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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호현의 보컬살롱] Billie Eilish는 어떻게 '안티팝'으로 승리했는가
    아티클/리스트&시리즈 2019.06.21 22:11

    Contributed by HoHyeonKim

     

    빌리 아일리시 'Bad Guy' 싱글 커버

    빌리 아일리시(Billie Eilish)가 2001년생이라는 사실이 놀라운 것은 단지 그의 도발적인 앨범 커버 때문만은 아니다. 그의 음악은 대중성이란 단어가 무슨 의미였는지 돌아보게 한다. 보컬을 가르치는 트레이너들, 가수를 꿈꾸는 연습생들의 뒤통수에 섬뜩한 조소를 날린다. 고루한 생각의 틀에 갇혀있던 프로듀서들은 차트 상위권에 걸려있는 그의 노래를 보며 마치 경제를 설명해내지 못하는 경제학자처럼 무력감을 느낀다. 그의 노래 제목처럼 그는 정말 <bad guy>다.

    그의 음악에선 익숙함과 기괴함을 모두 느낄 수 있다. 익숙함은 그가 딛고 올라선 차일디시 감비노(Childish Gambino), 타일러 더 크리에이터(Tyler, The Creater) 등 선배 뮤지션들의 영향 때문에 느껴졌을 것이고, 기괴함은 의식의 흐름대로 솔직하게 표현한 십 대 특유의 불안감과 공포감 때문에 느껴졌을 것이다. 그는 조화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의 감정을 정교하게 통제하여 그 감정들 사이에서 발현되는 신선함을 의도한다. 완벽하게 계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빌리 아일리시는 <bad guy>에서 이러한 정밀한 기술을 맘껏 보여준다. 그는 이 곡에서 미니멀한 루프 위에 강박적이라고 할 만큼 반복된 리듬의 음정을 노래하는데, 이때의 톤이 거의 자다 일어난 것처럼 무심하다. 무심한 톤을 연기하며 빠른 리듬을 정확하게 반복하는 것은 맛없는 표정을 지으며 맛있는 식사를 허겁지겁 먹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다. 규칙적인 리듬 위에 미분음으로 조율된 화성이 드문드문 들리는 점도 흥미롭다. 그의 음악의 실험적 면모를 볼 수 있는 장치다.

    그는 명백히 의도한 음악적 장치를 통해 강박감, 불편함, 불안감 등의 감정을 치밀하게 배치한다. 이런 감정들은 모두 조화나, 숭고함 등 음악의 전통적 아름다움과는 반대편에 자리 잡고 있는 감정들이다. 따라서 감상에 피로감이 들 수 있지만, 그는 감상자가 불편함에 피로감이 들 때 즈음 한 템포씩 쉬게 해주며 그다음에 있을 불편함을 견디도록 감상자의 감정을 환기한다. 마치 괴롭힘과 장난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불량 청소년의 모습 같다. 이것은 분명한 조롱이다. 질서를 좋아하는, 조화를 사랑하는 우리에 대한 조롱. 빌리 아일리시가 안티-팝 아티스트라고 불리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혹자는 기존 사례를 근거로 안티-팝이 비교적 한계가 명확한 시도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안티-팝이 공고한 질서를 억압으로 느끼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신선함을 주었을 뿐 실제로는 아무것도 무너뜨린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빌리 아일리시도 결국 견고한 메인스트림의 아성을 깨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조심스럽게 그들의 주장을 평가해 보자면, 필자는 그들의 주장 중 적어도 빌리 아일리시에 대한 예상만큼은 그들이 헛다리를 짚었다고 확신한다. 그들은 음악 유통 시장 구조의 변화를 변수로 생각하지 못했다. 빠르고 쉬운 공급과 소비가 가능해진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음악 유통 시장에서는 공고한 질서의 메인 스트림 자체가 더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서브컬처의 개념도 모호해졌다. 빌리 아일리시가 들려주는 안티-팝은 이전의 선배들이 보여주었던 안티-팝, 즉 메인스트림과 서브컬처의 대결 구도에서 한 축을 지지하는 안티-팝이 아니다. 감상자로 하여금 이미 없어진 질서의 흔적들과 싸우게 하는 안티-팝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같은 세상에서 유튜브 누적 조회 수가 25억인 뮤지션을 어떻게 서브컬처라고 할 수 있겠는가?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의 음악을 듣고 있으면 뒤통수가 서늘한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의 섬뜩한 조소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새로운 시대가 왔으니 구시대의 망령을 완전하게 도려내라고 태연하게 툭툭 내뱉으며 칼까지 건네는 배짱에 소름이 끼친다. <bad guy>를 들으며 앨범 커버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허여멀건 한 빌리 아일리시의 눈에서 언뜻 너바나(Nirvana)가 보이는 것 같다.

     

    - 빌리 아일리시 'bad guy' 뮤직비디오

     

    김호현의 보컬살롱 시리즈

    2019/06/12 - [아티클/리스트&시리즈] - [김호현의 보컬살롱] 김나영, '내 이야기'를 만들다

    댓글 2

    • 프로필사진

      빌리아일리시... 이런가수도 있었군요^^ 음악시장변화얘기는 공감하는것같아요 항상좋은글 감사합니다.

      다음번엔 김범수도 써주세요!!(엥?)

      2019.06.21 22:53
    • 프로필사진

      익숙한듯 새로운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가는 거 같아요 ㅋㅋ 차일디시 감비노 뮤비를 처음봤던 순간이 기억났네요

      2019.06.27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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