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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급효과를 위한 연대 - 노머시 페스트(No Mercy Fest) 인터뷰아티클/인터뷰 2019. 11. 12. 10:03
하야로비 기획을 되돌아보면 밴드를 다루는 인터뷰는 속된 말로 우는 소로가 서두를 꾸밀 때가 많았다. 앨범 내기 어렵다, 공연 열기 어렵다, 홍대씬이 어렵다 등등. 특별히 '감성팔이'를 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 아니다. 진부함을 피하기 위해 의식적으로 다른 포인트를 잡으려고는 하지만, 실제로 밴드들을 옆에서 봤을 때 가장 두드러지는 이야기는 생존 그 자체다. 인상적인 부분은, 그럼에도 누군가는 미래를 내다보고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또 희망을 이야기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공연기획팀 노머시 페스트(No Mercy Fest) 스탭진은 그중에서도 가장 힘 있는 걸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Q. 노머시 페스트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류진아 : 대외적으로는 해외 밴드와 교류하며 헤비메탈 씬을 활성화 시키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한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공연주최사가 밴드를 잘 불러주지 않으니 우리가 직접 판을 벌려보자는 생각이었다. 처음엔 해머링 멤버 네 명이서 만들다보니 힘들었지만 패밀리가 늘고 지원사격을 받으면서 벌써 10회까지 왔다. 항상 감사한 마음이다.
Q. 지역 밴드간의 대결에서 실내 록 페스티벌에 가까운 지금의 형태로 넘어오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한데.
류진아 : 특별히 방향성을 가지고 바뀌었다보다 꾸준히 변화를 주려는 편이다. 앞으로도 그러려고 하고. 똑같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그래서 노머시 페스트는 1회부터 10회까지 매번 컨셉이 다르다. 그만큼 아이디어를 짜느라 힘들어했다.
Q. 컨셉 구상 외에 특히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
김기찬 :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다. 기획사나 스폰 없이 밴드 단위로 하다보니 일단 큰 공연장을 빌리기부터 어렵다.
류진아 : 그래도 이번엔 롤링 홀이라는 좋은 공연장에서 하게 돼서 기분 좋다.
Q. 도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용훈 : 원래 인천에서 무대를 가지다 3회 때 서울로 올라왔는데, 개최 한 달을 남겨놓고 공연장 측이 폐업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 급하게 수소문해 상암 모 공연장을 잡았는데 이쪽은 주로 힙합 뮤지션이 서던 곳이라 록 밴드가 서기엔 장비가 많이 부족했다. 장비도 추가로 구하고 직접 옮기다보니 환경이 열악했지. 그럼에도 관객분들이 공연장을 꽉 채워주셔서 라이브는 분위기 좋게 했던 기억이 있다.
Q. 각자 노머시 페스트에 합류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다.
유강희 : 2018년 (염)명섭이 형이 노머시 산하 브랜드로 헤비게더링이라는 공연을 만들었고, 난 내 밴드 잭스(The Jaxx)로 첫 이벤트 라인업에 설 예정이었다. 그런데 스탭도 외부 인력도 없는 상태라 명섭이 형이 당일 진행을 도와달라고 하셨다. 원래 잘 아는 형이기에 당연히 오픈부터 마감까지 열심히 했다. 그게 마음에 드셨는지 정식 스탭 자리를 제안하셨고, 난 1초의 고민도 없이 승낙했다. 어떤 밴드건 사람이건 좋아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고, 날 필요로 해주면 감사하다고 생각했으니까.
Q. 이후 잭스는 헤비게더링을 넘겨받아 개최하고 있다. 기획에 더욱 깊숙히 관여하게 된 셈인데 현재 상황은 어떻나.
유강희 : 원래는 음악을 만들고 라이브하는데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쇼를 브랜드화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쓰게 됐다. 쇼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됐다. 지난 헤비게더링은 온전히 잭스 프레젠트가 아니라 공동기획 형태였기 때문에 아직 홀로서기를 해보지는 못했다. 열심히 하면서 많이 배워나가려고 한다.
Q.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제안을 받았나.
김문영 : 2012년도에 해머링을 알게 되고 나서 팬으로서 어떻게 하면 해머링을 홍보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선물로 만든 팔찌가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머천다이즈가 좋은 방법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수건과 티셔츠에 후드까지 만들고 있고, JUMF나 펜타포트에서는 하루 80만원까지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지금까지 20여가지 아이템을 만들었고 거의 다 매진될 될 정도로 잘 팔고 있다. 머천다이즈 팀으로 일하고 있는 지금은 멤버들과 의논하면서 신제품을 구상하고 샘플을 만들고 있다. 앞으로는 해머링뿐만 아니라 노머시 페스트만의 머천다이즈를 만들어가려고 한다.
