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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패션, 그 긴밀한 관계에 대해서 - 2편 <타투>아티클/칼럼 2019. 5. 23. 17:36
Written By Xxiyeon
야광까지 동원해 몸과 얼굴 전체를 타투로 덮은 릴 웨인(Lil Wayne), 자기 두피에 악마의 얼굴을 그려놓은 케리 킹(Kerry King), 그리고 가녀린 두 팔에 꽃들을 새놓은 백예린까지. 타투한 뮤지션은 장르와 성별에 가리지 않고 쉽게 볼 수 있다. 뮤지션과 타투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이렇게 교집합이 클 수 있을까.
타투는 그것을 새긴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삶의 의미와 방향성을 담기도 하고, 혹은 선호하는 색과 문양을 그림의 형태로 남기기도 한다. 제각기 다른 이 모든 목적은 한 가지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관념의 시각적 형상화’. 타투는 새기는 사람의 생각이나 이미지를 담아낸다. 이는 곧 “그 사람이 누군데?”라는 질문으로, 그리고 그 답인 ‘명확한 정체성’으로 연결된다.
이전 편 <상호연관성>에서 서술했듯이, 명확한 정체성은 아티스트가 성공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그리고 보다 강렬하고 분명한 인상을 청자에게 선사하기 위해 음악은 패션을 긴밀한 동료로서 함께한다. 패션은 단순 옷이나 헤어스타일이 아닌 시각을 통한 개인 정체성의 모든 표현을 일컫기에, 타투 역시 패션이란 범주 안 하나의 표현 방법으로서 그 자리를 지킨다.
음악소비란 청각의 영역에만 갇히지 않는다. 우리는 음악을 듣는 순간의 경험을 체험하고, 뮤지션의 외형을 포함한 시각적인 이미지도 동시에 받아들인다.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공간예술적'인 공연장 인테리어와 라이브 공연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뮤지션에게 타투는 걸치는 옷보다도 가까운 작은 공연장이자 이미지 표출법이다.
안 어울거나 망한 수준이 아니라면 타투는 뮤지션이 정체성을 강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더구나 타투가 불량하고 퇴폐적으로만 보던 과거에 비해 현대에 들어 개성과 예술성을 인정 받으면서 뮤지션들은 더욱 활발하게 자기 이미지를 몸에 그려넣게 됐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현재까지 타투가 금지된 국가 대한민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공권력도 굳이 시술자를 체포하지 않을 정도로 타투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기에 이르렀고, 타 국가들에 비해 느리게나마 인식개선이 이뤄지면서 타투한 뮤지션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정리하자면 개인의 표현이라는 과제를 공유하는 이상 타투와 음악은 필연적으로 함께할 수밖에 없다. 좀 더 원색적인 말을 해보자. 그렇다면 우리 모두 역시 타투와 필연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면, 사람은 태어났을 때부터 아티스트로서 태어난다는 파블로 피카소의 말을 인용하도록 하겠다. 그 정도가 개개인마다 다를 뿐, 우리는 본능적으로 개성과 정체성을 강조하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타투는 그 욕구를 풀어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표현방법이다.
스스로에게 솔직해지는 것과 개개인의 독특한 개성이 강조되는 오늘날, 타투는 많은 이에게 관심과 선택을 받고 있다. 아직 타투 시술이 명목상 불법인 한국에서는 부착식 타투라는 독자적인 시도도 나오고 있다. 불법이라면 대체할 방법을 찾아 시도할 정도로 타투가 현대인의 예술적 본능을 자극한다는 뜻 아닐까.
음악과 패션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음악은 예술이고 타투는 패션이다. 인간은 본래 예술적 자아를 갖고 태어나며, 우리는 만 명의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는 뮤지션일 수도, 혹은 스스로라는 유일한 관객을 두고 공연을 하는 뮤지션일 수도 있다. 정도가 어떻든 간에 우리가 아티스트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가 패션을, 타투를 긴밀하게 받아들인다는 것도.
필자가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타투를 해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예술적 본능을 타고난 우리기에 스스로의 개성과 정체성을 표출하는데 주저하지 말라는 말은 아끼고 싶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보았을 때, 타투는 고려해볼만한 좋은 방법일 수 있다는 정도로 독자들에게 제시하며 이번 편을 마무리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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