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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쓸신잡] 엉터리 래퍼의 진짜배기 벌스 5선
    아티클/리스트&시리즈 2019. 4. 17. 16:42

    Written By 유하람

     

    Ⓒ 릴 펌 페이스북

     

    랩을 못하면 래퍼 대접  받는다.  당연한 말처럼 들린다. 재밌게도 ‘상업성 초점을 맞춰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다들 알다시피 실력과 인기는 비례하지 않으니까. 그런데 정말 그중에서도 ‘ 랩이 좋다고?’ 싶은 가수들도 종종 있다. 치프 키프(Chief Keef) 그랬고, 치프 키프가 그랬고, 치프 키프가 그랬듯이. 지금이야 시카고 드릴 (Drill Scene) 개척자로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전성기 시절 그는 한국 한정 ‘칲신벌레라는 별명까지 하사 받으며 모든 벌스가 쓰레기라는 혹평에 시달렸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리스너, 혹은 진성 ‘칲신숭배자  몇몇은 의구심을 품었다. ‘과연 건질 벌스가 하나도 없을까?’ 그리고 찾아냈다. 깐깐한 매니아까지 만족시킬만한 기막힌 벌스를. 레드 카페(Red Cafe) ‘Gucci Everything’이라는 곡에서 치프 키프는 곡주인은 물론  잘하기로 유명한 패볼러스(Fabolous)까지 제치고 베스트 벌스를 차지한다. 지금도 ‘Gucci Everything’ 뮤직비디오 유튜브 댓글창은 치프 키프에 대한 찬양만이 가득하다.

     

    타율이 1할이어도 담장을 넘기면 홈런이다. 래퍼가 치프키프여도 벌스가 훌륭하니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놀랍게도,  한편으로는 놀랍지 않게도 이런 엉터리 래퍼의 진짜배기 벌스는 생각보다 많다. 당장 손에 꼽을  있는 래퍼만 다섯 명이라고 하면 믿을  있겠나. 믿기지 않는다면  귀로 직접 확인해보자.

     

    Ⓒ 와카 플로카 플레임 페이스북

    # Waka Flocka Flame ‘Rage The Night Away’

    엉터리 래퍼에도 계보가 있다면 와카 플로카 플레임(Waka Flocka Flame)  조상격이지 않을까. 2010 발매한 데뷔앨범 <Flockaveli> 평단과 차트 모두 휘어잡은 와카였지만 이후 그에게 따라다닌 꼬리표는 ‘비싼 비트에  싸는 래퍼였다. 실제로 와카는 2010년대 트랩 힙합 개척자  일반팬들에게 가장 대접을  받는 편이었다.

     

    그런 그가  차례 이미지를 전환한 계기가 있었다. 바로 EDM 프로듀서 스티브 아오키(Steve Aoki)와의 협업이었다. 힙합 뮤지션과 협업을 자주 하기로 유명한 아오키지만 와카를 선택할 당시 반응은 ‘굳이?’였다. 그렇게  못하는 래퍼까지 데려다 써야겠냐는 뜻이었으리라.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생목 샤우팅에 가까웠던 와카의 랩은 상당히 세련된 스타일로 변해있었고, 평생 보여준  없는 빽빽한 박자 구성으로 듣는 이를 놀라게 했다.

     

    - 스티브 아오키 'Rage The Night Away' 뮤직비디오

     

    이후 ‘EDM 취한 와카는 EDM 앨범 발매까지도 욕심을 뒀고, 각성한  실력으로 한동안 좋은 작업물을 보여줬다. 아쉽게도 최근엔 소속사와의 분쟁, 절친이었던 구찌 메인과의 갈등, 대선출마 준비(!) 같은 외적인 일로 잠잠해졌다. 와카의 팬들은 그저 그에게 영광을 가져다  <Flockaveli>  번째 시리즈에서도 ‘Rage The Night Away’ 시절 폼을 보여줄  있을지 기다리고 있다.

