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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orn - Korn
    리뷰/해외 2018. 12. 29. 18:44

    Written By 유하람 



    Korn – Korn (1994)
    California, USA / Nu Metal

     

    90년대 대중음악을 논할 때 뉴메탈을 빼놓고 이야기하기란 쉽지 않다. 90년대 초는 엘리스 인 체인스(Alice In Chains)를 필두로 얼터너티브 메탈 붐이 일었으며 동시에 투팍(2Pac)이 등장하며 힙합 골든에라가 펼쳐진 시기였다. 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는 이 두 장르의 크로스오버가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는데이를 네임 언노운 메탈 즉 뉴메탈(NU Metal)이라 불렀다그리고 그 시작에는 캘리포니아 출신 밴드 콘(Korn)이 있었다.

     

    콘이 1994년 발매한 셀프타이틀 앨범은 세기말답게 괴작이 쏟아지던 당시에도 유독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Korn>은 뉴메탈의 기초와 같은 힙합 리듬을 결합한 얼터너티브메탈 사운드는 물론절그럭거리는 육중한 베이스 등 기존 음악시장에서 찾기 어려운 요소로 가득했다특히 랩과 보컬의 경계를 허무는 창법으로 온갖 어두운 감정을 쏟아내는 프론트맨 조나단 데이비스(Jonathan Davis)는 그야말로 독보적이었다분명 흔히 생각하는 대중성과는 거리가 있는 작품임에도 더블플래티넘까지 올라간 원동력은 바로 이 창의성에 있었다.

     

    단순히 밴드와 힙합을 접목하는 시도는 이전부터 있었다이 분야에서 조상격인 힙합 그룹 런디엠씨(Run-D.M.C.)는 80년대에 이미 락 밴드 에어로스미스(Aerosmith) ‘Walk This Way’를 샘플링했다얼터너티브 메탈 밴드 페이스 노 모어(Faith No More) 역시 일찍이 ‘Epic’ 등 보컬이 랩을 겸하는 곡을 선보인 바 있다그러나 힙합 스타일 랩에 일렉기타를 까는 수준을 벗어나 연주와 보컬 자체에 힙합리듬을 적극 차용한 건 <Korn>의 ‘Blind’가 최초였다.

     

    콘의 성취는 바로 이 지점에 있었다힙합 아카펠라를 밴드 사운드로 리믹스 하는 차원을 넘어 그 자체로 힙합과 메탈 중간지점에 존재하는 뉴메탈이란 음악양식을 제시한 것이다콘은 이 장르가 얼마나 많은 변용이 가능한 실험적 장르인지 몸소 보여줬다. <Korn>에서 보여준 시도만 해도 아무런 의미 없는 광기(‘Ball Tongue’)부터 약물중독으로 인한 공포(‘Helmet in the Bush’), 잔혹동화(‘Shoots And Ladders’)까지 오가는 넓은 가사 스펙트럼과 재즈 창법인 스캣(Scat) 활용을 들 수 있다. ‘Shoots And Ladders’에서는 백파이프를 사용하는 센스를 보여주기도 했으며,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으로 비명에 가까운 나레이션과 노래를 오가는 장장 17분에 걸친 아웃트로 ‘Daddy’는 큰 충격을 안겼다.

     

    <Korn>은 장르가 가진 생명력을 담아냈고이는 숱한 음악가를 자극했다본작이 발매된 이후 불과 5~6년 동안 뉴메탈에선 힙합 사운드에 밀착한 림프 비즈킷(Limp Bizkit), 극도로 과격한 슬립낫(Slipknot), 아르메니아 전통음악을 접목한 시스템 오브 어 다운(System of A Down) 등 도저히 같은 장르라 생각하기 어려운 밴드들이 우르르 쏟아졌다당시 주류였던 팝메탈의 매너리즘에 반동이라도 일으키듯 뉴메탈은 변화와 진화를 거듭하며 빌보드 차트를 휩쓸었다이중 다수가 실험정신으로 무장한 비대중적 음악을 지향했음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성과다.

     

    비록 장르 붐은 2000년대 들어서며 지나친 상업화와 선배를 답습한 밴드 양산으로 꺼졌지만 뉴메탈은 음악사에 기념비적 실험으로 남았다콘은 본능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창의력으로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이라는 이분법을 초월했고후배들은 그 뒤를 따랐다그리고 <Korn>은 이 흐름을 만든 출발점이었다이에 롤링스톤(Rolling Stone)지는 2014년 기획기사를 통해 지난 20년 간 메탈 씬에서 나온 가장 중요한 앨범이라 평하기도 했다.

     

    콘은 손에 꼽을 만큼 창의적인 그룹이었으며, 데뷔작 <Korn>은 그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집약한 커리어 최고 걸작이었다. 극치를 달리는 다채로움으로 청자를 휘어잡은 그들은 대중음악 매너리즘을 단숨에 타파했으며, 그 자체로 정석에 맞는 주력과 가창력만이 스킬이 아니라고 증명했다. 또한 이는 90년대 중후반 대중음악 세계에 역동적인 생명력을 부여했다. 한 시대를 거대한 실험실로 만들었던 <Korn>의 창의성은 여전히 빛나는 유산으로 남아있다.

     


    9.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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