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한국 힙합 작가주의의 최전선 – XXX 인터뷰
    아티클/인터뷰 2018. 12. 30. 20:10

    지독하다. 철저한 작가주의로 ‘마이웨이’를 걷는다. 스스로의 오리지널리티를 잃었다고 느낄 때 뒤돌아 보지 않고 버린다.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현 시대 최고의 1 MC 1 프로듀서 그룹 XXX, 그들을 하야로비가 만났다.



     

    반갑다. 인터뷰를 읽는 독자들에게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김심야(이하 김): XXX의 김심야(Kim Ximya)라고 한다

    프랭크(이하 프): 프랭크(FRNK)라고 한다

     

    XXX로는 이후 2년만에 발매된 첫 정규 앨범이다. 2년이라는 공백 동안의 근황을 알려달라.

     

    김: 그저 <LANGUAGE>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너무 오래 기다리다 보니 약간은 초연한 상태이기도 하다.

     

    음악 외적인 이야기는 없나.

     

    김: 워낙 오래 기다리다보니 기다림의 새로운 영역으로 발을 넓혔다(웃음). 이걸 기다리면서도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방법을 찾기 위한 정신적 여행을 했다.

     

    프: 클라이밍도 했고… 그 밖엔 나도 비슷했다.

     

    이후 나올 앨범을 위한 세이브를 모아두는 작업은 없었나.

     

    프: 또 그런 건 없었다. 난 매 앨범 새로운 바이브를 담아낸다. 한 앨범 안에 일관된 바이브가 작업 중에 유지되고 있기 때문에 이에 집중하느라 다른 것엔 손도 못댄다. 음악적으로 거의 갇혀살다시피해서 작업을 두 개 이상 병행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앨범 하나가 끝나야 다른 작업에 들어가는 편이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앨범 발매가 수차례 연기되어 팬뿐만 아니라 아티스트 본인도 지쳤다는 언급을 수차례 해왔는데, 앨범을 낸 소감이 어떤가? 후련한 마음이 클 것 같은데.

     

    김: 반만 후련하다. 나머지 반이 남았으니까.

     


     

    타 웹진과의 인터뷰에서 “앨범이 완성되었지만 (회사에서)너무 발매를 안 해줘 같이 회사 욕을 했다”고 말했다. 정확히 앨범이 미뤄지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김: (웃음) 우리를 괴롭히려고 그런 건 아니고, 아무래도 우리 회사는 특히나 아티스트 혼자서 “이걸 이렇게 하고, 이렇게 내자”는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가 아이디어를 내면 회사에서도 “이 방식은 어때” 라고 제안하며 진행하는 형태다. 우리 마음대로 나올 수가 없는 거지.

     

    김심야는 XXX의 공백 동안 많은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타 아티스트의 피처링에 수 차례 참여했는데, 국내 아티스트인 바밍타이거(BalmingTiger), 이수호, 조우진 뿐만 아니라, 일본의 인디밴드 ‘야옐(yahyel)’의 곡에도 피처링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다. 이런 피처링 참여 계기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김: 보통 사적인 친구만 같이 작업하는 편이다. 예전부터 친구였거나, (회사에)들어오고 친구가 됐거나. 어떤 형태로든. 야옐은 아무래도 외국인이니까 상관이 없었다.

     

    국내 아티스트들과는 교류를 꺼리는 편인가?

     

    김: 그렇다. 우리는 음악하는 사람들이다보니 음악을 들을 수밖에 없다. 옷장사 하는 사람끼리 모이면 옷 입는 걸 보고 첫 인상을 판단하듯이, 우리는 음악을 듣고 판단한다. 그런데 아직 국내에서는 음악적으로 나랑 맞는 사람을 못 찾았다.

     

    앨범 안에서 일관적인 바이브를 유지하는 편이다. 반면 피쳐링은 이런 점에서 자유로운 편인데 그런 차이를 느끼는 게 있나.

     

    김: 일단은 주제가 정해져 있으니 덜 부담스럽다. 그냥 정해진 주제에 숟가락만 올리면 되는 거니 상대적으로 편하다. 그래서 가사도 비교적 빨리 나오는 편이다. 스트레스도 적게 받고. XXX앨범 작업할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렇다면 김심야라는 사람 개인적으로서가 아닌 XXX로서 피처링 하고 싶은 아티스트가 없다고 봐도 무방한 가.

