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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현의 보컬살롱] 나오미 스콧과 디즈니, 진부함을 극복하는 방법아티클/리스트&시리즈 2019. 7. 4. 11:55
Contributed By HoHyeonKim
올해 개봉한 디즈니의 영화 <알라딘>을 관람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스민 공주를 연기한 배우가 누군지 찾아본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어서 <알라딘>의 연관 검색어로 나오미 스콧(Naomi Scott)이 뜨는 현재 상황에 일조했다. 영화 제목을 차지한 주인공 알라딘의 배우 보다도 나오미 스콧이 더 주목을 받는 이유는 그만큼 신선한 연기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리라. 이 같은 호연과 영화의 흥행에 힘입어 나오미 스콧이 연주한 음악 <Speechless>도 배우 본인 만큼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알라딘>은 뮤지컬 영화이다. 따라서 음악이 영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뮤지컬 영화에서 사용되는 음악은 영화의 내부에서 극 자체를 주도하며 끌고 나가는 음악이기 때문에 가창자가 신경 써야 할 요소도 다른 장르와 달라진다. 극 중의 상황과 대사의 맥락 등 다방면으로 신경을 집중해야 한다. 쉽지 않은 장르다. 나오미 스콧은 <Speechless>에서 오랜 전문 뮤지컬 학습 경력을 증명이라도 하듯 이런 작업을 성공적으로 해냈다.
나오미 스콧의 보컬 테크닉엔 세련된 매력이 있다. 또렷한 믹스보이스와 힘 있는 벨팅으로 곡을 뚝심 있게 끌고 나간다. <Speechless>에서 돋보이는 점은 극의 몰입에 방해가 된다면 그것이 음악적 기술에 의한 감동일지라도 철저하게 절제되었다는 점이다. 나오미 스콧은 가수 활동도 병행하고 있는데, 그는 그의 노래 <Hear The Bells>등에서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기술들도 너끈하게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가수 활동 중 보여준 이런 화려한 기술을 고려할 때 나오미 스콧이 <Speechless>에서 보여준 절제는 능력 부족의 증거가 아니라 의도된 장치였다고 결론짓기에 무리가 없다. 그러므로 <Speechless>가 우리에게 주는 감동을 설명하기 위해 음악적인 측면에서만 살펴본다면 곡에서 의도된 감동의 절반만 설명하는 셈이다.
일부러 비워 둔 절제의 공간을 메꾸고 있는 또 다른 감동의 종류는 스토리가 주는 극적인 감동이다. <Speechless>는 1994년 원작에는 없던 곡이다. 유일하게 프린세스 송이 없는 공주 캐릭터인 원작의 자스민에 대한 미안한 마음 때문인지 이번 영화의 제작진은 자스민 공주를 원작의 자스민보다 훨씬 능동성과 책임감있는 캐릭터로 만들어냈다. 하지만 영화 내에서 자스민 공주를 둘러싼 세계는 능력 있는 공주에겐 너무나 고압적으로 다가온 차별의 세계였다. 이에 대한 분노가 폭발하는 장면에서 나오미 스콧이<Speechless>를 연주한다. 전형적인 페미니즘 내러티브의 카타르시스다. 제작진은 과감하게도 이런 내러티브의 새로운 프린세스 송을 불후의 명곡 <A Whole New World>와 함께 더블 타이틀로 넘버링했다. 너무나도 2019년스러운 결정이다.
필자가 관심이 가는 부분은 전형적인 음악에 시의성 있는 메시지를 띄운 제작진의 영리함이다. 전형적인 음악은 친근하다는 장점과 진부하다는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는 양날의 칼이다. <알라딘>의 제작진과 나오미 스콧은 예민하게 훈련된 요리사처럼 이 위험한 칼을 적절하게 사용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감추는 데 성공했다. 의도한 바겠지만 <Speechless>는 3초 뒤가 예상이 가는 전형적인 음악이다. 제작진은 과감하고 시의성있는 내러티브로 단점을 메꾸고 관객의 집으로, 출근길로, 퇴근길로 배달해 <Speechless>를 관객 개개인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나오미 스콧이 주목을 받는 이유 역시 이런 영리한 전략을 완벽하게 수행해 냈기 때문일 것이다.
노래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노래할지 고민하다 누구에게, 무엇을 노래할지 까먹곤 한다. 그러나 청자와 내용이 고려되지 않은 가창은 연습일 뿐이다. 문득 UFC 선수 코너 맥그리거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그는 "정확함이 파워를 압도하고, 타이밍이 스피드를 이긴다"고 말했다. 나오미 스콧은 새로운 스타 탄생의 순간에서 <Speechless>를 통해 격투계의 격언을 준용하기라도 하는 듯 "내용이 테크닉을 압도하고 시의성이 진부함을 극복한다"고 말한다.
<Speechless>의 마지막 소절 가사는 다음과 같다.
"I won't go speechless"
정확한 타격이다.
- 나오미 스콧 'Speechless' 오피셜 비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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