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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태지 – Tai Ji(Ultramania)
    리뷰/국내 2018. 12. 29. 05:59

    Written By 유하람 



    Seo Tae Ji - Tae Ji(2000)

    Seoul, Korea/Nu Metal


    서태지에겐 ‘문화 대통령’이라는 칭호가 늘 따라다닌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그는 본인 말마따나 ‘문익점’에 가까웠다. ‘서태지 신화’의 근간은 다양한 해외 대중문화를 한국에서 구현해 흥행시켰다는 데 있었고, 본인 역시 이를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6집 <Tai Ji>는 이 ‘문화 이식 프로젝트’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본작에서 그는 뉴메탈이라는 한국에서 다소 생소한 장르를 구현했다.

     

    뉴메탈은 얼터너티브 메탈과 힙합 리듬이 결합된 크로스오버 사조로, 90년대 중후반 대중음악 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 중에서도 밴드 콘(Korn)은 장르를 제시하고 흥행을 견인하는 활약을 펼쳤는데, 서태지는 그들의 초창기 스타일을 적극 차용했다. 보컬 스타일부터 절그럭거리는 베이스 소리, 음산하고 긴장감 넘치는 기타라인, 드레드와 점프수트, 기타리스트-베이시스트의 90도로 숙인 채 들썩이는 퍼포먼스까지 영향 받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다.

     

    콘 스타일을 디테일하게 흡수한 서태지는 이를 밀도 있게 개량하는데 성공한다. “한국에선 우리가 먼저 시도한 음악”이라는 일부 하드코어 밴드들의 태클을 무색케할 만큼 완성도가 높다. 특히 ‘컴백홈’ 때부터 익혔던 높은 음으로 배배 꼬는 창법은 독특하면서도 뉴메탈이란 장르에 제법 멋들어지게 어울린다. 또 다른 대형 뉴메탈 밴드 림프 비즈킷(Limp Bizkit)이 내한 당시 “정말 독창성 있는 목소리”라고 칭찬했을 정도였다.

     

    물론 감상을 방해하는 요소가 몇 있긴 하다. 90년대 래퍼 특유의 문맥파괴 끝말 맞추기식 라이밍과 심각하게 떨어지는 딜리버리는 사회비판이라는 주제의식을 민망하게 만든다. ‘오렌지’는 첫 소절부터 “당시 뭐가 뭔지 난 인지조차 못한 무지”는 어색한 라임을 너무나 정직한 강세로 꾹꾹 눌러 담았다. ‘ㄱ나니’는 사운드 구현에 치중해 발음을 너무 왜곡시킨 나머지 알아듣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본작이 가지는 매력은 쉽게 꺾이지 않는다. ‘인터넷 전쟁’과 ‘울트라맨이야’에서 보여주는 폭발력은 누가 들어도 화끈하며, 수준 높은 세션은 지금 들어도 귀가 즐겁다. 당시 평단에서는 ‘대중성을 배격한 예술음악 작품’이라는 반쪽짜리 찬사를 보냈는데, 서태지는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발매 당일에만 90만 장을 팔아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퀄리티가 좋다고 차트인이 되지는 않는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뒤집을 만큼 강력한 ‘한 방’이 있었다하겠다.

     

    <Tai Ji>의 의의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아무리 콘크리트 팬덤이 두텁다 해도 그 누가 MBC 음악캠프에서 관중이 스크리밍 파트를 따라 부르고 몸을 부딪히는 슬램(Slam)을 하는 장면을 만들 수 있겠는가. <Tai Ji>는 장르 문화가 거의 궤멸하다시피 한 한국에서도 음악만으로 대중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 아주 통쾌한 앨범이었다.



    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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