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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디의 새로운 가능성 - 세이수미(Say Sue Me) 인터뷰아티클/인터뷰 2019. 3. 30. 14:13
Q. 각자 개인 소개 먼저 부탁한다.
김창원(드럼, 이하 창) : 반갑다. 세이수미에서 드럼을 연주하고 있는 김창원이다.
김병규(기타, 코러스, 이하 병) : 기타와 코러스를 맡고 있는 김병규다.
하재영(베이스, 이하 재) : 베이스 치는 하재영이다.
최수미(보컬, 기타, 이하 수) : 보컬, 기타 최수미다.
Q. 세이수미라는 밴드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을 부탁한다.수 : 2012년도 부산에서 결성됐다. 특별히 어떤 바다와 맥주를 생각나게 하는 음악을 한다고 소개를 하긴 하는데, 우리가 하고 싶어하는 음악들을 다양한 장르로 하고 있는 밴드다. 기본적으로는 로큰롤이라 할 수 있다.
Q. 물론 서프 록(Surf Rock) 색깔도 있는데
수 : 그렇긴하다. 서프 록이기도 하지만, 그런 요소는 사실 되게 적다고 볼 수 있다. 90년대 미국 인디록 같은 음악을 베이스로 두고 있다.
Q. 아무래도 세이수미의 최근을 논하자면 한국대중음악상(이하 한대음)부터 이야기해야할 것 같다. 무려 다섯 부문에 후보로 올라가 최우수 모던 록 앨범상과 음악상을 수상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재 : 감사하다. 한 번도 시상식 같은 건 생각 안 해봤었다. ‘어디 공연하고 싶다.’라는 생각은 해봤는데, ‘시상식에서 상 받는다’라는 생각은 안 했었다.Q. 그럼 전혀 예상을 못 했던 것인가
수 : 사실 2018년도에 우리가 굉장히 열심히 했다. 일단 밴드로서 할 수 있는 것들, 음악을 계속 발표하거나 공연하는 것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그렇게 열심히 다녔는데 알아주시진 않을까’라는 생각은 내심 했었다. 그 결과 처음으로 노미네이트 됐으니 잘 됐지. ‘안 될 수도 있다’라는 생각도 했는데 다섯 개가 오르더라.
재 : ‘한 개쯤은 받아가지 않겠나’라는 생각은 했다.
수 : 후보를 많이 올려주셔서 굉장히 기분이 좋았다. 신기하기도 했고.- 세이수미 'We Just' 뮤직비디오'
Q.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부산 밴드 최고 아웃풋’이라는 말도 들린다. 본인들은 이 찬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수 : 부산에도 굉장히 오래된 밴드들이 많다.
재 : 피아라든가.
수 : 얼마 전에 해체했다(전원탄식).
재 : 안타깝다. 그런 밴드들도 있으니까 우리가 그런 소리를 들어도 안 부끄럽게 해야 한다.
Q. 한대음에서 경쟁한 후보 중 기억에 남거나 아 이 사람을 우리가 이겼구나 하는 아티스트가 있었나.재 : 겸손해가지고 말을 잘 못 하는데(웃음).
수 : 다들 후보에 오를만한 이유가 당연히 있으신 분들이다. 그보다 시상식 가니까 재미가 있던 건 다른 분야,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시는 분들이 와 있으니까, 늘 인디밴드나 록 쪽으로만 보다가 일렉트로닉, 힙합 하시는 분들 보니 좀 재미있었다.
Q. 올해의 음반 후보로도 선정됐는데 솔직히 기대가 없진 않았을 것 같다. 아쉬움이 남지는 않았나.
재 : 기대를 했는데 같은 후보군에 방탄소년단이 올라와 있었다(전원웃음). 기대를 접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 : 그리고 장필순님도 있고 우리가 음반상을 받는 게 좀 다른 후보를 봤을 때는 아닌 것 같다. 우리만 놓고 봤을 때에는 당연히 뭐 우리는(웃음) 올해의 음반상 주셔도 괜찮지만, 다른 후보들을 놓고 바깥에서 보았을 때는 아닐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 : 우리끼린 자격 있다고 생각했는데 더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가지고(웃음).
수 : 그렇다(웃음).
Q. 정규 2집 를 본격적으로 이야기해보자. 우선 어떤 작품을 만들자고 설정하고 작업했는지 궁금하다.
병 : 두 번째 앨범과 그 전의 앨범을 비교하자면, 전에 없던 사전 작업들을 길고 철저하게 했던 게 가장 큰 차이다. 그렇게 했던 이유는 일단 그 전에는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걸 몰랐었다. 그저 곡 만들면 녹음하고 발매하고 그랬다. 그러다가 사전 작업을 좀 더 철저하게 하면서, 많은 곡들이 한 앨범에 들어가는데 있어 한 곡이 분위기가 안 맞다든지, 장르적으로 섞이지 않는다든지 등을 신경 쓰게 됐다. 사운드적인 통일성과 어떤 느낌이 됐든 간에 사전작업을 각자 멤버들끼리 했다. 작업방식은 다 같이 모여서 하지는 않는다. 한 명씩 따로따로 각자 파트에 붙어서 4~5개월을 작업한다. 각자 모여서 작업한 경우는 진짜 거의 없네?
수 : 다 같이?
재 : 이전에는 합주해서 만들어진 노래를 녹음으로만 옮기는 작업이었는데, 그때는 몰랐다가 이제는 알게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작업을 해야 하는지를. 조금 더 자기 파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말이다.
수 : 그건 이제 작업방식이다. 컨셉 같은 경우에는 계속 만들어져 있던 음악을 사운드면에서 일관성을 갖게 해주는 과정을 갖는다. 사실 노래들은 만들어진 대로 우리가 너무 일관적이지 못한 부분만 제외하고 앨범으로 묶일 수 있는 완성도를 생각을 해서 엮은 것이다. 앨범을 완성해 보니, 예전 것에 대한 그리움이나 쓸쓸한 감정이 공통적으로 있는 것 같고, 예전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나 감정들이 담겨진 것 같다.
Q. 예전이라면 언제쯤?
병 : 정확하게 언제라고 할 게 있나?
수 : 더 어릴 때를 말한다(웃음).
Q. 곡을 구성하는 데 있어서 작업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멜로디나 리프를 한 명이 발상하면 같이 발전하는 형식인가?
병 : 곡 작업을 처음에 내가 하고 간단한 편곡까지 한 다음에 곡 가이드를 멤버들에게 보낸다. 그리고 각자 숙지를 한 후, 수미는 곡 분위기에 맞게끔 가사를 쓴다. 그러고나서 각자 개인 파트에 대해 숙지가 된 다음에 내가 한 명씩 불러들인다. 거기서부터 세밀한 작업이 들어간다.
