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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볼&힙합2] 그들이 주고 받는 영감 (Mutual Inspiration)
    아티클/리스트&시리즈 2019. 12. 9. 15:29

    Contributed By yollsugi

    © NBA 공식 페이스북

    사뭇 긴 서론

    매년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포츠 이벤트라고 하면 유럽에서 열리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과 미국에서 열리는 NFL 슈퍼볼 이벤트를 보통 꼽는다. 전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 스포츠 이벤트에는 당연히 그에 걸맞는 축하무대가 있어야 하기 마련이다.

     

    매년 Super Bowl과 Champions League Final 자체만큼이나 'Champions League Final Opening Ceremony Live', 'Super Bowl Haftime Ceremony' 등이 구글에서 많이 검색되고 있고, 주최측에서는 뮤직 어워드들만큼이나 어떤 아티스트를 섭외할지에 대해 고심하곤 한다.

     

    2019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결승에는 Imagine Dragons가 멋지게 오프닝 세레모니를 장식해주었고, 챔스 결승 특성상 축하무대의 비중이 미국만큼 크지 않기에 이에 대한 이야기는 넘어가도록 하겠다.

     

    문제는 2019년의 슈퍼볼. Maroon 5와 Travis Scott, Big Boi가 15분 가량의 하프타임 쇼를 장식했는데, 2019년 한 해동안 Travis Scott의 Sicko Mode 파워가 어마어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쇼에 대한 반응은 처참했다. 일종의 치트키를 쓰고도 참패한 느낌이랄까.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한 원인을 문화에 대한 이해와 교류의 결여로 보았다. 그리고 2019 NFL 슈퍼볼과 너무도 대비되어 엄청난 반응을 이끌어낸 2019년 NBA All-Star Half Time Show 이야기와 함께 오늘의 NBAxHiphop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2019 NBA All-Star Game의 Half Time Show는 J.Cole이 혼자서 11분간의 공연으로 채웠다.

     

    그의 대표곡들 중 [MIDDLE CHILD], [a Lot 21], [ATM] 등을 불렀는데, 혼자서 2019 올스타전이 열린 샬럿의 아레나를 압도하였고, 방송 이후 유튜브 댓글들과 각종 SNS 피드들에선 "Way Better Than Super Bowl Halftime Show" 등의 반응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었다.

     

    팝음악에다가 대중적으로 더 알려진 마룬5, 그리고 18년말부터 19년 전체를 강타했던 Sicko Mode의 트래비스 스캇을 불러놓고도 J.Cole과 NBA에 계속 비교된 것은 그만큼 NBA와 J.Cole이 주는 시너지 효과가 강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시너지 효과는 NBA 세계와 힙합 씬의 상호 이해, 교류가 전제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

     

    힙합 씬과 NBA는 굉장히 많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NBA 선수들이 심심치 않게 믹스테이프를 발매하고, J.cole이나 Drake, Quavo 등이 선수들의 픽업게임에 방문하여 함께 플레이를 하더라도 이를 불편하게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NBA는 힙합의 문화를 철저히 수용하고 체화시켰고, 힙합은 NBA 자체와 선수들을 그들의 가사에 많이 녹여내고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문화적 요소가 바로 RepresentationSwagger 정신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힙합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이다. Representing A-Town이니, C-Town이니, 힙합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힙합 아티스트들의 '동네자랑'은 이미 익숙하게 들었다. 작게는 동네부터 그 지역, 더 넓게는 도시를 대표하는 아티스트가 되어야겠다는 힙합의 'Represent' 정신은 NBA 내에서 팀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졌다. 한 팀에서 오랜 기간을 뛴 프랜차이즈 스타는 그만큼 더 인정받았고, 프랜차이즈 스타가 아니더라도, NBA 선수들은 소속팀과 소속 프랜차이즈, 즉 그 도시에 대해 느끼는 책임감과 자부심, 감사와 사명감을 여과없이 표출하며 자신이 코트에서 이를 '대표해' 보여줘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연고지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 NBA가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는 배경에는 이 프랜차이즈 정신이 상당히 강한 영향을 미쳤으리라 본다.