서형선 : 난 이번 10회 공연부터 참여하게 됐다. 해머링은 5~6년 전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후 내가 외국에 나가 있어 교류는 없었다. 그러다 올해 JUMF와 펜타포트에서 다시 만남을 가졌다. 이후 제안을 받았을 때 원래 음악을 좋아하기도 하고, 페스티벌 기획 자체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함께하기로 했다. 소위 말하는 ‘덕심’이 강한 편이라 좋아하는 밴드와 함께하는 과정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이동원 : 2013년도에 문영쌤을 먼저 알게 됐고, 한참 촬영 초보시절부터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아 함께하게 됐다. 펜타포트 예선전 촬영을 시작으로 지금은 사진과 영상 모두 담당하고 있다.
류주희 : 난 보컬 와이프라서 선택사항이 없었다(전원웃음). 원래는 공연만 보러 다녔는데 문영이가 옆에서 너무 열심히 해서 안 도와줄 수가 없었다. 같이 하다보니 성취감도 있고, 또 가만히 있는 것보단 나으니까. 처음엔 머천 팀을 같이 했고, 지금은 총무 역할도 같이 하고 있다.
김정환 : 7회차 때 통역을 도와주면서 비공식적으로 참여했고, 그때 노머시 페스트가 전문성에서도 멋에서도 다른 홍대 기획공연과 차별화된다고 느꼈다. 내 생각을 읽기라도 했다는 듯이 정식 스탭 자리를 제안해주셨고 난 기쁜 마음에 합류했다.
Q. 머천다이즈 파트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듣고 싶다. 인디 록 씬에서는 보기 드물게 다양한 머천다이즈를 판매하고 있다. 머천다이즈 제작에 적극적인 이유와 특히 신경쓰는 부분이 있다면.
김문영 : 반응이 좋은 게 컸다. 사람들이 내가 기획한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게 신이 났다. 그래서 이익이 나는 대로 또다른 머천에 투자를 하면서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 성공한 덕후의 삶인 셈이다(웃음).
만들 때는 이걸 내가 갖고 싶고 입고 싶은지 냉정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아주 신중하게 제작한다. 대량 생산 전엔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항상 샘플 제작에 많은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다. 영어 전공을 살려 외국 사이트도 많이 참조하고, 업체를 고를 때도 후기를 꼼꼼히 확인한다. 새로운 시도도 꾸준히 의식하고 있다.
Q. 수익이 거의 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속해나가는 데 어려운 부분이 있지 않나.
김기찬 : 수익에 대한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적어도 노머시라는 브랜드로 목표하는 1순위가 돈은 아니다. 노머시라는 밴드 기획공연을 널리 알리고 나아가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페스티벌을 만들자는 꿈이 있다. 오즈페스트, 헬페스트, 낫페스트처럼 차후에는 한국하면 노머시 페스트라는 이름이 떠오르게 만들고 싶다.
류주희 : 난 기획을 통해 적자가 나지 않으면 성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노머시 페스트틑 초반부터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Q. 굳이 재정적인 문제가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이 오랜 시간 끌고 가는 프로젝트인 만큼 분명 힘든 순간이 있을 것 같은데.
염명섭 : 개인적으로는 작년 헤비게더링이 많이 힘들었다. 게스트 섭외가 파토나면서 큰 타격을 입었고, 정말 더는 계속할 힘이 없다고 생각했다. 멤버들이 믿고 지지해준 덕분에 겨우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돌아와서도 쉽지는 않았다. 공연장 섭외도 어려웠고, 겨우 잡은 장소도 신촌이라 관객이 역대 최저였다. 손해가 몇 백만원 이상 났다. 내가 우스갯소리로 기타 몇 대 팔았다고 할 정도로. 그래도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만들어갔다.
Q. 그럼에도 5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연을 주최할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김기찬 : 이렇게 끌고 나가는 명섭이 형의 추진력이 있고, 또 멤버끼리 도와주기 때문에 이겨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염명섭 : 불화도 있었고 나간 사람도 있지만, 적어도 지금 있는 스탭들은 서로 가장 신뢰하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말하자면 최정예 멤버라고 생각한다. 힘들어도 단체로 움직이기에 버틸 수 있는 부분이 분명 있다.
유강희 : 평소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쌓은 유대가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김문영 : 모든 스탭이 최선을 다한다. 준비하는 내내 가능한 대로 모여서 회의하고 의견을 나눈다. 사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렇게 고생하면서 단단해지고 뭉치는 느낌이 있다. 서로 시너지를 얻는다고 생각한다.