     

    김: XXX로는 교류하고 싶은 사람이 없다고 봐도 될 것 같다.

     



     

    김심야는 디샌더스(D. Sanders)와 발매한 앨범 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는데, 프랭크도 이와 비슷하게 XXX 외적인 콜라보 계획이 있는가.

     

    프: 있긴 한데, 내가 좀 피곤한 스타일이다. 그래서 공동작업도 잘 못한다. 요즘 들어 다른 아티스트들이랑도 작업도 해보고 이번에 미국 가서도 다른 아티스트와 세션을 가져봤는데, 이제야 같이하는 법을 조금 알 것 같다.

     

    피곤함이란 ‘완벽주의’ 같은 건가.

     

    프: 맞다. 그렇다고 해서 곡의 완성도에 집착하기 보다는 완성을 했는데도 마음에 안 드는 게 하나 있다던가, 만드는 과정에서 바이브가 조금이라도 안 맞는 게 있으면 바로 접는 스타일이다.

     

    그럼에도 XXX는 듀오다. 이는 둘의 합이 잘 맞기 때문인가?

     

    프: 말 안해도 잘 맞는다. 그리고 워낙 착해서(웃음).

     

    김: 서로 오래 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간혹 리스너들 사이에서 “프랭크의 비트는 미래에 들어도 미래지향적으로 들릴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아마 신선한 사운드는 세대를 가리지 않는다는 감상일 듯한데 본인도 그런 느낌을 의식하며 비트를 만드는 편인가.

     

    프: 작정하고 ‘트렌디하게 하자’라기보다 ‘나중에 들어도 좋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한다. 사실 그런 것보다는 만드는 당시에 내가 느끼는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사운드적으로 ‘미래지향적’ 이렇게 컨셉을 잡지는 않는다.

     

    비트를 만들 때 ‘남들과 다르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있는 건가.

     

    프: XXX로서는 ‘남들하고 다르게하자’ 는 아니었다. 처음 작업할 때부터 ‘1 MC 1 프로듀서’가 아니라 ‘XXX’ 자체를 하나의 아이덴티티처럼 만들고 싶었고, 그렇게 작업을 한다. 다른 때는 딱히 신경은 안 쓴다.

     



    그렇다면 곡을 만들다가 ‘어 이거 기존의 곡 ~랑 비슷한 거 같은데’라는 느낌이 있을 때도 개의치 않나.

     

    프: 그런 경우는 과감히 접고 다시 시작한다. ‘다르게 만들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지 않고 만들기를 시작한다는 것이지, 중간 과정 결과물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기존의 곡과 비슷하다고 느껴지면 접는다. 레퍼런스는 존재한다. 애당초에 레퍼런스를 잡고 만든 곡도 있다. 내가 플레이리스트로 만든 <모방과 창작>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예상하지 않은 유사성은 다른 문제인 것 같다.

     

    혹자는 프랭크에 대한 극찬에 관해 “음악이 조금만 난해하면 사람들이 극도로 찬양한다”는 비판을 남기기도 한다. 비판이 아닌 헤이팅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부정적인 피드백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

     

    프: 아무 생각 없다. 그런 반응은 안 보려고 노력하는데, 주변에서 보내주거나 하면 보긴 한다. 그때 봐도 크게 신경은 안 쓴다.

     

    이와 상대적으로 김심야는 평단을 신경쓰는 것 같은데.

     

    김: 맞다. 하지만 개별적으로 돌아오는 피드백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나는 내가 소속된 사회에 대해 말한다. 한 사람이 말하는 건 상관 없지만, 사회에서 대부분 비슷한 말을 한다면 그건 내가 가사를 쓰는 대상이 되는 거다. 그래서 부정적인 피드백이 온다고 그걸 저격하는 말을 하진 않는다. 큰 범주로 얘기할 때 얻어걸릴 수는 있겠지만.

     

    XXX라는 그룹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 부담감이나 음악적 향로에 영향을 준 것은 없는가?