     

    NFL은 빌보드를 보고 아티스트를 섭외했지만 NBA는 Representation을 고려하고 아티스트를 섭외했다.

     

    2019 All Star Weekend가 열린 도시는 샬럿 Charlotte, 그리고 Future나 Migos가 애틀랜타를 대표하듯이, 샬럿을 대표하는 힙합 아티스트는 바로 J Cole이다. 이것이 NBA 팬과 힙합 리스너들을 모두 자극한 것이다.

     

    힙합에서 또 한가지 주목해야 할 요소는 'Swagger 정신'이다. 흔히 국내에서 '스웩'으로 통용되는 용어이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Swagger 정신이 단순히 멋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Swagger 정신의 기본은 "내가 최고다"라는 마인드이다. 단순한 개인적 관점 뿐만 아니라 "내 팀이 최고이다"라는 관점까지 포함한다. 힙합에서 자기 자신과 자신의 크루, 레이블이 얼마나 멋진지 늘 강조하듯, NBA에서도 선수들이 자기 자신과 자기 팀, 자기 프랜차이즈, 프랜차이즈의 팬들, 구단주, 경기장, 팀 관계자 등 모든 부분에서 최고임을 어필한다. 이는 선수들이 더욱 투쟁적으로 프로 스포츠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밑거름을 자연스레 형성하고, 그들이 생각하기에 멋이 없는 대상, 이를 테면 미디어에 비추어지는 모습과 실제 모습이 다르다던가, 실력적으로 증명을 해보이지 못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서슴없이 디스한다. 국내에서 힙합의 Diss 문화가 잘못 받아들여지고 있는 느낌이 강한데, 실제로 힙합의 Diss 문화는 Swagger 정신, 즉 나 자신이 최고이고, 최고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기에 이에 반하는 Perpetrators들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는 인식에 기초한다. 어쩌면 J.Cole이 NBA 올스타전 축하무대를 멋지게 장식하고는 그 뒤 메인 게임을 맨 앞 자리에서 관람하며 미디어에 노출되게 한 것도, NBA 씬 전체의 Swagger 정신 발휘가 아닐까 싶다.

     

    힙합 정신이 NBA에 뿌리깊게 정착하였고, NBA와 힙합 씬이 상호간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은 선수와 아티스트들간의 교류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실제로 선수들이 힙합 정신을 그들의 스포츠맨십에 접목하여 마인드셋을 형성할 때, 힙합 뮤지션들은 NBA 선수들로부터 인사이트를 얻는 경우들이 많다. 대표적인 예가 Anderson Paak의 Ventura 앨범에 수록된 [King James]이다.

     

     

    *We couldn't stand to see our children shot dead in the streets 아이들이 총에 맞아 거리에 쓰러진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But when I finally took a knee 그래서 한쪽 무릎을 꿇었더니 Them crackers took me out the league 저 놈들이 날 아예 따돌리려 하더라고 Now I'm not much for games 난 이 게임에 관심도 없지만 But I play for keeps 여전히 자리를 지키려고해

    And we salute King James for using his change 그래서 르브론에게 존경을 표해

    To create some equal opportunities 동등함을 위해 힘쓰는 그를 위해*

     

    Anderson Paak. - King James (가사 번역 출처 : HIPHOPLE)

     

    앤더슨 팍이 NBA를 대표하는 르브론 제임스에게 건내는 찬사와도 같은 트랙이다.

     

    르브론 제임스가 많은 이들의 '인플루언서'인 이유는 코트에서 뿐 아니라 코트 밖에서도 그가 갖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이용해 목소리를 내고 그가 할 수 있는 '사회적 기여'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커리어 전체로 보면 과오도 많은 인물이긴 하지만, 그가 얼마나 사회적 문제에 그의 영향력을 많이 발휘하는지에 대해 부정하는 이는 없다고 본다.

