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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ize - She’s Fine리뷰/국내 2019. 4. 16. 19:15
Written By 유하람
Heize - She’s Fine(2019)
Korea, Pop
창의력은 분명 예술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때론 클리셰를 잘 소화하기만 해도 충분한 매력이 되곤 한다. 한국의 ‘젊은 친구들’ 중에서는 헤이즈(Heize)가 좋은 예다. 헤이즈는 발라드, 홍대 인디 감성과 통칭 ‘가요랩’이라는 뻔한 재료를 가지고 확실한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달 19일 발매한 정규 1집 <She’s Fine>은 이런 헤이즈의 정체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헤이즈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데 아주 능하다. 굉장히 흔한 컨셉이지만 헤이즈는 힙합 리듬 도입과 묘기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톤으로 ‘뻔함’을 어느 정도 덜어낸다. 익숙한 감성에 특이한 양념이 얹히자 대중은 열광했다. 차트 역주행 신화를 쓴 ‘비도 오고 그래서’가 이 부분이 아주 잘 어필된 곡으로 볼 수 있다.
<She’s Fine>에서도 헤이즈는 지금까지 보여준 캐릭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예외가 있다면 “힘들어도 너 알 바는 아냐”라고 말하는 ‘She’s Fine’, 과도한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숨고 싶어요’ 등 셀럽이 느끼는 부담감을 드러내는 곡 정도다. 그밖엔 차분한 분위기로 이별과 애틋함을 노래하는 전형적인 가요속 여성상을 재탕하는 데 그친다.
그러다보니 헤이즈의 앨범에서는 싱글단위로 들을 땐 크게 느껴지지 않던 아킬레스건이 드러난다. 앞서 말했듯이 헤이즈가 내세우는 캐릭터는 이미 사골 우리듯 자주 소모된 컨셉이기 때문에 오래 듣다 보면 동어 반복처럼 느껴지기 쉽다. 작품단위, 즉 정규로 앨범을 내려는 가수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아닐 수 없다. 지루함을 덜어주던 독특한 톤과 랩도 통상적으로 3~40분 동안 이어지면 ‘약발’이 다하고 마는 것이다.
본인도 그 한계를 인지한 듯 이번 앨범에서 헤이즈는 짧은 러닝타임과 다양한 피처링으로 단조로움을 메꾸려 애쓴다. <She’s Fine> 수록곡은 대부분이 짧게 듣기 좋은 3분짜리이며, 트랙수 역시 11곡으로 앨범이 지루해질 때쯤 적절히 마무리해준다. 피쳐링으로 앨범에 참여한 사이먼 도미닉(Simon Dominic)등 여섯 아티스트 역시 단조로움 타파라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본인 바이브가 워낙 강해 가요랩을 소화하자니 오히려 매력이 죽어버린 나플라(Nafla)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기대치만큼은 해주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She’s Fine>은 무난히 즐길 수 있는 평작에는 도달했다. 여전히 지루한 감이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강점은 살리고 약점은 최대한 커버한 작품이라 말하고 싶다. 음악적으로 대단히 높은 점수를 주진 못할지언정, <She’s Fine>은 헤이즈라는 가수가 가진 매력을 어필하는 데는 충분한 작품이었다.
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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