수 : 그렇게 러프하게 합주를 하긴 한다. 곡의 분위기를 합주를 통해서 익힌다. 그 다음에는 디테일하게 한 명씩 본다.
재 : 파트를 세분화한 거지.
병 : 예전에는 이런 작업을 아예 안 했다고 보면 된다. 내가 곡을 만들기는 하지만 악기가 기타 파트다 보니, 리듬적인 파트들에 대해서 지식도 없고 캐릭터를 살리는 것을 잘 못했다. 그런데 두 번째 앨범을 작업하면서 그 부분을 조금 더 집중적으로 많이 했다. 그래서 한 명씩 작업하는 것이 편했다. 다 같이 하면 디테일한 작업이 소홀해지고 놓치게 되는 것들이 있었다. 얘(드럼, 김창원)랑 제일 오래 작업을 했다. 내가 드럼에 대한 지식이 별로 없어서 “이렇게 해봐, 저렇게 해봐”도 해보고 창원이도 “이렇게 해볼까요? 저렇게 해볼까요?” 하다 보니 제일 오래 걸렸다. 드럼이 이렇게 짜여지면 재영이를 불러서 들려준다. 뼈대가 다 되면 마지막에 수미가 와서 가사가 완성이 된 걸로 노래를 부른다.
수 : 노래도 여러 방식으로 시도해본다.
병 : (작업)하면서 편곡이나 구성이 되게 확 바뀐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디테일한 편곡들이 각자 많이 바뀌었다. 베이스나 드럼 리듬도 마찬가지다. 그런 것들이 다 되고나서 개인 마무리를 하고 곡이 완성된다. 그렇게 완성돼도 앨범 작업이기 때문에 개별 한 곡만으로 완성시킬 순 없다. 여러 곡들을 들어 보았을 때, 이 곡과 저 곡의 분위기 등을 확인한다. 그렇게 앨범작업을 진행한다.
Q. 앨범 작업방식이 다른 밴드들에 비해 조금 색다른 것 같다.
병 : 물론 합주 단계는 있다. 내가 만들어 온 곡의 존재유무를 결정하는 것이 합주 단계다. 합주를 했을 때 가사도 없고 아무것도 없지만 분명히 재미없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자연 도태되는 것 같다. 반면 합주를 했을 때 ‘어 될 것 같다’ 싶으면 디테일한 작업으로 들어간다. 합주를 아예 안 하지는 않는다.
Q. 그런 과정에서 의견 조율은 잘 되는 편인가
재 : 서로서로 이야기하면서 하니까.
병 : 그렇다. 내가 들을 건 다 듣는다. 내가 조금 강압적으로 하는 것은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긴 한데.
Q. 여담으로 2017년 발매한 특별작은 어떤 앨범이며 세이수미 커리어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재 : 해외 데뷔앨범이다.
수 : 국내에서는 뜬금없을 수도 있다. 우리가 영국 레이블하고 계약하고 투어를 시작하면서 투어할 때 앨범을 들고 다니면서 파는 데, 그때 처음으로 Worldwide로 발매한 앨범이다. 그러기 위해서 사실 1집과 EP를 그대로 내도 되는데 하나로 묶자고 했다. 커버한 노래 한 곡만 추가해서 발매했었다.
Q. 또, 작년 크리스마스에 맞춰서 <Christmas, It's Not A Biggie>를 냈다. 이 앨범을 내게 된 계기나 과정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싶다.
수 : 크리스마스 때마다 앨범을 내고 싶었던 생각이 들었다. 겨울노래 같은 것을 1년에 한 곡씩 매 겨울마다 만들었다. 그렇게 4곡 정도 모였으니 이제 앨범으로 내도 되겠다 싶어서 냈다. 작년에 사실 바쁘게 다니면서 한 여름에 그 녹음을 했다. 그리고…… 재미있었다(웃음).
재 : 4년 동안 크리스마스 앨범 내고 싶어서 낸 앨범 제목이 <Christmas, It’s Not A Biggie>(전원웃음).
Q. 앨범명의 뜻이 정확히 무엇인가
수 : 말 그대로 '크리스마스 그거 별거 아니야'라는 뜻이다. 이 노래는 굉장히 오래 전에 사실 만들어졌다. 크리스마스 공연할 때마다 항상 했었다. 그리고 다른 컴필레이션 앨범에 들어가 있다. 그런데 그 노래를 중심으로 해서 타이틀도 짓고 확정을 지었다.Q. 조금 아이러니한 게 크리스마스 때마다 노래를 낼 정도로 각별하게 크리스마스를 생각하는 것 같은데, 앨범명은 왜 그렇게 지은건가
수 : 그게 가사를 더 들어보면 알 것이다(웃음). 약간 츤데레 화법 같은? 별 거 아니라고 하지만 굉장히 좋아하는 거지.
Q. 목표한 작품을 만들 때 어디서 영감을 받았는가
병 : 영감을 그렇게 받는 스타일은 아니다. 뭐라고 말해야 하려나.수 : 영감을 알게 모르게 어디서 받고 있을 거야.
병 : 그렇지, 그런데 난 영감을 받는다는 말이 좀 수동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난 받는다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가만히 이렇게 있는데 영감이 오면(신 들린 제스쳐, 웃음) 이런 것 같잖아.
수 : 맞다. 그런 일은 사실 ‘다른 사람한테도 일어날까?’ 싶다. 아무것도 없는 것에서, 무(無)에서 유(有)가 창조되는 게 아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병 : 그러니까 “영감을 받는다”라는 말 자체가 조금 이게 좀 그렇다.
수 : 그리고 뼈대 같은 경우에는 진짜로 “빡!” 나올 수도 있다. 그런데 그 뼈대에 살을 입히는 과정은 외부적인 것을 참고해볼 수도 있다. 그런 게 영감인가(웃음)?
Q. 얼마 전 공중도둑 인터뷰에서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를 했었다. 외부적인 영향(책이나 영화 등)과 내부적인 영향으로 기준을 나누었는데, 이 기준에 비추어 생각을 해 본다면?
병 :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나도 곡 작업을 처음 시작할 때, 뭘 많이 본다. 정확히 말하자면 틀어 놓는다. 틀어 놓고 곡 작업을 한다는 것에 대한 신경을 별로 안 쓰면서 작업을 한다.
수 : <맛있는 녀석들> 보면서?