     

    대표적으로 인종차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자, 본인의 농구화 모델인 Nike LEBRON 시리즈에 <EQUALITY>라는 문구를 삽입하고, 흰색-검은색의 짝짝이 조합으로 평등의 가치를 널리 각인시킨 르브론이었다.

     

    르브론 역시 힙합 문화로부터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몇 번 밝힌 바 있다. 정확히는 힙합 문화에 더해 힙합 아티스트들로부터 많은 inspiration을 받았다고 언급하였다. 르브론의 힙합에 대한 사랑은 이미 농구 팬들 사이에서는 유명하다. 비시즌이 되면 매일 같이 그의 인스타그램에 헬스를 하면서 힙합을 듣고 따라부르는 셀피 영상이 올라온다. 그의 절친이자 라이벌인 브루클린 넷츠의 Kevin Durant와 함께 "It Ain't Easy"라는 트랙을 발표한 적도 있다. 다행히도, 르브론이 힙합 문화를 대하는 방식이 비단 곡을 내는 데에만 그치는 일차원적인 방식이 아니라 좋다. Dame Dolla, Lonzo Ball과 같이 트랙을 내는 선수들이 일차원적이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르브론과 같이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지닌 스타는 힙합 씬에 기여함에 있어서도 보다 더 높은 차원의 과정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르브론은 실제로도 그렇게 하고 있다.

     

    르브론은 Drake, Meek Mill, Jay-Z, 2 Chainz 등과 평소에도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 Chainz의 [Rap or Go The League]라는 앨범은 르브론이 직접 제작 과정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곡, 프로듀싱에 참여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인맥을 활용해 A&R 및 앨범 프로덕션 자문의 역할을 수행했다. 르브론이 인터뷰에서 그의 Favorite Rapper로 항상 꼽는 아티스트가 있는데, 바로 Jay-Z이다.

     

    르브론의 커리어에서 비즈니스적인 행보들, 이를테면 [The Shop] 시리즈, 나이키 딜, 고향인 Akron에 학교 설립 등은 Jay-Z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이 일련의 행보는 Jay-Z에서 얻은 Motivation이 단순 음악적 성향 그 이상의 이유에서 비롯된 것임을 반증한다.

     

    그 중에서도 르브론의 미디어 회사 [Uninterrupted]에서 TV Series로 방영하는 [The Shop]은 르브론이라는 매개체를 중심으로 NBA와 힙합 씬의 교류가 얼마나 원활히 이루어지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르브론을 포함해 Draymond Green, Kevin Love 등의 NBA 스타들과 Travis Scott, Pharrell Williams 등의 힙합, R&B 아티스트, Don Cheadle 등의 셀러브리티가 함께 출연하여 바버샵에서의 만담을 컨셉으로 여러 사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르브론이 힙합스타들로부터 비단 음악적인 영향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치관과 라이프 스타일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고, 또 관심을 갖고 얻으려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서 힙합 문화 전반을 형성하는 Representation과 Swagger 정신을 언급했지만, 이 두 가지를 넘어 힙합 아티스트들이 그들의 경험에 기반해 가사에 담는 가치관들이 spiritual한 차원에서 분명 인사이트가 있다고 여긴다는 것이다.

     

    NBA ALL STAR GAME 하프타임 쇼의 미디어 파워는 우연이 아니다. 이름값만 놓고 J Cole을 섭외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선수와 뮤지션이 호흡하고, 전 NBA 씬과 힙합 씬이 교류하고 이해하며, 서로 농구와 힙합 외의 인사이트와 문화적 영감을 주고받은 결과물이다. 스포츠와 문화산업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는 이 시대에, NBA와 Hiphop의 Mutual Inspiration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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