게 사나웠다. 폭행에 가까운 경기스타일과 더불어 험악한 인상 때문에 정말 갱스터였다는 루머가 진지하게 돌기도 했다. 누이가 장난으로 바베큐 그릴을 던져 생긴 뺨의 화상은 어느새 사람들 사이에서 갱 생활 중 얻은 칼자국이 돼있었다.

    그러나 WEC 페더급 타이틀을 들고 UFC로 넘어온 이후 알도는 변했다. 빈틈만 보이면 달려들어 끝장내는 배고픈 야수는 사라졌고 그 자리엔 영리한 운영으로 판정승을 거두는 계획적인 챔피언만이 있었다. 팬들은 ‘벨트를 지키는 입장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그를 두둔하면서도 물렁해진 알도의 파이팅에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고 2019년, 상황은 또 달라졌다. 알도는 더 이상 챔피언이 아니다. 단 한 남자에게 두 차례 주저앉으며 벨트와는 멀어졌다. 더는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입장이 아닌, 수많은 도전자와 무한경쟁을 펼치는 입장이 된 것이다. 그러자 알도는 오히려 초연해졌다. 은퇴 기한을 올해로 그어 놓고 메인이벤트까지 고사하며 브라질에서 3라운드 경기만 뛰겠다고 선언했다.

    알도의 가장 큰 매력은 한 순간 폭발하는 화력이었다 ⓒ 조제 알도 페이스북

    모든 것을 내려놓은 알도는 다시 난폭해졌다. 10년 가까이 잠들었던 야수성을 일깨웠다. 그렇게 터프가이 제레미 스티븐스를 보디샷 한 방에 보내버렸고, 이번엔 자국의 초신성 헤나토 모이카노를 러시 한 타이밍으로 무릎 꿇렸다. 예정대로 그는 이번 여름 열리는 다음 브라질 대회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알도의 테마곡은 제이지(Jay Z)의 ‘Run This Town’이다. 이 트랙은 제이지 정규 11집 선공개 싱글이자 솔로 커리어 사상 세 번째로 흥행한 곡으로, 난폭한 땅에서 이 도시를 거머쥐겠다(Run this town)는 포부가 담겨있다. 슬럼가에서 자란 갱스터 래퍼로서의 모습을 버리고 상업적인 음악을 한다고 비판 받던 제이지는 번번이 힙합에 충실한 곡으로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오곤 했다. ‘Run This Town’은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던 트랙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2위까지 오르며 큰 사랑을 받았다.

    알도도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북미에서 더 많은 경기를 뛰고 안정적인 싸움을 하던 알도에게 이 입장곡은 그저 예전부터 쓰던 상징에 불과했다. 그러나 막다른 길에 몰리자 알도는 빈민가 출신으로 헝그리 정신과 두 주먹으로 우뚝 서던 그 시절을 복기했다. 그리고 가장 가까이서 자신을 응원했던 고국 팬 앞에서 진자 자신을 드러냈다. 이날 알도는 포탈레자를, 브라질을 사로잡았다.

    데미안 마이아 Linkin Park – Numb

    은퇴기한을 이르게 잡았을 뿐 아직 젊은 편인 알도에 비해 마이아는 그야말로 노장(老壯) 그 자체다. 만으로 불혹을 넘기고도 세계랭킹 10위 안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그에게 쏟아지는 시선은 그렇게 살갑지 않다. 아니 원래 살갑지 않았고 여전히 살갑지 않다는 말이 더 맞겠다.

    마이아가 잠깐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때가 있었다. 2007년 ADCC를 정복한 천재 주짓떼로라는 캐릭터로 UFC에 등장해 손에 잡히는 족족 초크로 제압하던 시절 분명 마이아는 빛났다. 그러나 그 시절은 오래 가지 않았다. 2년 남짓 승승장구하던 마이아는 네이트 마쿼트에게 치욕적인 초살 KO를 당한 데 이어 동향인 앤더슨 실바에게 능욕에 가까운 패배를 기록하며 한 번 훅 꺾이고 만다.

    더구나 상대들이 더는 그의 서브미션에 쉽게 당하지 않았고, 자연스레 그는 생존을 위해 포인트 싸움 위주의 그래플러로 변해갔다. 당연히 해외 팬들에겐 나올 때마다 야유를 받았고 자국 브라질에서마저 앤더슨 실바/노게이라 형제/비토 벨포트 등에 밀려 그렇게 큰 지지를 받지 못했다.

    마이아는 자신의 격투 철학이 흔들린 적이 없었다 © 랭크5

    2014년부터는 3년 간 무려 7연승을 거두며 두 번째 타이틀에 도전했지만 이번에도 승리의 여신은 그에게 웃어주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커리어 사상 첫 3연패에 빠진다. 이제 그의 나이가 벌써 마흔. 더는 재기를 노리기도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마이아는 다시 한 번 건재함을 입증했다. 훨씬 젊고 터프한 타격가에게 스치는 펀치 한 번 맞지 않고 초크로 탭을 받아냈다. 아무리 관중과 관계자가 야유하고 외면해도 묵묵히 자기 철학대로 정진한 마이아는 통산 UFC 20승의 고지에 올랐다. 누가 뭐라해도 마이아는 언제나 강했고 여전히 강한 파이터라고 스스로 증명해냈다.

    마이아의 테마곡은 린킨 파크(Linkin Park)의 ‘Numb’다. 이 노래는 하이브리드 랩메탈 밴드 린킨 파크의 대표곡 중 하나로, 미국에서만 400만 장이 팔리는 기염을 토했다. 유튜브에서는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10억회를 넘는 등 여전히 사랑 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Faint’와 더불어 가장 인지도 있는 린킨 파크 노래로 꼽힌다. 인간 내면의 혼란에 귀기울였던 린킨 파크답게 본 곡의 주제도 ‘나다움’이다.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추는 데 질려 둔감해졌다(Numb)며 진짜 내 모습으로 살겠다는 내용이다. 커리어의 끝자락에서, 결국 자기 고집대로 쌓아올린 금자탑을 돌아보는 마이아에게 이만큼 잘 어울리는 노래가 있을까.

    대중음악 전문웹진 하야로비, 격투기 전문 웹진 RANK5

    * ‘파이트 앤 뮤직’은 종합격투기에서 이 입장곡이 가지는 의미에 주목, 새로운 각도로 대회를 즐기자는 취지에서 대중음악 전문웹진 하야로비에 자문을 받아 진행하는 콜라보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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