병 : (웃음) 어 그런 거. 틀어 놓고 기타도 치고 그러면서 곡이 나오는 것들이 많다. 그런데 그게 꼭 <맛있는 녀석들>을 보면서 ‘이런 느낌의 곡을 쓰겠다'가 아니다. 오히려 곡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면서 영감을 얻는다. 버릇이나 습관 같은 거다. 그렇게 대부분 곡 작업의 시작을 하는 편이다. ‘시발 곡을 만들자!’ 해서 만든 곡은 없다(전원웃음).
수 : 씨 뭐를(웃음)? 욕 안 하는 사람이 갑자기 왜 이러나(웃음).
재 : 벌교 사람인 줄 알았네(전원웃음).
병 : 한 두 곡 정도 밖에 없고, 거의 다른 것을 하다가 생각난다.
Q. 그렇다면 가사에 대한 영감은 어디서 얻는가
수 : 멜로디에 맞춰 쓴다. 일단 내용이 많이 나온다면 줄줄이 쓰고 삭제를 하기도 하고 추가를 하기도 한다. ‘어떻게 가사를 나눠야지 멜로디에 감기는 음악이 될까’를 생각하기도 한다. 그건 좀 나중 작업이지만. 처음에는 일기장을 계속 뒤져본다.
병 : 근데 그건 나도 그렇다. 예전에 내가 어떤 리프를 만들어 놨지 하면서 계속 기타를 쳐 본다.
수 : 계속 일기장을 찾아 봐서 거기서 뭔가 이야기를 발전시키면 좋겠다라는 문구들이 보인다. 그러면 그걸 가지고 살을 붙인다.
Q. 가사에 대한 피드백도 멤버들과 같이 공유하는가
수 : 전혀 피드백이 없다(전원웃음).
병 : 무슨 전혀 피드백이 없어(웃음).
재 : 좋다 하잖아. 좋다 할 정도면 피드백 아이가(웃음).
수 : (웃음). 어 좋네? 좋네? 하면 그렇게 하고, 오빠야도 노래 보내면 “어 좋네요.” (웃음).
재 : 아무 말 안 하면 그냥 넘어가는 거고
수 : 근데 아무 말 안 하는 거는, 나도 이제 뭔가를 가져 왔을 때 아무 말 없으면 ‘별로라서 아무 말 안 하는가 보다’ 생각한다.
재 : 근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를 때가 있어서(웃음).
수 : 모든 분야에서 피드백을 해주는 건 참 좋은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 오늘 머리 잘랐네요” 이런거. 머리(웃음), 이런 건 아무 말인 건 알지만 아는 체 해주는 게 좋은 것 같다. (전원웃음).Q. 조금 궤가 다른 질문이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곡 제목은 모두 영어로 짓고 있다. 가사도 대부분 영어로 채워져있는데 그 이유가 궁금하다.
수 : 이 질문은 인터뷰마다 사실 듣기는 한다. 일단 처음부터 영어로 쓴 건 아니다. 한국어로 당연히 해보겠다고 시도를 했었다.
병 : 이것도 피드백에 관한 이야기구만
수 : 한국말로 썼을 당시 멤버들이 그런 사람들이 아닌데 반응이 안 좋았다(웃음).
병 : 피드백이 아예 없었으면 그나마 나았을텐데.
수 : 아니, 사실 이 질문을 계속 오래 전부터 받았는데 최근에 들어선 이렇게 얘기한다. 처음에는 대답을 우리가 영미권 음악을 듣고 자랐고 영어를 잘해서 편한 것보다 듣기에 편해서 영어 가사로 했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처음에 한국어를 썼다. 그래서 써 봤는데 너무 아니어서 ‘아, 안 되겠다. 편하게 가보자.’ 해서 영어를 쓰게 됐다. 그래서 영어로 썼는데 별 반응이 없고 괜찮은 것 같아서 공연을 했는데 외국 친구들도 별로 이상하게 느껴지지는 않아 해서 ‘이대로 해도 되겠다’ 싶었다.
Q. 해외 투어 인터뷰나 활동에서 소통은 주로 누가 하는가
수 : 내가 한다. 한국에서도 소통은 내가 한다(웃음).
병 : 소통 담당 수미….
수 : 영어를 그렇게 잘 해서 내가 한다기보다, 이중에서는 내가 제일 잘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확실히 얘기할 수 있다. 그런데 당연히 해외에 나갔을 때 사람이 손짓발짓으로만 할 수 없으니까 영어를 하긴 한다. 영어를 항상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다. 근데 최근엔 좀 놓으려고 하고 있다. 이 정도 해도 소통이……. 사실 안 되는 건 많은데, 그냥 못 하면 못하는 데로 얘기하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작업을 하는 데 있어서 스트레스는 많이 받는 편인가
수 : 나의 한계가 너무 느껴지는 걸 넘어서 좋은 걸 하고 싶은데 그러지 못 하는게 답답하고 힘들다. 그런 부분이 스트레스다.Q. 다른 멤버들은?
수미 빼고 나머지 : …….
수 : (대노) 다들 이런, 이런 애살 좀 가져 보라고 내처럼!
* 애살 : 경상도 사투리로 샘이나 욕심같은 걸 말한다. 귀여운 말로 많이 쓴다고 한다.
(전원웃음)
수 : 나 너무 애살쟁이인가.
창 : 난 사실 들어온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아서… 들어올 때 2집 작업이 시작할 때 였었다. 그런데 특정한 곡을 얘기하자면 할 때, 곡을 처음 받고 ‘이게 뭐지?’ 싶었다. 너무 생소했다.
병 : 이게 이제 드럼을 모르는 사람이 곡을 만들었을 때 생기는 문제다.창 : 곡을 보면 발을 되게 많이 밟는 연주인데, 기본적이면서도 어디서 해 본 경험이 없었다. 그래서 좀 당황도 많이 했지만 괜한 오기도 생겼다. 그래서 이것저것 많이 했다. 다른 노래도 그런 생소한 부분이 많았다. 그래서 ‘뭐지? 뭐지?’ 하면서, 여러 방법을 해 보았다. 이후 2집을 전반적으로 복잡하게 한 다음부터는 익숙해지는 단계이긴 했는데, 아까 말했던 가이드 작업기간을 오래 두면 둘수록 좀 더 마음이 편한 타입이다. 그 기간이 짧으면 막상 녹음 들어가서 긴장하는 스트레스 같은 게 있다.
병 : 우리가 음악적으로 리듬에 큰 뼈대를 보면 로큰롤이다. 그런데 이 친구(드럼, 김창원)는 그 전까지 연주 스타일이 로큰롤보다 약간 얼터너티브 성향이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맞출 때 약간 힘들었던 것 같다. 이 대표적으로 본인이 가지고 있던 스타일과 우리의 스타일의 차이가 많아서 힘들어했다. 너(베이스, 하재영)는 뭐 없어?
재 : 응….
