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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lipknot – All Out Life
    리뷰/해외 2018. 12. 31. 00:00

    Written By 유하람

     


    Slipknot – All Out Life(Single, 2018)
    Des Moines, U.S./Nu Metal

     

    슬립낫(Slipknot)이 기지개를 편다. 정규 5집 <.5: The Gray Chapter> 이후 앨범 수록곡만 싱글컷할 뿐 장장 4년 간 소식이 없던 그들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출발이 좋다. 세션부터 보컬까지 독이 바짝 올라있다. 아직 다음 앨범 수록곡인지 일회성 싱글인지도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단 슬립낫이 이렇게 건재한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사실 자체가 반갑다.

     

    일단 곡에 대한 설명을 하기 전에 분명히 해야할 점이 있다. 그들은 보컬 코리 테일러(Corey Taylor)가 멀쩡한 목으로 가장 과격한 사운드를 소화하던 1, 2집 시절부터, 굉장히 흥겨운 사운드를 구사하던 대중적인 밴드라는 사실이다. 고어틱한 분장은 제쳐놓고 음악만 들어보자. 신나는 기타리프에 청량한 퍼커션과 질주하는 드럼까지. 북미식 ‘파티 메탈’이 있다면 아마 이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나마 5집에서 약물 중독으로 사망한 前 베이시스트 폴 그레이(Paul Grey) 추모하느라 분위기가 가라앉았을 뿐이다.

     

    그리고 슬립낫은 이번에 공개한 싱글, ‘All Out Life’에서 5집 시절 잔뜩 참았던 흥을 폭발시킨다. 기타리프는 전과 비교했을 때 밑도 끝도 없이 흥겹다. 그나마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던 퍼커션도, 시원하게 내달리는 드럼을 뒷받침하는 선으로 빠진다. 발성 교정 후 목소리를 되찾은 보컬 코리도 이젠 확실히 안정감이 생긴듯 초기작처럼 ‘빡세게’ 질러댄다.

     

    그리고 이 모든 파트는 20년 경력을 날로 먹지 않았다 증명하듯, 슬립낫의 색을 유지하면서도 신선하게 전개된다. 큰 축을 차지하는 과격한 에너지와 고압적인 분위기는 여전히 슬립낫이다. 여기에 긴장감을 조성하는 신디사이저로 시작해 기타리프로 교차 페이드인/아웃되는 인트로나, 연설 형태의 나레이션 삽입 등 새로운 시도가 더해진다. 날이 바짝 선 연주 위에서 펼쳐지는 온고이지신의 퍼포먼스는 슬립낫이 왜 숱한 뉴메탈 밴드가 반짝하고 사라질 때 꿋꿋이 살아있는지 증명하는 듯하다.

     

    아닌 게 아니라 화자인 코리는 직접 가사에서 이 같은 자신감을 드러낸다. 후렴에서 그는 “낡은 게 죽었다는 뜻이 아니고, 새로운 게 최고란 뜻은 아니다(Old does not mean dead, New does not mean best)”라며 “너흰 내게 어떤 의미도 없다/우린 너희와 같은 종이 아니다(Yours does not mean mine/We are not your kind)”라고 외친다. 납득할 수밖에 없는 자신감이고 스웩이다. 후반부 브릿지에서 “We are not your kind”를 몇 번이고 반복할 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슬립낫은 분명 굴곡이 있는 밴드다. 데뷔 19년차 밴드가 왜 디스코그래피에 정규 다섯 장 밖에 없을지 생각해보자. 2004년 발매한 3집 이후 슬립낫은 한 번 한 번 뭉치기 힘든 밴드가 됐다. 음악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위기가 연달아 찾아왔다. 프론트맨 코리의 목이 맛이 갔을 땐 좋은 작품을 내고도 음악이 말랑해졌다고 욕을 먹었다. 폴 그레이는 죽었고 밴드의 속도감을 담당했던 드러머 조이 조디슨(Joy Jordison)은 병으로 밴드를 이탈했다. 이때만 해도 평단엔 슬립낫이 전 같은 위용을 내지 못하리라는 비관론마저 돌았다.

     

    그러나 슬립낫은 돌아왔다. 그것도 아주 건재한 모습으로. 동시대 전성기를 누리던 뉴메탈 밴드가 하나 같이 스러져 갈 때, 그들은 또 한 발짝 나아가 생존을 신고했다. 십수년 간 균일한 퀄리티의 작품으로 빌보드 정상을 호령하던 디스터브드(Disturbed)마저 주춤한 이때, 그들의 복귀는 너무나도 반갑다.

     

    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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