     

    Ⓒ 릴 야티 페이스북

    # Lil Yachty ‘Freestyle On Beats 1’

    트랩 힙합이 유행할 때도 ‘멍청하기 짝이 없다 반응하던 올드팬들은 멈블랩(Mumble Rap) 등장엔 뒷목을 잡고 쓰러졌다. 발음을 파괴하다시피 뭉개가며 발랄하게 노래하는 그들에겐 ‘힙합도 아니다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가장 뭇매를 맞은 사람이  야티(Lil Yachty)였다. 야티는 자기가 멈블을 하는 데서 나아가 ‘옛날  상징을 건드린 탓이 컸다. “비기와 투팍(2Pac) 노래를 5곡도 모른다”, “드레이크(Drake) 그들보다 났다고까지 말했으니  역풍은 짐작 가능하리라.

     

    그런데 야티는 여타 ‘엉터리 래퍼들과 달리 재평가 받을 기회를 아주 빠르게, 그것도 온전히 자기 힘으로 만들어냈다. 2016 3 데뷔 믹스테이프 ‘Lil Boat’ 발매한 야티는 8개월  비츠원(Beats1) 라디오에서 2 가량 프리스타일을 선보인다. 올드스쿨 붐뱁 비트에 야티는   없이 동부 스타일 랩을 쏟아낸다. ‘옛날  거의 듣지 않고 살았다는 야티에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현란하고, 아주 세련됐다.

     

    - 릴 야티 프리스타일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XXL 프레시맨 싸이퍼에서는 세잇단 플로우도 버거워하던 야티의 뚱뚱한 혀가 이토록 유연할  있다는  놀랐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후 ‘ 야티가 랩을 못한다 평가는 전에 비해 상당히 들어갔고, 알게 모르게 다른 멈블 래퍼들이 랩을 못하다고 까일  약간은 비켜서 있었다. 주로 까이던  래퍼들이 지금은   나가고 야티는 인기가 많이 식어버린  아이러니할 뿐이다.

     

    Ⓒ 솔자보이 페이스북

    # Soulja Boy Tell’Em ‘Whippin’ My Wrist’

     리스트 중에서도 솔자 보이(Soulja Boy Tell’Em) 독보적이다. 냉정히 말해 솔자는 그냥 랩을 못하는  맞다. 야티처럼 ‘감각적이라거나 와카 마냥 ‘스타일따위의 말로 포장이 불가능하다. 히트곡들에선 발음과 톤이라도 안정적이지만, 과작이 시작된 이후로는 캐치한 훅을 만드는 재주와 함께 그나마도 사라졌다.    동안은 ‘Diamonds & Gold’, ‘New Drip’  트랩 래퍼들이 어설프게 멈블을 따라하는 전형을 보여주며 청자를 괴롭게 했다.

     

    그런데 무차별 난사를 하다보면   정도는 걸리가 마련인 걸까. 언급한 ‘Diamonds & Gold’보다 겨우 7개월 먼저 발매한 ‘Whippin My Wrist’에서 솔자는 3 가까이 스킬풀한 랩을 쏟아낸다. 역시 얇고 높은 톤이지만  잘하기로 유명한 빅션(Big Sean) 연상케하는데, 과장이 아니라  곡에서만큼은 오히려 그를 능가한다고까지 느껴진다.

     

    - 솔자보이 'Whippin My Wrist' 뮤직비디오

     

    단순히 타이트해서가 아니다. 솔자는 한창 잘나가던 2009년에도 ‘POW’ 같은 트랙에서는 음절을 쪼개 두다다다 쏘아대는 퍼포먼스를 보여준  있다. 하지만  트랙에서는  못하는 래퍼가 어설프게 기교를 부리는 차원이 아니다. 상기한 단점은 아예 드러나지 않으며, 발성부터 솔자가 이렇게 뱉을  있었나 의구심이  정도로 탄탄하다. 그래도  잘한 벌스 모음집인 이번 시리즈에서도 단연  손에 꼽는다. 감히 말하건대 ‘Whippin My Wrist’ 한정으로 솔자보이는 일류 래퍼가 맞다.