수 : 좋겠다.(전원웃음)
재 : 아니, #@#$@%@%@#@#
수 : 맨날 태평해서 좋겠다(웃음).
재 : 너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 엄청 받잖아.
(전원웃음)
재 : 이거 말 하려고 했는데 좋겠나 이거(웃음). 난 없다(웃음).
수 : 아니다. 하세요(웃음).
재 : 됐다. 안 할란다(웃음). 안 할끄다!
창 : 스트레스 받는다. 스트레스(웃음).
수 : 좀 그만 삐지라(웃음). 빨리 얘기해주세요. 궁금하다.
재 : 자괴감과 무너지는 자존감과 그런 게 있다. 연습 되게 열심히 했는데 막상 녹음하려고 하면, ‘아 처음부터 통으로 연습을 잘못했구나.’ 하기도 하고. 되게 많다.
Q. 지금 당장 돌아볼 때 그렇게 고생한 대로 원하던 의도가 충분히 구현된 2집이었나.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은가
수 : 10점 만점에 100점(웃음).
창 : 10점 만점에 백 점이요? (웃음)
수 : 우리가 처음에 다 마스터링까지 끝나고 한 번 다같이 모여서 들었는데 놀랬던 기억이 난다.
병 : 망원동에서? (웃음)
재 : 박수치고 막….
수 : 좀 놀랬다.
재 : 우리 노래 들으면서 박수치고. (전원웃음)
수 : 후반작업 해주시는 분들이 너무 잘 해주시기도 했다. 의도를 너무 해서 의도에 맞게 안 나오면 실망이 큰데, 그런데 우리는 그렇게 큰 의도를 갖거나 컨셉을 갖거나 기대를 너무 많이 갖거나 하지 않는 성격들이다. 그래서 엄청 만족했다.
Q. 그럼 후반작업에 대해서는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인가
수 : 많이 쓰는 편이다.
병 : 후반작업에 디테일 같은 것들을 많이 신경 쓴다. 이걸 후반작업이라고 해야 하나? 11곡이 그렇게 앨범으로 묶였을 때, 한 곡에서도 곡의 흐름에 있어 기승전결과 같은 발전이 있어야 한다. 우리 음악이 기승전결이 없다고 느끼시면 느끼실 수 있는데, 그런 게 지겹지 않도록 들리게끔 하는 발전 같은 것들에 대해서 많이 고민들을 했다. 이 부분에 어떤 걸 집어 넣자 이런.
수 : 믹싱 마스터링 같은 느낌인거네
병 : 거기서 이제 믹싱의 한 영역이지.
재 : 믹싱 방향 자체도 편곡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고 작업을 한다.
병 : 그리고 그때 당시에 앨범을 빨리 완성을 시켜야 해서 시간이 촉박했다. 원래는 서울에 있는 머쉬룸 스튜디오에서 작업을 한 곡씩 주고받으면서 했다. 그런데 시간이 촉박해서 내가 올라가서 11곡을 다 하루만에 믹싱을 하고, 내가 그 사이에 감기를 왜 걸렸을까 그걸 하면서?
(전원웃음)
병 : 그리고 마스터링은 거의 대부분 시카고 마스터링 서비스에 맡기는 편이다. 한국 대표님과 영국 대표님, 두 분의 의견을…
수 : 한국 대표님, 영국 대표님(웃음).
병 : 그 조지, 조지라고 하니까 좀 그런데 조지라고 하니까(웃음). 님자 뺄거야. 조지사장님.
재 : 조사장님
병 : 마스터링은 우리가 어떻게 요구를 막 하는 부분도 아니다. 왜냐하면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 분들이 작업을 했을 때 ‘이건 너무 과하다’ 싶으면 우리의 뜻을 보내는 정도다.
- 세이수미 'B Lover' 뮤직비디오'
Q. 안타까운 사고로 밴드를 떠난 드러머 강세민씨의 빈자리도 컸을 것 같다. ‘B Lover’, ‘Funny and Cute’에서 그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수 : 같은 경우에는 원래 세민오빠가 하던 다른 밴드가 있었다. 그 밴드한테 주려고 만든 곡이었다.
병 : 지금도 그 밴드는 세민이형 말고 원래 있던 멤버가, 첫 번째 앨범 만들어준 케이시라는 친구와 한 거다. 둘이서 하던 바비돌스라는 밴드한테 곡을 주고 싶어서 만든 곡이었다. 세민이형한테 내가 “이거 바비돌스가 하면 좋을 것 같아서 만들었다.”라고 하니까 “어, 나도 곡 좋다. 근데 케이시가 과연 이 곡을 받으려고 할까?”라고 해서 약간 묻혀 두고 있었다. 그 전에는 곡 앞에 벌스 리프 말고는 아예 다른 곡이었다. 그러다가 세민이형이 사고를 당하고 밴드를 나간 뒤 곡 작업을 하면서, 내가 말을 해서 세미가 가사를 그렇게 입혔는지는 아직 얘기를 안 해봐서 모르겠는데.
수 : 아니다. 난 그때 그 곡을 주려고 만든 건지 몰랐다. 한참 뒤에 인터뷰할 때 알게 됐다. 그 가사가 한참 뒤에 오빠 사고 난 뒤에 쓰여져서 그런 가사를 쓰게 됐다. 같은 경우에는 오빠 병원비 모금 펀딩을 하면서 일러스트 북을 만들었었다. 거기에 다들 한 마디씩 써 달라고 아는 분들께 요청을 드렸다. 우리도 뭔가를 쓰면서 그 가사를 그때 썼다. 사실 2집 앨범이 세민오빠랑 같이 작업한 게 많다. 공연도 같이 헀었다.병 : 공연도 했었고
수 : 공연도 했었고, 오빠 있을 때 한 것이었다. 절반 이상이 오빠랑 같이 헀고, 나머지가 그 이후에 작업한 것들이다.
Q. 2집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건 수록곡 ‘Old Town’이 엘튼 존의 개인 팟 캐스트를 타면서부터로 보인다. 언제 이 소식을 처음 접했는지 궁금하다.
수 : 영국 레이블에 조지라는 대표님이 SNS 중독자다. 휴대폰을 맨날 들고 있다. 엄청 빨리 소식을 전하는 데, 거기서 보시고 “엘튼 존이 소개했단다.”라고 말씀하셔서 알게 됐다. 그런데 처음에 멤버들이 다 아이폰 쓰면서도 그걸 팟캐스트에서 한 건데 들을 생각을 안 했다. 한 일주일 정도 지나서 들어보았다. 들으니까 실감이 됐다. 엘튼 존이 나와서 진짜 이야기 하니까…
Q. 소식을 받자 마자 들었던 것이 아니었나
수 : 아니었다(웃음). 다 들었어요?