     

    김: 아무래도 “그러면 외국 나가서 돈을 벌어볼까” 같은 생각은 있었다. “돈이 벌리는 데서 벌어보자.”는 생각 정도. 하지만 해외적인 반응 때문에 음악적 방향이 바뀐 건 없다. 애당초 나한테 뭐 해준 것도 아니고…

     

    프: 같은 생각이다. 내 삶에 변화를 줄 만큼 영향을 받지 않아서 아직 모르겠다. 부담감도 따로 없고.

     


     

    해외 리스너들을 위해 영어만으로 가사를 쓴 트랙에 대한 계획이 있는가.

     

    김: XXX의 곡으로는 없을 것 같다. 일단 내가 가사를 완전히 영어로 쓴다는 건 가사를 쓰기 싫었다는 얘긴데, 풀 영어 벌스를 받은 친구들이 “이게 뭔 소린가” 싶을거다. 기본적으로 내 영어 가사는 “한국 리스너에겐 할 말이 없다, 알아듣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로 쓰는 거다. ‘랩이라는 기술을 여기서 보여주겠다’ 이거지,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한국말로 쓴다. 아무래도 XXX에서는 비트가 화려하다. 여기서 래퍼가 팀처럼 공존하려면 랩까지 화려한 것도 좋지만, 하고싶은 얘기가 가사에 들어있어야 하니까 한국어를 안 쓸 수는 없다.

     

    “예술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다”라는 말은 한 적이 있다. ‘예술은 받아들이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에 영어로 쓰던 간에 결국 리스너가 알아서 번역해서 듣는 건 그들 몫이 아닌가. 한국인이 들어야 하기 때문에 한국어로 써야 한다는 말은 곧 XXX는 특정하게 한국 리스너를 목표로 하는 것이라고 받아들여도 되나.

     

    김: 그렇다. 나는 외국으로 나갈 생각이 없었고, 교미가 주목 받았을 때도 “한국에서 벌어야 하는데 왜 미국으로 나가야 하지”라는 마음이 컸다. 이번 작업 때도 미국에 한 달간 갔다 왔는데, “왜 미국에서만 잘 풀리지”라는 생각을 했다. 이게 마냥 즐거운 일만은 아니다.

     

    XXX는 국내에서의 인지도에 비해 공연을 많이 안하는 것 같다. 따로 이유가 있는가?

     

    김: 우리 의도가 아니다. 그건 회사가 잡아주는 거라 할 말이 없다. 우리가 “돈이 너무 부족한데요”라고 말하면 따로 잡아줄 수는 있겠지만, 그런 적은 없다.

     

    ‘Show and Prove’라는 말이 있듯이, 본인들이 공연으로써 증명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

     

    김: 물론 라이브적 요소나 무대매너, 제스처 등 공연을 통해 증명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은 공감한다. 하지만 애당초 XXX의 음악은 듣기 위해 만들어진거지, 공연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굳이 공연에서 보여주고 증명하고자 하는 생각은 별로 없다.

     


     

    XXX는 독특한 색으로 해외 뮤지션과 동등한 입장에서 교류하려는 시도를 계속해왔다. 반면 최근 리스너들은 국내 아티스트들의 ‘미국 힙합 따라가기’에 대한 염증을 자주 보이곤 한다. 소위 말하는 ‘힙합 사대주의’와 해외 시장과의 관계에 대한 XXX의 입장은 어떤가.

     

    프: 요즘은 힙합을 잘 안들어서 별 생각은 없다. 사실 이런 문제는 옛날부터 내려오는 문제 아닌가.

    김: 나는 창작에는 모방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와중에 덜 숨긴 놈이 욕먹는 거고, 잘 숨긴 놈이 잘 되는 거고. 잘 숨기지 못해 욕을 먹는 놈은 티나지 않게 못한 본인이 잘못한 거지 모방 자체가 잘못 행동이기 때문이 아니다.

     

    그럼 본인들은 이 점에 있어서 당당하다고 생각하는가.

     

    김: 진짜 거짓말 안 보태고, 적어도 XXX의 음악을 만들 때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한다. 그냥 써지는 대로 쓰고 뱉는 대로 뱉는다. 그래서 누구를 베꼈다 할 새 없이 만든다.

