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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패션, 그 긴밀하고도 가까운 관계에 대해서 - 3편 <테크웨어>아티클/칼럼 2019. 6. 27. 15:34
Written By Xxiyeon
홍대나 압구정 같은 번화가를 걷다보면 닌자를 연상시키는 사람들을 한 두 번은 마주하게 된다. 주머니가 가득한 옷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색으로 통일해 입고 다니는 무리들. 이들의 패션은 ‘테크웨어(Techwear)’라 불리며, 대한민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전 연작들에서 언급한 음악과 패션의 그 상호보완성 때문에 음악 시장에서도 자연스레 아주 핫한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테크웨어가 뭔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칠 것이다. 테크웨어는 소재와 디자인에 있어 세 가지 특징-기능성, 활동성, 내구성-을 극대화하는 데 목표를 두는 의류를 말한다. 장르의 간판격 디자이너 에롤슨 휴(Errolson Hugh)의 아크로님(ACRONYM)을 필두로 아디다스와 요지야마모토(yohjiyamamoto)가 협업한 Y-3, 그리고 나이키 ACG가 대중에게 친숙한 대표 테크웨어 브랜드다.
테크웨어 등장 전까지는 ‘의류’라는 카테고리에서 ‘면’이라는 소재의 존재감이 압도적이었다. 면 소재 의류는 확실히 재단하기 편하고 염색하기도 매우 쉽다. 그러나 옷 안에 땀이 차고 잘 찢어진다는 단점 등으로 인해 소재의 한계성도 널리 인지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세계 2차 대전 기점으로 의류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난다. 퇴역 군인 중심으로 가장 원초적인 테크웨어라고 할 수 있는 군복이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한 것이다. 군복 특유의 많은 수납공간이 가진 편리성과 질기고 활동적인 소재는 테크웨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충분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면옷을 벗어나 아닌 밀리터리웨어와 같이 기능성, 활동성, 내구성이 뛰어난 의류를 찾기 시작했다.
테크웨어 패션의 키워드는 ‘혁신’이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신소재가 개발되고, 재단법도 함께 발전하며 기능성, 활동성, 내구성이 더해졌다. 마지막으로 현대의 새롭고 감각적인 디자인으로 심플하지만 미래지향적인 느낌이 담기며 테크웨어는 완성됐다. 구시대를 답습하지 않고,새로운 것을 찾아간다는 진취성이 테크웨어를 대표하는 특징인 이유다.
그렇다면 이제 왜 요즘 음악이 테크웨어와 결합하고 상호보완성을 띠는지 충분히 유추해볼만 하겠다. 매일 새롭게 등장는 수많은 음악 사이에서 가장 핫한 키워드 중 하나 역시 ‘혁신’이다. 기존의 유형(有形) 악기에서 벗어나 가상악기나 샘플링 등이 새로운 작곡스타일로 자리 잡았으며, 주제 역시 진취를 외치는 음악이 과거에 비해 압도적으로 늘어났다.
현대 테크노는 미래지향적이고 가상적인 테마 전달을 목표로 198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오늘날 핫한 장르인 퓨처 베이스 역시 이름에서 보이듯 미래적인 사운드와 주제를 지향하는 모든 음악을 아우른다. 이 밖에도 기존 음악에서의 ‘혁신’을 외치는 현대음악은 수두룩 하다.
이런 진취적이고 새로운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에게 테크웨어라는 패션은 스스로의 정체성을 강화시키는데 매우 매력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음악적 성공에 아티스트의 명확한 정체성은 필수라고 이전 연작들에서 강조했듯, 테크웨어에 대한 추구는 혁신을 주제로 하는 아티스트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는 테크웨어를 입은 수많은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을 마주하고 있으며, 이런 아티스트들을 대상으로 하는 테크웨어 회사의 프로모션이나 마케팅 역시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테크웨어에 대한 대중의 꾸준한 관심과 아티스트들의 요구는 오늘날 테크웨어를 가장 핫하고 예술적인 패션 중 하나로 자리잡게 했다. 또한 이에 다시 탄력받아 다양하고 매력있는 테크웨어 업체들이 새로 등장하기도 했다.
신흥 테크웨어 브랜드 GPD를 예로 들자면, 아크로님과 같은 하이엔드 테크웨어 브랜드의 경제적 부담감에서 벗어나 비 기능성 의류 브랜드와 비슷한 가격대를 지님과 동시에 한 시즌 전 상품이 방수기능이 된다는 점을 내세워 테크웨어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았다.
현대의 음악에 관심이 있는 당신이라면, 혹은 음악이 아닌 다른 필드에서 ‘혁신’을 외치며 진취적인 태도를 갖는 당신이라면, 테크웨어는 당신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일지도 모른다. 해가 쨍쨍 찌는 날 당신의 티셔츠가 젖어들고, 비바람 치는 날들이 당신을 주저하게 만든다면 가까운 편집샵의 문을 열어보자. 당신을 위한 테크웨어가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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