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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ring Me The Horizon – Wonderful Life
    리뷰/해외 2018. 12. 31. 00:00

    Written by 유하람

     


    Bring Me The Horizon – Wonderful Life(2018)
    Sheffield, England/Alternative Rock, Pop Rock

     

    형편 없다. 브링 미 더 호라이즌(이하 BMTH)의 정체성은 완전히 사라졌다. 얼터너티브 록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어중간한 팝록 밴드 하나만이 남았을 뿐이다. 정규 6집 <Amo> 첫 선공개 싱글 ‘Mantra’ 때 느껴진 불안감은 후속 발표한 이번 싱글 ‘Wonderful Life’에서 거의 확신이 됐다. 무려 심포닉 블랙메탈의 거장 대니 필스(Danny Filth)까지 불러와서 보여준다는 게 이런 이도저도 아닌 팝록이라니.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2006년 데뷔 당시 BMTH는 날카로운 스크리밍을 자랑하는 보컬 올리버 사익스(Oliver Sykes)를 앞세워 질주하는 데스코어 밴드였다. 이후 3집까지 일반적인 메탈코어쪽으로 노선을 돌렸으며, 4집부터는 팝 멜로디를 접목한 대중적 사운드를 추구하기 시작했다. 2015년 발표한 5집 <That’s The Spirit>에 들어서는 완전한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 전환했다.

     

    보통 매니악한 장르의 밴드가 이 정도로 지향하는 음악이 바뀌었으면 ‘변절자’ 소리 듣고 외면 받는 일이 부지기수다. 대중성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처음에 보여주던 강렬한 개성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충성도 높은 팬덤으로 유명한 린킨 파크(Linkin Park)조차 팝 노선을 타면서부터는 초기 코어팬들에게 좋은 소리를 못 들었다.

     

    그럼에도 BMTH만큼은 그동안 기존 팬덤을 유지하면서도 유입 팬덤을 포용하며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차트 성적이냐 음악성이냐’하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완전히 다른 곳에서 자기 영역을 구축했기 때문이다. BMTH는 비교적 말랑한 얼터너티브 록으로 갈아타면서도 스피릿이라는 새로운 개성 포인트를 구축했다. 이는 신구 팬덤 모두가 만족할 중립지대였고, 덕분에 BMTH는 밴드 음악 자체가 하락세인 시대에도 차트 성적과 앨범 판매량을 차근차근 높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Throne’으로 대표되는 BMTH표 스피릿이 이번 싱글에서는 진부한 팝록 전개에 파묻혀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망가졌다. 올리버의 목소리에서 흔적으로나마 스피릿을 찾아볼 수 있을 뿐, 멜로디부터 곡전개까지 대부분이 클리셰에 의존하고 있다. 한 번 질러주고 무난한 기타리프 위에 조용히 읊조리는 패턴은 신박할 만큼 진부하다. 그 와중에 기존 팬덤을 의식한 색다를 것 없는 메탈 사운드 양념은 BMTH가 완전히 방향성을 잃어버렸음을 직감하게 한다.

     

    ‘Mantra’도 ‘Mantra’였지만 이번 ‘Wonderful Life’는 더 심각하다. 얼핏보면 로우파이한 찢어지는 믹싱 등 뭔가 더 많은 시도를 하긴 했지만 후반부에서 밀려오는 실망감은 그를 무색케한다. 깩깩대는 샤우팅과 스크리밍으로 유명한 뱀파이어 캐릭터 대니를 데려다가 속삭임이나 시키는 대목에서는 ‘이럴 거면 대니는 왜 부른 거냐?’는 물음표가 자연스레 붙는다. 화려한 이펙트가 되야 할 관악기가 어색하게 얹히는 건 덤이다.

     

    기타 키를 낮추는 등 나름대로 헤비한 맛을 내려고는 하지만 이마저도 진부한 큰 그림과 불협화음을 일으키며 거슬리는 소리를 만든다. 팝록 클리셰 덩어리에 디스토션 좀 건다고 메탈이 될 리가 없을 뿐더러, 차라리 완전히 옛날 사운드를 잊어버리고 팝록에 충실하는 게 나을 뻔했다는 생각까지 든다. 한마디로 말해 총체적 난국이다.

     

    아직 BMTH가 끝장났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선공개곡이 속된 말로 ‘구려도’ 앨범에서 뒤집는 경우도 없지 않고, 아직 앨범 발매가 2달 이상 남은 상황이니 뭔가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전조가 너무 좋지 않다. ‘Mantra’에 이은 ‘Wonderful Life’의 충격은 진지하게 BMTH가 아이디어가 고갈된 밴드가 됐을 수도 있다는 불안한 예감을 확신까지 끌어왔다.

     


    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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