창 : 아니
재 : 난 그때 링크 찾아 놓고 다른 사람들한테 보내주면서 난 안 들었다.
수 : 난 이제 한 주 에피소드가 더 나온 다음에 들었다. 들으니까 신기하긴 했다. 그리고 사실 어떤 인터뷰에서 동아일보 기자님이셨는데, 우린 몰랐다가 우릴 인터뷰하자 마자 엘튼 존 이야기를 꺼내셨다. 그걸 제일 먼저 언급하신 기자님은 그 분이셨다. 기자님도 놀래서 '아직 안 들어봤냐'는 식으로 말씀하셨다.
병 : 우리가 안 들어봤다는 것에 더 놀랐던 것 같다.
재 : 본인이 듣고 왔는 데(웃음).
수 : 그걸 제일 처음 언급하셨다. 그러고 나서 그게 작년 4월인가 3월 일인데, 정말 국내 인터뷰 같은 경우에는 꾸준히 해오긴 했지만 최근에 좀 집중해서 하고 있다. 인터뷰할 때마다 이야기가 나온다. 국내에서는 어쨌든 엘튼 존의 영향력이 엄청났구나 생각이 든다. 심지어 내 친척분도 “엘튼존이 말했는데 나도 들어봐야지.”라고 하셨다.
Q. 그 전까지는…
수 : 그 전에는 아무 말도 없으셨고(웃음). 다시 엘튼 존의 영향력을 느꼈다. ‘만약에 엘튼 존이 언급 안 했으면 이 정도까지 안 됐을까’라는 생각이 최근에 들 정도로 너무 많은 이야기가 들렸다.
Q. 이후 유럽 투어를 두 번 도는 등 해외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먼저 투어에서 느낀 한국과는 다른 점이나 느낀 점을 말해달라.
병 : 관객의 분위기 같은 건 크게 다른 느낌은 없다. 여기나 거기나 다 잘 노신다. 비슷한 느낌과 비슷한 수준의 열광들을 해 주신다. 뭐 하나 굳이 다른 점을 꼽자면 연령대가 전에 겪어보지 못한 수준으로 정말 다양했다.
수 : 여기 문화랑 되게 다르다고 느꼈다.
재 : 특정 관람층이 있는 게 아니었다.
병 : 우리가 하는 음악이 그쪽 나라가 본고장이기도 하고, 나이가 드신 분들이 젊으셨을 적에 들으셨던 대중음악이기도 해서 나이 들으신 분들이 오셔서 정말 재미있게 놀고 가신다.
수 : 특정 연령대가 사실 있긴 있는 것 같다. 젊은 분들도 있고 그렇긴 한데, 나이 드신 분들이 꽤 많다. 중년 남성분들. 그리고 공연 끝나고 나면 사실 우리나라보다는 좀 더 적극적으로 다가와서 감상을 이야기 해 준다. '이런 음악을 해줘서 고맙다', “너네 음악에 대해 고맙다' 등 이야기를 건낸다.
병 : 많이 사가고….
Q. 공감이 되는 게 우리나라와 같은 경우에는 공연이 끝나면 아티스트들과의 호흡이 단절되는 느낌이 해외보다는 상대적으로 강한 것 같다.
수 : 사실 그건 공연 규모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라고 안 그런 건 아닌데, 작은 곳에서 하면 먼저 와서 말을 건내 주시는 분들도 계시다. 그런데 확실히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은 다르다. 우리나라 관객분들이 너무 소극적이어서 그렇다기보다, 동방예의지국이라서(웃음). 그냥 이제 딱 선을 긋고 하시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런 부분이 있다. 또 해외는 굉장히 표현을 바로 하는 느낌이다. 표현이 또 구매에서도 온다. 확실히 앨범, 굿즈를 많이 사신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요즘에 좀 많이 올라오는 느낌이긴 하다.
병 : 근데 이게 생각해보면 자리가 마련이 되어 있냐 없느냐가 꽤 큰 것 같다. 예를 들어 사인회라든지, 이런 게 우리가 투어를 돌면 어쨌거나 수익을 내려면 굿즈나 음반 같은 걸 팔아야 된다. 그러면 테이블이 있거나 하면 팔고 앞에서 사인회도 하는데 국내에서는 정식적인 그런 자리가 많이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도 그런 정식적인 자리가 있으면 관객분들이 많이 참여도 하고 많이 사기도 하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그런 자리를 안 만들었다. 우리가 안 만든 것도 있다.
수 : 공감 같은 거 하면 되게 많이 줄 서서 하시는데….병 : 이야기들도 해주시고 사기도 많이 사시고.
Q. 해외에서는 기획사 쪽에서 주선을 하는 것인가
수 : 근데 딱 앉아서 "사인하겠습니다”라고 하지는 않는다. 파는 데 옆에 서 있으면 와서 말을 걸어 주신다. 근데 한국에서도 그렇게 말을 하긴 한다.
재 : 종종. 자주는 아니지만. 그런 자리가 있는 게 달라지는 것 같긴 하다.
병 : 그런 자리가 없을 때 쭈뼛쭈뼛하는 게 느껴지긴 한다. 만약에 자리가 있었으면 그런 분들은 분명히 오셨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게 정말 너가 말하는 어떤 예의나 불편함을 주지 말아야 된다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재 : 앞으로 해야 되겠어.
수 : “사인합니다~” 이렇게(웃음).
병 : 우리가 머쓱해 하면 안 되는데, 머쓱할 때가 간혹 있다.
창 : 차라리 그런 자리가 있으면 괜찮은데. 우리도 마음이 괜찮고, 오신 분들도 괜찮을 텐데.
Q. 그럼 앞으로 서울에서 있을 공연에서는 그런 자리가 있나
수 : 있지 않을까?
재 : 잘 모르는데….
병 : 하면 되지.
수 : 그건 이제 우리 하기 나름이지.
Q. 많은 아티스트들이 해외로 투어를 돌면 영상으로 그 기록을 남기기도 하는데 세이수미도 그런 작업을 진행하고 있나? 안 한다면 할 계획은 있는가?
수 : 없다. 사실 너무 그런 쪽으로 생각하면 끝이 없는데. 어쨌든 비용적인 문제다. 투어를 하면 우리가 그런 분을 고용해서 기록을 남기면 너무 좋겠지만, 비용이 드는 문제니까 선뜻 할 생각을 못하고 있다.
병 : 비용 문제를 항상 모든 것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 우리가 전업 뮤지션이라고 하고 있고 분명히 예전보다 나아진 부분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4명과 회사까지 투어를 하면서 수익이 생겨도 그 수익으로는 좀 그렇지.