    Ⓒ 프렌치 몬타나 페이스북

    # French Montana ‘We Go Where Ever We Want’ 

    모르긴 몰라도 아직까지 살아남은 ‘엉터리 래퍼 가장 ‘호구이미지는 프렌치 몬타나(French Montana) 아닐까 싶다. 툭하면 거물만 모인 단체곡에 끼어들어 스킵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주제에  인기는 많은 . 피쳐링에 얹혀가기만 하면서 굵직한 레이블이  곳씩이나 밀어주는 . 아라비안이면서 N워드는 마구잡이로 쓰는 . 추임새 ‘~’ 기억나는 . 대충 힙합 매니아 층에서 생각하는 몬타나란 캐릭터는  정도다.

     

     사람들은 알지만 몬타나가 그렇게까지 만만한 인물은 아니다. 작품단위 성과가 미미한  사실이지만 몬타나는 음악적 감각을 확실히 가지고 있고,   감을 뚜렷한 억양과 색깔로 살릴  아는 래퍼다. 특히 올드스쿨 힙합에 대한 이해도가 굉장히 뛰어나서 명작 리메이크에 탁월한 재주를 보인다. 비셔스(Vicious) ‘Freaks’, 맙딥(Mobb Deep) ‘Hell On Earth’, 비기 ‘Nobody’  자칫 잘못 건드리면 욕만 먹기 좋은 작품들을 훌륭하게 자기 색으로 소화한  있다.

     

    - 프렌치 몬타나 'We Go Where Ever We Want' 팬메이드 뮤직비디오

     

    그중에서도 몬타나가 랩으로 가장 멋있게 보여준 곡은 래퀀(Raekwon) ‘Ice Cream’ 리믹스, ‘We Go Where Ever We Want’. 정규 1 <Excuse My French> 수록된  트랙에서 몬타나는 우탱(Wu-Tang) 멤버인 원곡 주인까지 불러내는 패기를 보인다. 훅만 부르는 꼼수를 부리거나 오토튠을 깔지도 않는다. 래퍼대 래퍼로 나란히 등장하며, 심지어 곡주인으로서 존재감을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몬타나가  떴는지 이해가  된다면  곡을   들어보길 권한다.

    Ⓒ 릴 펌 페이스북

    # Lil Pump ‘Welcome To The Party’ 

    개인적으로 2016  (Lil Pump) 셀프타이틀 싱글 ‘Lil Pump’ 들고 나왔을 때의 충격은 아직도 형언하기 어렵다. 실력을 떠나  자체로 현기증이 나는 음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절대 ‘정상으로 들리지 않는 괴랄한 하이톤, 단어가 없는(...) 가사, 근육도 없는 맨몸을 자랑하듯 보여주는 정체불명의 뮤직비디오 등등. 이는 비단 필자만 가진 생각이 아니었고,  펌은 빌보드 정상을 향해 달려가는 동시에 음악만으로 무수한 안티를 양산했다.

     

    그러다 ‘Gucci Gang’ 메가히트를 기록한 뒤로 부정적인 평가가 일부 뒤집어지기 시작한다. ‘감각이 있다 점에서 확실히 인정을 받았고, 기본기에 대한 지적도 줄어들었다.  계기  하나가 데드풀 2 OST ‘Welcome To The Party’ 피쳐링이었다.  트랙에서  펌은 장난끼와 발음 뭉개기를 자제하고 벗어나 다양한 박자로 벌스를 꾸민다. ‘ 하는  아니라  하는 거다라고 말하듯  펌은 의외의 테크닉을 선보인다.

     

    - 디플로 'Welcom To The Party' 뮤직비디오

     

    미니멀리즘의 상징 같은  펌이  잡고 랩을 뱉자 팬들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 “ 펌이 단어를 2 이상 쓰다니”, “영어를   알긴 했었네”, “드디어 초등학교 5학년 영어반은 수료했구나!” 등등. 농담조로 말하긴 했지만  펌이 스킬이 전무한 래퍼는 아니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하게 됐다. 이후  펌이 점차 곡을 세련되게 꾸미면서 마냥 멍청멍청하게 랩하던 시절보다 차트 성적이 떨어졌다는 사실은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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