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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minem – Relapse
    리뷰/해외 2018. 12. 29. 19:01

    Written By 유하람 



    Eminem – Relapse(2009)

    Detroit, USA / Hip-Hop

     

    단언컨대 에미넴(Eminem)은 힙합 역사상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다이아몬드 앨범 두 장, 다이아몬드 싱글 세 곡, 손에 꼽을 수도 없는 플래티넘 기록들과 누적 관객 2억 4천만 명을 기록한 자전적 영화 <8Mile>까지. 그가 남긴 기록은 힙합 역사에 고스란히 신기록으로 남았다. 이 문화의 상징과도 같은 투팍 샤커(Tupac Shakur)나 자타공인 현세대 최고 슈퍼스타 드레이크(Drake)도 그만큼 거대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2009년 발표한 정규 앨범 <Relapse>는 그 중에서도 에미넴의 흥행력이 돋보이는 앨범이다. 본작은 잔인하고 선정적인 가사, 엽기적으로 뒤틀린 톤, 심지어 유행과 동떨어진 사운드로 가득찼음에도 더블 플래티넘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는 스탠(Stan, 에미넴 팬덤을 이르는 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와중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놀라운 성과다.

     

    찬찬히 뜯어봤을 때, <Relapse>는 차트 1위를 차지한 앨범이라기엔 너무나 괴상하다. 슬림 셰이디(Slim Shady)가 처음 등장했을 때보다도 더 장난스럽고 기괴한 하이톤 랩과 더욱 진화한 광기는 처음 접할 때 거부감이 들 정도다. 전작 <Encore>에서 잠깐 보여줬던 외부를 바라보는 눈은 다시 사라졌으며, 가사는 다시 자기혐오와 엽기로 점철됐다. 그 와중에 닥터 드레(Dr.Dre)가 주조한 비트는 앨범 전체에 걸쳐 통일성과 퀄리티를 잡아준다.

     

    하지만 <Relapse>는 곡 대다수가 퀄리티와 반비례하는 신선함으로 감흥을 떨어뜨린다. ‘Bagpipes from Baghdad’를 예로 들어보자. 드레 특유의 타격감 경쾌한 드럼과 에미넴 랩톤에 맞춘 듯한 촐싹대는 멜로디, 난감할 정도로 날뛰는 에미넴의 랩은 호흡이 꽤 맞는다. 그리고 이는 <MMLP>에서 보여주던 퍼포먼스와 궤를 같이하면서도 여러 모로 그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We Made You>·<Crack A Bottle> 같은 타이틀 싱글 정도로 넘어가서는 자기복제로 인한 진부함이 절정에 달한다.

     

    신들린 랩스킬과 유머 감각을 갖춘 에미넴이라는 화자가 앨범을 전개할 최소한의 동력을 제공하지만, 아마 여기서 끝났다면 <Relapse>는 정말 슬림 셰이디 2.0 정도에 끝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앨범 후반부에서 <Relapse>는 제목만큼이나 아름다운 싱글 ‘Beautiful’이 나오면서 입체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Relapse> 수록곡은 대부분 재활 치료를 완전히 끝내기 전에 만들어졌으며, 그래서인지 약물 중독 중에 느꼈던 뒤틀린 감정을 담아내는데 충실하다. 실제로 앨범에 담긴 자기혐오와 엽기는 전작보다 훨씬 무거우며, 이는 고통스러운 과거를 뒤로 하고 재도약하겠다는 ‘Beautiful’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이에 피치포크(Pitchfork)는 “<Relapse>의 성공은 ’Beautiful‘과 그 궤를 같이한다”고까지 평했다.

     

    에미넴은 이를 통해 지금껏 정체성으로 내세웠던 광인 슬림 셰이디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반전을 꾀한다. 즉, 캐릭터로서 고집했던 광기를 버린다는 선언이며,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 과거를 청산하는 자기 인생사와 궤도를 공유한다. 실제로 후속작 <Recovery>부터 슬림 셰이디는 죽고 인간 마샬 매더스가 앨범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다. 앨범 이름으로 해석하자면 재발(Relapse)한 광기를 떨쳐내고 회복(Recovery) 단계에 들어서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Relapse>는 인간으로서 마샬 매더스가 겪은 반환점을 담은 동시에, 래퍼 에미넴이 가진 폭발적 에너지와 놀라운 서사능력이 고스란히 담긴 앨범이다. 본작을 통해 확인되는 에미넴의 모습은 단순히 팝스타로 보기엔 너무 자극적이며, 또한 광기에 매몰된 천재라기엔 그 과격한 에너지를 서사에 적절히 이용할 줄 알았다. 때문에 필자는 에미넴을 ‘대중적인 래퍼’ 따위로 표현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에미넴은 대중에게 다가간 게 아니라, 대중이 다가오도록 만든 래퍼였다고 하겠다. 적어도 <Relapse>에 담긴 에미넴이란 그런 래퍼였다.

     


    6.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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