수 : 연명하는 수준이어가지고(웃음).
병 : 근데 그걸 넘어서야 하는데, 그런 영상을 남긴다라. 영상은 분명히 홍보에 많은 도움이 된다. 분명히 우리도 좋은 걸 알고 있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수익 대비가 과연 있을까라는 고민들은 영상 뿐만 아니라 뭘 하든지 간에 생각을 많이 한다.Q. 그럼 만약 비용 문제가 해결이 된다면
수 : 그럼 당연히 하고 싶다. 그리고 사실 만약에 직접 하면 할 수도 있다. 전문적이지는 않겠지만 기록 남기는 것은 이 시대에 정말 중요한 것 같긴 한데, 우리가 그런 걸 하는 데 있어서 너무 게으르다. 직접 할 필요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Q. 밀란에서는 위장 강도를 당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당시 상황이 어떻게 되는가
창 : 우리가 스위스에서 밀란으로 넘어갈 때였다. 밀란을 도착했을 때 밴이 잘 가다가 펑크가 나버렸다. 그래서 드라이버도 놀라 갓길에다 세워 놓고 타이어를 확인했다. 그런데 타이어가 완전히 펑크가 난 것이 아니라 찢겨져 있듯이 되 있었다. 그걸 이제 멍하니 보고 있다가 우리가 문을 열어놓은 상태에서 다 나가버렸었는데, 그 사이에 나쁜… 아 아니다.
병 : 나쁜놈 맞지 뭐(전원웃음).
창 : 욕을 할 뻔 했다. 어쨌든 보진 못 했는데 다시 돌아갈 때 보니까 가방이 다 없어져 있었다.
수 : 무리로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굉장히 치밀하게 짜여 있는 범행이었다.
Q. 그럼 펑크도 혹시 계획이었던 건가.
수 : 그렇다.
창 : 다 계획적으로 한 거다.
병 : 타이어가 바람이 빠져서 펑크가 생겼거나 구멍이 하나가 생긴 게 아니라
수 : 그냥 폭발했다.
병 : 쇠사슬 체인 같은 것을 던지면 나타나는 갈기갈기 찢겨져 있는 상태였다. 타이어 펑크 위장 강도였다.
수 : 우리가 국경을 넘을 때마다 대사관에서 연락이 온다. 거기서 <타이어 펑크 위장 강도 주의>라는 문자가 와 있었다. 와, ‘이거 말만 들었었는데 이런 게 진짜 있구나’ 생각하면서 가고 있었는데 타이어 펑크가 났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게 우리가 당할 거라고 생각 못했다. 그냥 타이어가 펑크 난 줄 알았다. 우리가 영국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밴이 영국 차였다. 그러다 보니 운전석이 반대였고 열리는 문이 반대였다. 인도에서 내리면 우리가 내린 문 쪽이 안 보이는 상태였다.
창 : 차는 세워 놓으면 도로 쪽이 보이는 상태였다. 타이어는 또 안 보이는 반대쪽이 터졌었다.
수 : 타이어는 반대쪽이었고, 사실 타이어라도 문 쪽이었으면 달랐을 것 같다. 다 모든 게 짜여진 것 같다. 그런데 내려가지고 차로 다시 돌아가는 순간이 그렇게 길진 않았다. 보고 있는데 형광조끼를 입고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그 사람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는 영어도 아닌 이태리어를 섞으면서 저쪽으로 가라고 했다. 우리의 시선을 다른 쪽으로 쏠리게 했다. 그렇게 했는데 그 사이에 가져갔다. 다 짜여 져 있었다. 딱 차로 돌아 간 뒤 가방이 없는 걸 보았을 때 기분이 얼마 전이어서 너무 생생하다(웃음). 병규오빠는 항상 그렇게 감정고조가 많지 않는 스타일인데 그렇게 놀라는 것은 처음 봤다(웃음).
병 : 오!
수 : 와! 이카고. 진짜 우리가 그때까지 번 돈이 들어 있는 가방이 없어졌다.
창 : 개인 소지품이랑 다!
수 : 무거운 가방을 다 들고 갔다. 내 가방만 좀 가벼운 편이라서 놓고 갔다. 그래서 나는 여권 같은 건 안 잃어버렸는데, 나머지 여권, 지갑, 페달 같은 장비 등 다 잃어버렸다. 그리고 난 후 타이어는 고쳐야하지, 경찰서로 일단 가야겠다 싶어서 경찰서를 알아보니까, 하필 일요일(휴일)이라서 하는 곳이 없었다. 중앙 경찰서로 가야했다. 택시를 타고 갔는데 잘 못 가서 또 다시 가고 고생을 했다. 가니까 각국에 도난당한 여행자들이 다 모여 있었다. 그런데 사무실이 안 열려 있었다. 언제 열릴지도 모른다고 했다. 줄도 당연히 안 서 있고 번호표도 없었다. 경찰들도 영어가 안 되고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래서 그날 밤에 공연 때문에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된다 싶어 일단 갔다. 그 기분으로 공연을 했다.(전원 헛웃음)
수 : 그렇게 분노에 찬 공연을 하고 공연 기획하시는 분이 그 다음날에 경찰서에 데려 다 주셨다. 이탈리어가 되시는 분이라 훨씬 편하게 소통할 수 있었다. 조서를 작성하고 나머지 여권을 발급받으러 대사관가서 긴급 여권을 발급 받는 데 하루를 보냈다. 다행히 그날 밤엔 공연이 없었다. 그 다음 공연이 스페인이었다. 모든 업무를 처리하고 정말 우울한 기분으로 프랑스에 도착했다.
병 : 도착했는데 여관이 예약이 안 되서(웃음).
수 : 도착해서 12시였나? 오래 달려서 가서 인터넷으로 예약했는데 정보가 안 남아 있다고 하면서 예약이 안 돼 있었다. 그 쪽에서 “느그 여기서 잘 거면 자고 갈 거면 가라”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돈 모아서 잤다.
병 : 셔터를 내려버리던데(웃음).
창 : 자기네들 업무 시간이 아니라면서 내려버렸다.
병 : 돈 줄게 하니까 바로 올렸다.
수 : 너무 기분이 참담했다. 몸도 너무 힘들고. 형용할 수 없는 괴로움. 이걸 어떻게 극복해야할 지 몰랐다. 저번 투어때가 너무 힘들었다. 몸은 몸 대로 지치고(헛웃음). 인터뷰가 너무 토로가 되는 것 같다. 그런 일들이 생기니까 힘들었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잊혔다. 계속 징징대고 있는다고 달라지는 건 없으니까. ‘그만 징징대고 일단 이 투어를 빨리 끝내자’라는 마음이었다.