     

    김심야는 국내 래퍼들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커뮤니티에 종종 “김심야는 국내에서 곤조를 지키는 래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라는 주제가 뜨거운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한 답변을 부탁한다.

     

    김: 내가 그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하나다. 그 사람들도 힘들겠구나. 이 생각 뿐이다.

     

    아무래도 김심야는 국내 힙합씬에 대한 회의감이나 염세주의가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한국 힙합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래퍼들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김: 한국으로 국한하기보다 전체적인 시장 자체에 염세가 있는 편이다. 한국 힙합 자체에 대해 애정을 가지는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대신 해주는 느낌이 있다. 나 같은 사람 밖에 없으면 시장이 안 굴러갈테니까.

     

    많은 리스너들이 베스트 트랙으로 꼽는 곡이 4번 트랙인 ‘간주곡’이다. 먼저 도입부에 화려한 현악기 연주가 등장해 눈길을 끄는데, 이는 실제 연주한(혹은 작곡한) 사운드인가?

     

    프: 원래는 미디와 소스들만 가지고 만들었는데, (발매가)밀리고 밀리다보니 앨범에서 아쉬운 게 계속 들려서 “이건 무조건 세션으로 녹음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소울스케이프 형을 통해 강이채 님께 편곡과 연주를 부탁드렸고, 도움으로 녹음을 받았다.

     

    타 웹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은 난해한 소스들로 대중적인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이야기 한 바가 있는데, 결국 앨범 전체적인 프로듀싱은 이 말과 같은 선상에 놓인것으로 이해해도 무방한가?

     

    프: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대중적’의 기준이 나와는 다른 거 같아 ‘난해하다’는 말을 쓰기는 조심스럽다. 대중적이지 않고 재밌게 풀어낸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떨어지는 소스를 제 식대로 대중적으로 풀어냈다고 생각한다.

     


     

    본인은 이번 앨범에서3번 트랙 ‘수작’이 앨범의 제작 배경을 가장 잘 관통한다고 생각했다. <LANGUAGE>에 비해 에서 가사를 이해하기 쉽게 쓴 이유에 대해서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수작에서는 “이해하기 쉬운 말을 하기 싫어”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어렵지만 스스로의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라는 본인들이 설정해놓은 벽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는 느낌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지니어스(Genius)의 인터뷰처럼 본인의 가사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는 것에 대해 생각 해본 적이 있나?

     

    김: 일단 교미가 나왔을 때 안 해본 생각은 아니다. “내가 설명이 필요한 음악을 하는가.” 이러면서, 요즘 미술을 보면 그림도 그림이지만 그에 대한 배경과 설명이 엄청 중요해졌다. 음악을 대중문화가 아닌 예술로 봤다면 그렇게 해도 됐을 것 같다. 그럼 나는 <LANGUAGE>에 한국어를 더 줄였을 것이고, 나만 이해할 수 있는 단어가 많았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예술적인 가치만 보지 않고 대중에게 보여야 하는 소모품이라 생각하면 설명이 길어지는 게 멋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설명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는데 못 알아듣는 거에 대한 스트레스가 길어졌다. 그걸 가져간 게 ’다음 번엔 쉽게 써보자’였고.

     

    본인은 XXX가 이번 앨범 이후로 음악을 그만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스너들이 이번 앨범도 못 이해하면 어떻게 하지.”싶었다. <KYOMI>에 담긴 메시지에 대해서 아티스트 본인이 “숨긴 게 썩어버렸다”고 했는데, 이번 건 “숨기지도 않았는데 썩어버리면 어떡하나” 싶었다. 본인은 이에 대한 사색을 가져본 적 있나.

     

    프: 나는 설명하는 걸 싫어하는 스타일이다. 아무래도 가사를 쓰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고뇌가 심야만큼 있지는 않다. 음악을 만들었을 때 비트에 대한 얘기가 사람들을 통해 오가고, 주변 사람에게 듣기도 하는데 항상 의도하는대로 받아들이지는 않더라.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며 설명하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 감상에 있어서도, 논란거리가 되는 영화를 보면 연관검색어에 꼭 리뷰, 해석이 따라나온다. 난 그런 걸 안 본다. 감상은 본인만이 가지고 있으면 좋겠다. 그게 내가 보고 듣고 즐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럼 본인의 의도와는 다른 감상이 오고가는 것에 대한 견해는 어떤가.

