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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밀라, 피프스 하모니가 아닌 카밀라아티클/칼럼 2018. 12. 30. 20:49
Written by 유하람
공연 중인 카밀라 카베요 ⓒ 카밀라 카베요 페이스북
카밀라 카베요(Camila Cabello)는 스타다. 2018년 현재 신인 여가수 중 그만큼 확고한 정체성을 바탕으로 큰 상업적 성과를 낸 인물은 찾기 어렵다. 그러나 슈퍼스타가 된 지금도 그에겐 ‘그룹을 뛰쳐나온 솔로의 성공’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전 소속팀 피프스 하모니(Fifth Harmony)와 작별하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해서일까. 카밀라 본인 존재감으로 그룹시절 남긴 발자국을 지워나가고 있지만, 적지 않은 소비자에게 그는 아직도 ‘前 피프스 하모니’ 카밀라 카베요다.
피프스 하모니 팬에게 시비 걸 생각은 없다. 다만 양측이 어떤 관계인지를 떠나, 카밀라의 성공은 오로지 본인 능력에 초점을 맞추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하겠다. 카밀라는 홀로서기에 나서며 기존에 끌고 가던 팬덤과 음악성향 상당부분을 포기했다. 독립 후 발매한 첫 싱글 ‘Crying In The Club’은 귀여운 틴팝스타에서 벗어나 성숙한 여인의 모습을 담아낸 곡이었고, <애석하게도> 그 결과 훌륭하게 저조한 차트성적을 거뒀다.
카밀라 성공 후 뒤늦게 재평가된 ‘Crying In The Club’
독립 당시 카밀라는 푸시캣 돌즈(The Pussycat Dolls)에서 원맨쇼를 펼치다 탈퇴한 니콜 셰르징거(Nicole Scherzinger)와 비교되곤 했다. 니콜은 푸시캣 돌즈 탈퇴 이후 성적 부진으로 미국에서 이렇다 할 솔로앨범 한 장 발매하지 못하고 영국으로 넘어갔으며, 푸시캣 돌즈는 내분 끝에 해체했다. 카밀라 역시 솔로로서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독립했는데 니콜과 다를 바 있겠냐는 비관론이 많았고, 첫 싱글이 흥행에 실패하며 우려는 현실이 되는 듯했다.
독립 당시 그가 성공하리라는 예상은 많지 않았다 ⓒ 카밀라 카베요 페이스북
하지만 카밀라는 우직했다. 그는 돌아선 옛 팀 활동에 기대 노래할 생각이 없었다. 성숙한 컨셉에 부족한 ‘한 방’을 극복하기 위해 노림수가 분명한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카밀라의 안목은 정확했다. 머신 건 켈리(Machine Gun Kelly)와 발표한 ‘Bad Things’는 빌보드 차트 4위, 영떡(Young Thug)을 기용한 ’Havana’는 1위를 기록했다. 운도 따랐다. ‘Despacito’를 필두로 라틴팝이 부흥하자 쿠바를 배경으로 한 ’Havana‘ 역시 반사이익을 얻었다.
흔히 한 번 히트를 기록하면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자기 스타일 자체를 성공 공식에 맞춰 개조하곤 한다. 남부힙합을 지향하다 클럽뱅어로 완전히 전향한 핏불(Pitbull)이 대표사례다. 하지만 카밀라는 지향점을 잃지 않았다. 자기 스타일 내에서 상업성 있는 곡을 확보하자 그는 오히려 더욱 음악적 고집을 담는데 집중했다. 대중적인 일렉/신스 사운드가 주를 이루는 포스트 말론(Post Malone), 두아 리파(Dua Lipa) 등 또래 팝스타들과 달리 그는 성숙미를 앞세운 어쿠스틱을 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두 번째 리드싱글이자 자기 감성에 치중한 ‘Never Be The Same’가 빌보드 차트 6위에 오르며 그는 당당히 자기 스타일로 사랑 받는 아티스트 대열에 올라섰다. 그리고 첫 정규 <Camila>는 플래티넘을 기록하며 2018년 상반기 가장 ‘핫’한 여성 솔로 아티스트 앨범으로 자리 잡았다. 2012년 X Factor US Season2으로 존재를 드러낸 지 6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카밀라는 또래 팝스타에 비해 분명 수수한 캐릭터다 ⓒ 카밀라 카베요 페이스북
오디션장에 선 소녀가 빌보드 정상에 오른 팝스타가 된 건 결코 우연도, 요행도 아니었다. 가뿐히 탈락할 위기에서 팀으로 살아남을 기회를 잡고, ‘피프스 하모니에서 센터 맡던 애’ 정도로 잊힐 뻔할 땐 매력적인 피쳐링 조합을 갖춰 난관을 타개했다. ‘흔한 라틴팝 가수’가 되라는 유혹이 다가왔을 땐 과감히 뿌리치고 뚜렷한 자기노선을 걷는 정공법을 택했다. 카밀라는 마냥 탄탄대로를 걸은 인물이 아니다. 다만 고비 없이 달려왔다고 보일 만큼 뛰어난 판단으로 살아남았을 뿐이다.
카밀라는 이제 차세대 톱스타가 되는 궤도에 올랐다. 리아나(Rihanna)를 비롯한 기성 가수들을 따라가기엔 아직 멀었지만, 적어도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신인 중 확연히 눈에 띌 만큼 성장한 건 사실이다. 무엇보다 전 소속팀 피프스 하모니로 거둔 성과를 빠르게 넘어섰으며, 자기 영역을 구축했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이젠 ‘前 피프스 하모니 카밀라 카베요’는 카밀라에게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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