Q. 이 밖에도 에피소드가 있었나?
병 : 저 일이 너무 커서 다른 게 딱히 생각이 안 난다. 아, 맞다. 영국이었는데 투어 초기였었나? 숙소를 갔다. 프렌차이즈 숙소였는데 다른 지역에선 한 번도 생수를 준 적이 없었는데 생수를 5통 줬다. ‘이 지점 되게 좋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투어 매니저가 “안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하게 됐다.” 하면서 생수 5통으로 씻어야 한다고 했다. 물이 끊긴 거다.
(전원 헛웃음)
병 : 줄 거면 좀 더 주지. 저희 둘은 거기가 고속도로 휴게소랑 같이 붙어 있는 곳이었는데 화장실 가서 씻었다.
수 : 정말, 이제 공연이 끝나면 쉬는 것 밖에 없다. 이동하고 공연하고 쉬는 것만이 제일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빨리 씻고 싶은데 그런 일이 생기니까 멘탈이 무너졌다.
병 : 물이 안 나온다는 것은 화장실도 딱 한 번 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때 “네가 써라, 우린 내려갔다 올게.” 이랬다.
수 : 딱 보면 숙소 같은 것도 별의 별 숙소도 다 가보았다. 영국 같은 경우에는 우리 레이블이 거기 있다 보니 정말 곳곳을 다 간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숙소가 다 정해져 있는 편이다. 그런데 유럽 같은 경우에는 프로모토 집에서 자기도 하고(웃음). 우리는 짐을 많이 들고 다니는 편이라서 그걸 다 들고 가면 탈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우도 있다. 가정집 같은 곳이라 신세를 지는 것 같아 불편하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재미있기도 하다. 이번 프랑스 갔을 때…….
병 : 너 옷 놔두고 온 거 말하려고 하지?
수 : 바지를 갈아입고 거기 놔두고 왔다(웃음).
재 : 그거 받았나
수 : 아니, 못 받았지. 그냥 따로 연락 안했지.
창 : 독일의 어떤 공연장은 배 안에 공연장이 있었다. 거기도 되게 기억이 남는다.
수 : 진짜 오래된 배였다.
창 : 오래된 배를 개조한 공연장이었다.
Q. 이번 인터뷰가 끝나고도 바로 대만 단독 콘서트를 가진다고 들었다. 다소 예상 밖의 지역이었을 것 같은데 섭외가 어떻게 됐나.병 : 대만이나 태국 쪽이 우리의 음악 스타일과 교집합이 있다. 꼭 똑같지는 않더라도 씬이 굉장히 탄탄하다. 어떻게 보면 홍대씬보다 더 탄탄하다고 볼 만큼 탄탄하다. 국내에서는 정말 많은 것들이 나오니까, 국내 음악 혹은 정말 메인스트림인 영미권 음악 말고는 접하기 힘든 편이다. 그런데 대만이나 태국은 씬이 굉장히 탄탄하다. 우리 음악도 우리가 그쪽에 알리려고 한 건 아닌데 먼저 관심을 가져줬다. 예전부터 생각하고 있다가 이번 기회에 소속사에서 짧게 투어를 잡아줬다.
Q. 그럼에도 부산 밴드로서 부산을 계속 지키고 있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것보다 불편한 점이 분명 있을텐데 상경하지 않는 이유가 따로 있다면?
재 : 이유라고 할 게 없다. 살던 곳에서 사는 게 좋다.
수 : 우리가 서울에 연고가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굳이 낯선 곳에 갈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재 : 예전처럼 막 오래 걸리는 것도 아니고 근처에 안 살면 정보가 없는 것도 아니어서 그런 것 같다.
수 : 왔다 갔다 이동하는 것이 좀 힘들 긴 힘들다. 그 고통이 잊혀질 때쯤 이면 섭외가 들어와서 올라간다.
Q. 하긴 서울보다 더 먼 곳을 투어를 다니니 괜찮을 것 같다.
수 : 그렇다(웃음).Q. 한편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으레 붙는 해외 밴드와의 비교가 세이수미에게도 따라 붙고 있다. 슈게이징 스타일에 마이 블러디 발렌타인(My Bloody Valentine)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수 : 좋다. 우리의 모든 노래가 그런 스타일인 것도 아니지만 서도…
재 : 이런 류의 기타 소리를 내는 팀은 어쩔 수 없이 비교가 되는 것 같다. 그만큼 대단한 밴드이기도 하니까.
병 : 우리가 장르적이나 사운드적으로 어떤 한 스타일을 고집하면서 국한되어 있지는 않다. 예를 들어 마블발도 그렇고 이것저것 비교 같은 게 많이 된다. 그런 것들이 얘(수미) 말 대로 좋다.
재 : 되게 혐오하고 이런 밴드가 아니니까.
수 : (웃음) 아 근데 정- 말 뜬금없는 밴드를 비교하다 보면 놀랄 때도 있다.
병 : 그 대만에 뭐였지, 대만인가 태국인가.
수 : 우리가 정말 황당했던 적이 있었다. 그 무슨 뮤콘이라고 음악 관계자들 만나는 행사가 있다. 해외에서 대만 관계자분들이 오셨는데, 그분들이 대만의 유명한 밴드랑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들어보고 너무 충격 받았다.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여자 보컬 때문인가 싶을 정도로 교집합이 아예 없었다. 그런데 그런 경우 아닌 이상은 우린 그렇게 ‘우리만의 실험적이고 독보적인 사운드를 내자’ 라는 주의가 아니다.
병 : 사실 그렇지도 않잖아(웃음).
수 : 그렇지도 않기 때문에(웃음). 그렇게 비교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한 것 같다. 기분 나쁘지도 않다.
병 : 나중에 한 번 들어봐라. 왕푸?
재 : 원푸. 원푸. 기분 나쁘다기보다, “어 왜?(놀람)”. 재미있었다.
Q. 어떤 장르에 음악이었나
재 : 약간 대학가요제 같은 장르인데(웃음).
(전원웃음)
수 : 대학가요제 같은 장르는 뭐야(웃음).
병 : 그런데 대만에선 정말 유명한 밴드인 것 같았다.
재 : 대만의 유명한 밴드와 비교해주니까 고맙긴 한데…
수 : 되게 발랄한 밴드였다. 밴드는 맞죠?
재 : 응.
Q. 사실 세이수미가 추구하는 서프 록이라는 장르 자체가 아주 옛날에 흥했기 때문에 ‘요즘 팬들’이 엉뚱한 ‘요즘 밴드’와 비교한다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재 : 음… 그 대만 밴드 말고는 딱히…….
