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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성의 사적인 리뷰] 커피소년: 남성의 목소리로 전하는 '여성적' 어조아티클/리스트&시리즈 2019. 4. 10. 03:38
Written By 황태성
© 커피소년 페이스북 커피소년은 특유의 소년스러우면서 때묻지 않은 목소리가 매력적인 아티스트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자기 전에 그의 노래를 많이 듣곤한다. 불면증이 있는 나에게 수면제같은 목소리랄까? 그렇게 역시나 불면증이 감돌던 밤, 필자는 커피소년의 곡들을 살펴보았고, 나의 '갬성'을 후벼파는 <그대 내게 올 때>라는 제목을 보자마자 바로 재생을 누르고 이불을 덮었다.
취향에 따라 갈릴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글은 (매우매우)사적인 리뷰이니만큼 솔직히 말하겠다. 커피소년의 온전한 사랑을 읊조리는 목소리는 뻔하고 단조로운 멜로디에도 정말 매력적이다. 연간 23조를 벌어들이며 빨간 상의만 걸치고 다니는 노란 곰탱이의 주식과 같달까. 아무튼 좋다는 소리다.
자세히 뜯어보자면 가사에서 뭔가 특이한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분명 남성인 커피소년이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인데 가사에서 '여성성'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첫 소절 가사는 “그대 내게 올 때 백마 타고 오지 않아도...”다. 사실 백마를 타고 오는 주인공으로 우리들은 흔히 '왕자님'을 떠올린다. 아 물론 21세기 성평등 사회에 허리에 칼 찬 공주님도 충분히 백마를 탈 수 있다만, 기본적으로 백마탄 주인공으로는 분명 왕자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리고 관용표현까지는 아니더라도, '백마탄 왕자님'이 여성화자가 사용하는 표현으로 자주 쓰인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커피소년의 <그대 내게 올 때>를 들으며, 조금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사회적인 것을 떠나서, (조금은 보수적인 표현으로 쓰이는) '남성적 어조'와 '여성적 어조'가 서로 다른 성별을 만났을 때의 매력을 깨달았달까?
이 이야기에 성별분쟁을 조장한다거나하는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전형적인 여성적 어조' 즉 사랑의 관계에 놓여있는 남-여 관계에서 여성화자가 주로 사용하는 단어를 남성이 사용해 노래했을 때의 그 매력을,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다리는 잠오지 않는 밤에 이 노래를 들으면서 목소리를 따라 남성 화자가 되어보기도 하고, 가사를 따라 여성 화자가 되어보기도 하자! 3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여러가지 의미에서 색다른 느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짧은 오늘의 리뷰, 때로는 내 색안경이 이 글을 읽은 모두에게 좋은 경험을 선사해준다면 좋을 것 같다.'아티클 > 리스트&시리즈'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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