Q. 말한대로 한 브랜드를 끌고가는 과정이 분명 부담이 될텐데, 그럼에도 산하 기획을 늘려가는 이유가 있나.
염명섭 : 기획 목표에따라 보여줄 수 있는 그림이 다르잖나. 헤비게더링은 디아블로(Diablo), 버스터즈(Bursters)처럼 서로 친하고 힘이 되는 팀끼리 모아서 연말에 여는 송년회 느낌이고, 메탈업라이징은 새 얼굴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메탈업라이징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일본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대형 페스트가 신인을 뽑는 행사를 꼭 진행한다. 뻔한 라인업 돌려막기에 그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우리 역시 노머시 페스트 출연이라는 동기를 부여해 신진 밴드를 찾아내고, 우리는 그렇게 교류하는 팀 중에 마음이 맞으면 좋은 관계로 발전시키고 있다. 뉴클리어 이디엇츠(Nuclear Idiots), 잭스가 그 예다.
메탈업라이징은 이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내년 3월 7일 프리즘홀에서 다음 회차가 예정돼있는데, 이미 참여팀이 너무 많아서 선별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자세한 일정은 11월 중순쯤 공개할 예정이다. 본선 참여팀 수도 늘리고 장르 폭도 넓혔다. 다른 기획쪽에서 우리를 모범사례로 참조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웃음).
Q. 그러면서도 노머시 페스트라는 이름이 권력으로 작용할까 우려해 명함을 안 판다는 말을 들었다.
염명섭 : 그렇다. 애초에 노머시 페스트를 거대집단화할 생각이 없다. 노머시 페스트를 레이블이나 기획사로 만든다면 아티스트 연락부터 세금 계산까지 분명 쉬워질 것이다. 하지만 사업체가 되는 순간 공연 주최는 의무가 되고, 의무가 되는 순간 성과에 집중하게 된다. 우리는 그렇게 하지 말자고 이야기했다. 지금도 우리 스탭들은 상황이 안정이 될 때마다 한 번씩 이벤트를 열고 있다. 앞으로도 사업자를 굳이 내진 않을 것 같다. 물론 개인이 필요에 따라 노머시 스탭이라는 명함을 만든다면 말리지는 않는다.
김정환 : 난 개인적으로 홍보 겸 기념을 위해 만들었다.
Q. 노머시 페스트로 각자 얻어가고 싶은 게 있는가. 굳이 물질이 아니라도.
유강희 : 말했다시피 좋아하는 밴드, 좋아하는 사람을 도울 수 있는 일 자체가 값지다고 생각한다. 결과나 수치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는 가치 있는 일을 그대로 실천하는 거니까.
김기찬 : 부와 명예?(전원웃음) 교류, 단합, 그리고 융화 아닐까 싶다. 합을 맞추다보면 단순히 여러 사람의 모임 이상의 힘이 있다. 서로에 대해 다방면으로 많이 알게 되기도 하고.
서형선 : 머천다이즈, 사진, 포스터(웃음). ‘성공한 덕후’답게. 특히 이번엔 라인업이 너무 좋아서 벽에 붙여놓고 옆에서 많이 보고 싶다.
김문영 : 파급효과를 만들고 싶다. 보여주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지만,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이 귀감이 되고 자극이 된다면 기쁘지 않을까. 후배 밴드와 기획자가 보기에 저렇게 씬에 기여를 할 수 있구나 느껴졌으면 좋겠다. 노머시 페스트는 우리가 들인 노력과 시간에 비해서는 본전, 어쩌면 그 이하의 성과를 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그 과정과 의미에 우리는 만족하고 있고, 나아가 이 모든 노력이 씬에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한 마디. 부탁한다.
염명섭 : 기획공연이 끝난 뒤 ‘왜 했지’, ‘다신 하지 말자’며 힘들어하는 주최자가 많다. 그래서 관객분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피드백이 참 중요하다. 주최자 입장에서는 이벤트가 받는 애정과 관심을 확인할 때 가장 힘이 난다. 그게 리뷰가 됐든, 영상이 됐든. 그러면 우리도 모르게 다음을 준비하고 있더라.
홍대 록씬이 중간이 없다. 올드스쿨 팬들은 나이가 있고, 뉴스쿨 쪽은 대부분 20대 초반이다. 한편으로는 홍대씬 자체가 너무 좁아져서 대중과의 연결고리가 약해졌다. 노머시는 대중과 매니아, 올드팬과 신규팬 모두를 연결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 문화의 싹이 자랄 수 있도록 많이 응원해달라.
사진촬영 : 유하람, 이동원
인터뷰 : 유하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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