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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ad Wolves – Zombie
    리뷰/해외 2018. 12. 30. 20:52
    Written by 유하람 


    Bad Wolves – Zombie(Single, 2018)
    L.A., U.S./Metalcore, Hard Rock

     

    지난 1월 15일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얼터너티브 록밴드 크랜베리스(The Cranberries)의 보컬 돌로렌스 오리어던이 타계했다. 몽환적인 목소리로 반전(反戰)과 슬픔을 노래하며 많은 이를 위로했던 그가 떠났다는 소식에 록 커뮤니티는 일제히 애도를 표했다. 2017년 크랜베리스 정규 7집 <Something Else>를 발표하며 여전한 창작욕을 보여줬던 그이기에 안타까움은 배가 됐다.

     

    불과 3일 뒤 메탈코어 밴드 배드 울브즈(Bad Wolves)는 크랜베리스 헌정 커버곡 ‘Zombie’를 발매한다. ‘Zombie’는 발매 당시 3개국에서 차트 1위를 기록했으며, 이후에도 오디션 프로그램 더 보이스(The Voice)에서만 수차례 사용될 만큼 오랜 시간 사랑받은 크랜베리스 대표 히트곡이다. 배드 울브즈는 본래 이전부터 이 싱글을 준비했으며, 음원 발매 후에 돌로렌스와 함께 라이브 퍼포먼스를 선보일 계획이었다. 그러나 돌로렌스가 세상을 떠남에 따라 라이브 콜라보는 무산됐으며, 본 곡은 헌정곡보다는 추모곡 성격을 띠게 됐다.

     

    안타까운 사건으로 곡의 의미가 다소 변하긴 했지만, 내용물은 그와 상관없이 탄탄하다. 곡 전반에 걸친 인상은 헌정 커버곡답게 원작 파괴를 최소화하면서 자기 색을 살리려 노력했다고 보인다. 그리고 그 결과는 꽤나 성공적이다. 배드 울브즈는 17년도에 데뷔했지만 멤버들은 대부분 못해도 2000년대 초반에 활동을 시작한 베테랑들이다.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라고 했던가. 이들은 뉴페이스 밴드에겐 과분한 완숙함과 노련미로 훌륭하게 곡을 이끌어나간다.

     

    보통 메탈코어 밴드가 일반 록 밴드를 커버할 때는 곡을 메탈코어 형식으로 재해석 하는 경우가 많다. 이름 있는 메탈코어 보컬 하워드 존스(Howard Jones)가 소속된 밴드 데빌 유 노우(Devil You Know, 현 Light The Torch)가 커버한 서바이버(Survivor)의 ‘Eye of The Tiger’를 예로 들어보자. 해당 곡에서 하워드는 브리지와 하이라이트 부분을 극한을 달리는 스크리밍으로 채우며, 세션은 빡센 기타 리프·트윈 페달을 내세운 격한 변주로 뒤를 받쳐준다.

     

    이 같은 커버는 해당 장르 팬 입맛에 맞게 곡을 메탈코어로 ‘재탄생’시키는 수준에 가깝다. 때문에 좋은 메탈코어 곡이 될지언정 원곡의 감흥을 살리기는 쉽지 않다. 이 때문일까. 배드 울브즈는 사운드 면에서나 구성에서나 원곡을 거의 훼손하지 않았다. 기타 솔로 부분을 제외하면 크랜베리스의 ‘Zombie’와 큰 차이를 찾기 어려우며, 강력한 스크리밍도 완전히 배제됐다. 사소한 브레이크다운과 인트로 정도에서나 차별점이 있을 뿐이다.

     

    시종일관 이어지는 원곡 재현을 맛깔나게 끌고 가는 요소는 다름 아닌 멤버들의 출중한 실력이다. 세션은 원곡 바이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배드 울브즈 특유의 공간감 있으면서도 단단한 사운드를 유지한다. 보컬은 돌로레스의 감정선을 고스란히 따라가면서도 메탈코어 보컬다운 금속성 있는 날카로움을 부드럽게 녹여낸다. 후렴구가 터져 나오는 부분에서 정말 필요한 만큼만 거친 소리를 섞는 센스는 그야말로 감탄이 나온다.

     

    한편 보컬 토미 벡스트(Tommy Vext)는 “And their guns”를 “And their drones”로, “Same old thing since 1916”를 “Same old theme In 2018″로 바꿨다. 반전을 노래하는 이 노래가 2018년인 지금도 유효하며, 총 대신 드론이 사람을 죽이고 있을 뿐 살육은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단어 단 몇 개만을 수정해 전달했다 하겠다. 지난 2월 22일 공개한 뮤직비디오에서는 벡스터는 크렌베리스 ‘Zombie’에서 황금빛으로 분장했던 돌로레스를 재현하며 그와 대면한다. 마치 그 시절 돌로레스와 공감하고 있다는 듯한 이 연출은 가사 센스와 더불어 원곡을 훌륭히 재해석한 밴드의 능력 덕분에 강한 설득력을 얻는다.

     

    배드 울브즈는 원래부터 실력이 받쳐주는 밴드였으며, 싱글 두 장뿐 없음에도 벌써 지지층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지금은 가장 상업적으로 성공한 메탈 밴드 중 하나인 파이브 핑거스 데스펀치(Five Fingers Death Punch)와의 투어를 돌고 있다. 이들에게 이번 싱글은 전설과 콜라보할 뻔했던, 그러나 추모곡이 된 곡일 뿐 커리어에서 크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커버곡은 메시지부터 퀄리티까지 갖췄으며, 곡 수익도 돌로레스 자녀에게 전달된다는 점에서 결코 무게가 가볍지 않아 보인다. 여러모로 단순한 커버곡을 넘어 ‘헌정’한다는 말이 어울리는, 명품 트리뷰트였다.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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