수 : 어제 그 카디건스 같다고. 미니 메시지에서. 어제 우리가 배철수 음악 캠프에서 방송이 되었다. 청취자분이 메시지로 카디건스 같기도 하고… 이랬다. 해도 다 옛날 밴드와 비교된다. 좋다.
Q. 그래서 현재 세이수미가 만들어가는 서프록이란 어떤 음악인지 다시 한 번 설명해달라.
병 : 아까 처음에 수미가 했던 인사말이랑 같은 대답이다. 뭐가 되었든지 간에 우리가 그 당시에 관심을 가진 음악이건, 좋아하는 음악이건, 그런 것들을 우리 나름대로의 개성들로 곡을 만드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서프록이라기도 하고, 한편에서는 잼벌팝(?)이라고도 하고, 한편에서는 슈게이징이라고도 하고 불리는……? 그게 서프록이 전면에 내세워 지는 것은 처음에 사운드적인 방향성을 잡은 것도 있지만 우리가 있는 지리적인 면도 많은 것을 작용한다.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이다.
수 : 바다랑 가까이 있어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파도의 느낌이라든지. 환경적인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병 : 정말 미미하게 영향을 받긴 받았나 보다. 거의 없는 것 같은데.
수 : 노이즈를 내는 것도 파도 소리 같기도 하다. 사실 우리가 “파도 소리를 생각해서 했다.”하면 그런 거다(웃음).
재 : 해 놓고 말은 붙이기 마련이라(웃음).
수 : 그건 다 듣는 사람들의 몫인 것 같다. 어떻게 들리는 지는.Q. 정말 여담으로 이제는 수미칩보다 검색순위가 높은가. 이전에 검색순위가 더 낮다고 토로한 적이 있는데 (전원웃음)
수 : 그렇다.
재 : 어제만해도 뭐.
수 : 그건 진짜 오래 된 말이다.
병 : 한 번 확인해봐?
수 : 세이수미 검색하면 수미칩은 아예 안 나오던데? 그럼 높은 거 아닌가?
재 : 연관이 아니니까 안 나오는 거 아이가.
Q. 각자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병 : 다 비슷하다. Yo La Tengo, Pavement를 좋아한다.
수 : 미국 인디들을 좋아한다. 처음에는 아니었다(웃음).
재 : 원래 좋아하는 거 말하면 위에 둘이다.
수 : 나는 그렇게 찾아서 듣지는… 오빠도 요새 찾아 듣는 편이죠?
병 : 요새는 별로.
수 : 애플 뮤직이 되니까. 그래서 찾아 듣는 편이긴 한데, 막 열성적으로 요즘 노래들을 찾아 듣진 않는다. 거의 듣는 건 90년대 음악이다. 좀 더 그 전이거나.
창 : 늘 이야기했을 때에는 예전에 RATM(Rage Against the Machine) 되게 좋아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친구들끼리 음악을 공유하는 편이었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막 좋아하는 건 아니었다. 친구들이 밴드 소개해주면 듣는 방향이었다. 세이수미를 접하면서 페이브먼트와 씸(Seam)을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다.
Q. 정규 2집 발표 후에도 정말 부지런히 작품을 내놓고 있다. 멤버들이 다들 베테랑이 됐음에도 창작욕이 여전한 것 같다.
병 : 일단 우리 밴드가 곡 작업을 시작하는 단계가 ‘곡을 만들어야지’ 이런 생각은 아니다. 뭔가 껀덕지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게 항상 나온다. 그러다가 곡을 만들어서 발표를 해야 하는 시기가 있다. 투어를 준비한다거나 시기적으로 뭐라도 내야 하는 시기가 오면, 작업을 했던 소스들을 정리하면서 작업방식이 굳혀진 것 같다. 그거에 따라 멤버들이 각자 맡은 바를 잘 해준다. 만약 한 명이 삐끗하면 하려고 해도 못 한다.
수 : 근데 사실 투어 전에 뭔가 내고 이런 게 1년 되었다. 그 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시간이 되는대로 하다가 투어 시작하면서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작업방식이 굳혀졌다. 투어를 할 때 뭔가를 내는 것을 스케쥴 조정과 더불어 레이블에서 해주는 거니 그거에 맞춰서 우리도 열심히 해내려고 하는 편이다. 물론 회사에서 하라고 해도 못 하겠으면 못 하는 건데, 아직까지는 할 여력이 있는 느낌이다. 사실 작년에 SXSW때 사장님이 “한국 돌아가서 어떤 스케쥴로 앨범 발매하고, 곡 의뢰는 언제까지 해야 하고” 이런 얘기를 했었다. 딱 들었는데 막막했다. 너무 공연도 많이 잡혀 있는데 어떻게 곡 작업을 하지 생각했다. 그런데 작년에는 그걸 다 했다. 어떻게 보면 진짜 하라는 데로……(웃음). 그래도 우리가 하고 싶으니까, 우리가 할 수 있으니까 했다. 재미있기도 했다. 그 힘이 작년에 굉장히 많이 있었다. 그런데 올해 계속 그런 식으로 갈 수 있을지는 해 봐야 알 것 같다. 올해는 정규 앨범을 낼 계획은 없다.
Q. 그럼 차기 정규 앨범은 컨셉이나 계획도 없는 건인가.
수 : 딱히 없다. 2020년에 내면 정말 좋겠지만 그것도 그때 돼 봐야 알 것 같다. 지금 작업을 아예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계속 하고 있으니까 차근차근 해 나가야 될 것 같다.
Q. 정규가 아니더라도 싱글 작업은 계속?
수 : 그렇다. 아, 그리고 세이수미의 정규 1집과 첫번째 EP가 바이닐로 나온다. (멤버들을 보며) 나 인터뷰 잘하죠? 정말 필요한 정보! 리마스터링이 되었다. 그걸 들고 투어를 다닐 예정이다.Q. 끝으로 세이수미가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될지 각자 한 마디 해달라.
창 : 앞으로 해외투어가 있을 예정이다. 많이 봐주시고 많이 들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병 : 우리가 해외에서 먼저 알려지고 해외투어를 많이 가는 것이 이슈화가 되어서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조금씩 사람들이 알아가고 있다. 많은 분들이 아직까지 잘 모르시겠지만 국내에서도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더 열심히 팬 분들을 찾아 뵐 수 있도록 공연도 많이 다닐 테니 관심 가져 주시고, 보러 오시고, 좋으시면 구매도 해주시면 감사하겠다.
재 : 웹진과 팬 분들도 찾아줘서 감사하다. 앞으로 우리도 여러 자리에서 찾아 뵐 수 있도록 꾸준히 열심히 하겠다.
수 : 다들 건강하고 행복하시면 좋겠다.- 세이수미 'Old Town' 라이브
인터뷰/사진 : SONG FOR 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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