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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il Peep – Come Over When You’re Sober, Pt.1
    리뷰/해외 2018. 12. 30. 20:57

    Written by 유하람 



    Lil Peep – Come Over When You’re Sober, Pt.1(2017)
    Arizona, U.S./Emo Rap, Cloud Rap

     

    ‘바람직한 예술’이 존재할까. 사회는 아티스트에게 긍정적이고 역경을 이겨낼 에너지를 제공하는 작품을 요구한다. 때문에 미디어에서 ‘Heal The World’를 부른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은 아름다운 예술가로, ‘Antichrist Superstar’를 자처한 마릴린 맨슨(Marilyn Manson)은 마약과 혐오범죄의 원흉으로 그려진다. 고독과 쓸쓸함을 노래하다 마약중독으로 요절한 릴 핍(Lil Peep)이 어른 세상에 어떻게 비칠지 짐작 가능한 부분이다.

     

    2015년 첫 믹스테이프 <Lil Peep Part One>으로 혜성 같이 등장한 릴 핍은 이모 랩(Emo Rap)을 정체성으로 내세웠다. 이모 랩이란 록 분파 중 하나인 이모코어(Emocore)가 힙합에서 재탄생한 결과라 설명할 수 있다. 록, 펑크 사운드가 섞인 몽환적인 사운드를 바탕으로 이모코어처럼 마약과 자살, 우울증 등이 주제가 된다. 릴핍 커리어 첫 정규앨범이자 유작이 된 <Come Over When You’re Sober, Pt.1> 역시 같은 내용을 다루고 있다.

     

    본작에서 릴 핍은 과감하게 샘플링을 배제하고 동료 프로듀서 스모크아삭(Smokeasac)에게 전곡을 맡긴다. 건조하게 떨어지는 드럼과 끈질기게 박자를 쪼개는 하이햇, 과하지 않을 정도로만 울려대는 베이스는 곡 분위기와 상관없이 거대한 공간감을 조성한다. 공허한 비트는 랩과 싱잉 중간쯤에서 좁은 음역대로 흥얼거리는 릴 핍 스타일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탄탄하게 깔린 판에서 릴 핍은 잡을 수 없는 사랑과 고통을 노래한다.

     

    릴 핍은 ‘Save That Shit’에서 “어쩔 수 없는 X 같은 인생”이라 시니컬하게 뱉으면서도 떠나간 연인을 잡아보려 한다. 이어 날 욕하기 위해서라도 남아달라 절규하고(Awful Things), 차라리 사랑할 심장이 없었으면 좋겠지만(U Said) 너가 없으니 차라리 죽고 싶다 말한다(Better Off (Dying)). 끝으로 밝은 면만 보려 애썼지만 결국 이건 사랑이 아니었다 털어놓는다(The Brightside). 맨 앞뒤로는 난 여전히 취해 있고(Benz Truck (Гелик)) 이젠 잃을 게 없다며(Problems) 허무만 남은 현재를 표현한다.

     

    7곡 23분에 불과한 시간 동안 릴 핍은 한 이야기를 훌륭하게 풀어나간다. 이별 후 겪는 감정변화를 중심소재로 그는 그가 겪었던 고독과 공허를 성공적으로 담아낸다. 특별한 단어와 문장으로 꾸미지 않은 가사는 오히려 현실감을 부여하며, 랩과 비트는 정서표현에 충실하면서도 일정 수준 이상 퀄리티를 유지한다. ‘어설프게 있어 보이려 한다’는 일부 혹평을 무색케 할 만큼 본작은 완성도 높은 서사를 선보인다.

     

    릴 핍은 사망 겨우 반 년 전 XXL과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을 구원받은 것처럼 음악으로 사람을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를 처음 보는 사람은 마약과 공허로 가득한 가사, 난해한 패션과 타투를 보고 기겁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2년 남짓한 짧은 공식 활동기간 동안 그는 많은 청자를 위로했다. 그게 인기를 위한 요행도 연기도 아님을 그는 퀄리티를 통해서 꾸준히 증명했다.

     

    영화 <위플래시(Whiplash)>에서는 주인공 아버지가 재즈 드러머를 찬양하는 아들에게 “알콜중독, 마약중독에 빠져 34살에 죽는 건 내 성공의 기준이 아니”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우울증과 그로 인한 마약중독으로 결국 먼 길을 떠난 릴 핍 역시 어른들에게 ‘바람직한 예술’이 되긴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조금이라도 살펴본 사람이라면, 감히 그가 아름답지 않다고 함부로 말하지는 못할 것이다.

     


    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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