     

    프: 상관 없다. 그걸 공유하는 건 자유다. 시나 문학도 수능처럼 해석되고 공유되는데, 이걸 내가 막고 싫다하는 건 너무한 일 아니겠나.

     


     

    이번 앨범 역시 지난 와 마찬가지로 피처링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싱글 ‘Dead Wrong Remix’같은 경우 피처링이 있었지만, 결국 정규 앨범을 둘만의 음악으로 채우는 모습은 XXX의 고유한 컨셉으로 남길 예정인가?

     

    김: XXX의 음악이 더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직은 모르겠다. 무슨 일이 일어나서 2집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아마 피쳐링은 없을 거다. XXX 음악에 피처링이 들어가는 순간 셀 아웃일 것 같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피처링이 들어간다면 작정하고 제일 유명한 스타들을 몰빵할 거다.

     

    프: 돈 벌어야 하니까(웃음)

     

    김: 그런 앨범이 나오고 만약에 다음 앨범이 또 나온다면, 그때는 자살한다. 피처링을 들이는 순간 그건 “나 은퇴자금 마련할게”와 같은 말이다.

     

    <Moonshine>과 <LANGUAGE>의 완성 시기와 발매 시기가 뒤바뀐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두 앨범이 모두 발매된 현재, 두 멤버의 만족도가 어떠한가?

     

    김: 여전히 그렇게 기분이 좋진 않은데 왔다갔다 한다. 어쨌든 음악을 업으로 삼은 입장에서는 유쾌하지만은 않지. 문샤인이 나온 후에 <LANGUAGE>가 나와서 가사를 잘 쓴다는 평이 따라온 건 좋다. 결국엔 이렇게 나왔으니 이걸로 돈 버는 입장에선 좋은 거니까. 그런데 앞으로 창작을 하는 입장에서 봤을 땐 꼬인 거다. 그걸 없앨 수는 없을 것 같다. 잘 됐다고 ‘이 순서가 맞았네’는 말이 안 되는 거다.

     

    앨범 커버나 북클릿을 보면 지난 앨범 의 것을 그대로 차용한 것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한 해석 혹은 이유를 말해준다면?

     

    김, 프: 우리가 의도한 게 아니다.

     

    프: 근데 그냥 그게 제일 예뻤다.

     

    김: 맞다.

     

    혹자는 김심야의 가사를 두고 “너무 감정적인 요소에만 치중해 비판이 떼쓰기로 들린다”는 혹평을 남기기도 했다. 미국의 홉신(Hopsin)을 따라다녔던 지적과 궤가 같은데 이런 ‘감정에 기반한 비판’ 화법을 사용하는 래퍼로써 이런 평에 대한 견해가 궁금하다.

     

    김: 맞는 말이다. 솔직히 이번 앨범에서 우리의 모습은 ‘떼쓰기’가 맞다. 우리는 교미 이후로 앨범을 안 만들려고했다.  그런데 사람들이 교미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하고 그 것이 성공하지 못해서, 억지로 다시 앨범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 싫었다. 그래서 <LANGUAGE>는 떼쓰는 모습, 문샤인은 떼를 다 쓰고 현자타임이 와서 초연해진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SECOND LANGUAGE>는 그 중간 쯤이 될 거다.

     

    타 웹진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앨범 는 본인의 분노를 다 쏟아부은 앨범이라 말하며 ‘인생에서 이만큼 더 화낼 수 없다’고 말했다. 본인 개인적으로 <Moonshine>의 ‘dance’나 ‘사랑같은건’과 같은 초연하고 자조적인 모습의 김심야도 굉장히 좋아하는데, 분노를 다 쓴 상황이라면 이와 같은 XXX의 다른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

     

    김: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나는 열등감이나 갖지 못한 것, 예를 들면 ‘물잔이 반이나 비었다’는 마음을 토대로 한다. 갑자기 ‘물이 반이나 차있네’라고 생각하면 할 얘기가 완전히 없어진다. 딱히 갖고 있는 것에 대해 쓰고 싶은 건 없는 시기라 분노를 빼고 가사를 쓴다라… 아직은 잘 모르겠다. 뭐 불만이 생기면 다시 작업할 수도 있지만.

