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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dle of Filth – Cryptoriana–The Seductiveness of Decay리뷰/해외 2018. 12. 31. 00:00
Written by 유하람
Cradle of Filth – Cryptoriana–The Seductiveness of Decay(2017)
Suffolk, England/Symphonic Black Metal, Extreme Metal‘전설’, ‘명작’, ‘부활’ 얼마나 멋진 말들인가. 이는 각각 대중문화에서 정말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올랐을 때, 그것을 작품으로 증명했을 때, 그리고 긴 침체기 끝에 다시 이름값을 증명했을 때 받는 묵직한 타이틀이다. 그리고 크래들 오브 필쓰(Cradle of Filth, 이하 COF)의 <Cryptoriana–The Seductiveness of Decay>(이하 Cryptoriana)는 전설의 부활을 알리는 명작이라 감히 말할 수 있다.
COF는 1991년 영국 서포크에서 결성된 심포닉 블랙메탈 밴드로, 블랙메탈을 포함해 가장 ‘빡센’ 메탈을 아우르는 익스트림 메탈씬에서 손꼽히는 강자였다. 초음파에 가까운 고음과 스크리밍을 질러대는 보컬 대니 필스(Dani Filth)를 필두로 펼치는 퍼포먼스는 결점을 찾기 어려웠다. 1998년 런던 아스토리아에서 펼친 라이브는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다. 초기작 이후엔 여성보컬과 심포니 편곡으로 서정성을 가미해 세계 각국 앨범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마니아 문화라는 한계도 일부 극복했다.
하지만 차트 성적과 별개로 COF 커리어에 있어 2000년 작 4집 <Midian> 이후로는 그야말로 암흑기였다. 가장 큰 원인은 보컬의 기량 저하였다. 익스트림 메탈 보컬은 목을 ‘갈아 넣는’ 창법 때문에 수명이 짧은 편이다. 강철만 같던 필스의 성대도 예외는 아니었다. 고음을 내려면 온 몸으로 짜내야 할 지경에 이르렀고 따라서 호흡은 눈에 띄게 짧아졌다. 세션은 세션대로 보컬에 맞춰 빡센 사운드를 벗어나는 과정에서 창의력을 잃고 진부해졌다. 2012년 발매한 컴필레이션 앨범 <Midnight in the Labyrinth>에서는 밑도 끝도 없는 오케스트라 편곡으로 ‘올해의 웃음 후보’라는 조롱까지 당했다.
올해 9월 정규 12집 <Cryptoriana>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이어진 시큰둥한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실망도 하루 이틀, 벌써 18년 째 폼을 찾지 못하는 ‘퇴물’에게 기대를 거는 사람은 사실상 없었다. 그러나 막상 앨범이 공개되자 영영 땅 속에 묻혀있을 줄 알았던 COF는 관짝을 부수고 나오는 데 성공했다. 본작에서 COF는 세션부터 보컬까지 전성기 퍼포먼스를 고스란히 재현했는데, 특히 대니 필스는 소모품인 성대가 이렇게까지 회복될 수 있다는 데 경외감이 들만큼 목소리를 되찾았다.
또한 분명한 킬링포인트도 눈에 띈다. 익스트림 메탈은 극단적으로 내달리는 장르 특성상 강렬하지만 그만큼 한 곡 안에서도 질리기 쉬운 편이다. 하지만 COF는 적절히 분위기를 환기하며 질주하는 와중에도 완급조절을 적절히 해낸다. ‘Wester Vespertine’의 연달은 변주, ‘Vengeful Spirit’ 기타 솔로, ‘The Night at Catafalque Manor’의 속삭임 후 쏟아지는 드럼 연타에서는 그 분위기 연출력에 절로 감탄이 나온다. 덕분에 <Cryptoriana>는 평균 7분에 이르는 대곡의 향연에도 지루할 틈을 찾기 어렵다.
<Cryptoriana>에서 COF가 거둔 성과는 분명하다. 우선 버릴 곡이 하나 없을 만큼 작품으로 너무나 완벽했다. 질주하는 세션, 돌고래처럼 깩깩대는 보컬, 웅장한 사운드 연출까지 지금이 전성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또한 COF는 이를 통해 안 그래도 작고 좁은데 수축해가는 익스트림 메탈에 큰 형님이 돌아왔다는 큰 안도감을 선사한다. 15년을 혁신에 혁신으로 거듭하던 베히모스(Behemoth)마저도 주춤한 이 때, COF의 부활은 한 줄기 빛과도 같다.
설레발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장장 20여 년간 암흑기를 보낸 밴드가 좋은 앨범 하나 낸 것치곤 과분한 반응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본작은 근래 발표된 앨범 중 손에 꼽을 만큼 탁월한 퀄리티를 자랑하며, 그 주인공이 옛 전설이라는 점에서 감흥이 남다르다. <Cryptoriana>는 분명 향후 몇 년은 곱씹을만한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다.
9.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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