     

    프: 분노가 없는 동안은 XXX로 안내다가, 분노가 쌓이면 둘이 다시 만나서 작업을 할 수 도 있는거고…(웃음).

     


     

    <LANGUAGE>의 앨범 소개 글이 의미심장하다. 기정사실화 되었지만 라는 또 다른 앨범에 대한 예고로 보이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나?

     

    김: <LANGUAGE>와 <Moonshine> 사이에 있는, 떼쓰기와 짜증은 남아있는데 몸에 힘은 남아있는 상태다. 현타가 온 거고. 그런 거지.

     

    프: 비트 같은 경우는 <LANGUAGE>보다는 쉽게 만들려고 했다. 시간 남아서 만든 보너스 같은 앨범이다.

     

    두 멤버의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통해 김아일, 시모와 함께한 ‘kimkimkim’이란 트랙이 나올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야기 해줄 수 있나?

     

    프: 가제가 ‘kimkimkim’이고 실제 제목은 아니다. 아마 회사 사람을 제외하고는 드문 일인데, (김)아일이 형한테 비트를 보내줘서 곡을 만들고 있었다. 그러다 곡이 잘 나왔고, 시모형한테 들려줬는데 얘기가 잘 돼서 같이 하게 됐다. 정확히 언제 나올 진 잘 모르겠다.

     

    타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진출’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보다 구체적인 계획이나 실행 사안이 있다면 설명을 부탁한다.

     

    김: 지난 한 달간 미국에 다녀왔다. 다양한 송 캠프에 참여 했고, 나한테는 처음 데뷔한 래퍼의 기분을 알려준 것 같다. 한국에서 처음 나왔을 때는 아무래도 센스형을 빽에 두고 나와서 그런지 어딜 가도 좆밥 취급 받는 느낌이 없었는데, 미국에서는 그야말로 개좆밥 취급을 받았다. 그래서 “내가 이센스 없이 한국시장에서 시작했으면 이랬겠구나” 싶었다. 솔직히 미국 진출은 푸시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어쨌든 회사가 우리와 상호관계라고 해도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하는 거니까 나가면 가가겠지만. 직접 나서서 “미국 이렇게 합시다”는 아니다.

     

    프: 아무래도 체감하는 게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고, 기사가 나든지 이런 것들도 그래봐야 기사니까. 성취감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음악적인 질문은 아니지만, 바나(BANA) 유튜브 채널 ‘I’m Good’ 시리즈 8화에 두 멤버가 모두 출연했다. 해당 동영상에서 비춰진 김심야의 코믹한 모습(요가, 먹방)이라던지, 프랭크의 “한 시간 동안 (비트) 4개 만들게요”라는 말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 이러한 화제에 대한 소감은 어떤가?

     

    김: 일단 굉장히 불편하고(전원웃음), 아무래도 영상 감독 형한테 사과를 받았지만 그것 때문에 회사와의 신뢰가 굉장히 하락했다. 급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그럼 앞으로 또 급하면 그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거니까. 적어도 평범한 게 나왔으면 괜찮았을 텐데. 말도 안되는 게 나와가지고…(웃음)

     

    프: 나는 그게 그렇게 회자가 되는 줄 몰랐다. 그냥 루프 짠다는 소리였다.

     

    마지막으로 독자들, 혹은 리스너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김: 지금으로서는 앨범이 나왔고… 또 하나 나올거고… 이제 이거 이후로 웬만하면 잠깐은 서로 안 봤으면 좋겠다. 쉬고 싶어서, 조금은 보지 말자고.

     

    프: 일단 (앨범이)나왔는데 들어주셔서 감사하고, 기다려주셔서 감사하고, 감기조심하시고.

     



    인터뷰 : Purfle, Xxiyeon, 유하람
    사진촬영 : 유하람
    장소제공 : Bana

    댓글

Copyright ⓒ 2018 By Hayarobi.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