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몬스터즈 다이브(Monsters Dive) - Arsonist리뷰/국내 2019. 11. 5. 09:05
Written By 유하람 Monsters Dive - Arsonist(2019) Korea, Post Hardcore/Nu Metal 한국 대중음악사를 통틀어도 랩과 록에 모두 충실한 트랙은 몇 되지 않는다. 랩을 잘한다 싶으면 일렉기타만 적당히 가져다 사용하고, 록 바이브가 탄탄하면 랩이 영 부실한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몬스터즈 다이브(Monsters Dive)의 ‘Arsonist’는 이런 제대로 된 랩록에 대한 오랜 갈증을 어느 정도 풀어주는 트랙이었다. 조합부터가 눈에 띈다. 하드코어 펑크와 하드코어 힙합이 만났다. 어디서든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직선적으로 질러대는 프론트맨 추연식의 보컬은 긁는 톤으로 음절을 빼곡히 채우는 헝거노마(Hunger Noma) 랩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랩벌스와 ..
-
흠 - Autism리뷰/국내 2019. 10. 7. 18:48
Written By 유하람 흠 - Autism(2019) Korea, Abstract Hip-Hop 앱스트랙, 또는 익스페리멘탈이라 불리는 사조는 한국힙합에서 더는 낯설지 않다. 2016년 XXX가 발표한 문제작 는 이 장르의 존재를 국내에 각인시켰고, 이후 사운드클라우드 등지에서는 심심찮게 비슷한 음악을 찾아볼 수 있었다. 래퍼 이도 더 나블라와 프로듀서 자신(Jasin)으로 구성된 힙합듀오 흠 역시 데뷔 EP 으로 이 흐름에 동참했다. 다섯 트랙으로 구성된 은 XXX가 보여준 방법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심술궂은 하이톤 랩부터 부분부분 로파이하게 찢어놓은 믹싱, 퍼지는 드럼 소리, 비틀렸지만 깔끔한 전자음, 프로듀서의 적극적인 개입까지. 흠은 여기에 종말론을 차용해 시쳇말로 ‘우주적’인 사운드와 단어..
-
Nuclear Idiots - ANTI:SOCIETY리뷰/국내 2019. 9. 15. 18:46
Written By 유하람 Nuclear Idiots - ANTI:SOCIETY(2019) Korea, Nu Metal/Mixture Rock 뉴클리어 이디엇츠(이하 NI)는 뉴메탈 밴드다. 적당히 기타도 있고 랩도 있으니 뉴메탈이 아니라, 2000년대 초중반 정립된 교과서적인 뉴메탈을 잘 알고 잘한다. 여러 시도가 잘 안 돼서 정석에 충실했더니 팬 페이보릿 곡으로 뽑혔다는 ‘Geisha(Remix)’가 아주 좋은 예다. 그리고 정규 1집 에서는 자기 스타일까지 확실히 굳히는 데 성공했다. 밑그림은 리더 전금용이 그렸다. 본래 전금용은 헤비니스 장르 기타치고 상당히 가벼운 음색을 구현한다. 디스토션을 걸더라도 음정을 알아들을 수 있는 선에서 그친다. 기타가 무겁게 찍어누르지 않기 때문에 사운드에는 공간감..
-
MUNCHEESE - You Had To Be There(2019)리뷰/국내 2019. 4. 22. 16:39
MUNCHEESE - You Had To Be There(2019) Korea, Rap/Hip-Hop 합작이 어려운 이유는 다른 게 아니다. 전혀 색이 다른 두 아티스트가 한 트랙에서 모두 돋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화지(Hwaji)와 우탄(WUTAN)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통과 함께 야심차게 시작한 프로젝트 그룹 먼치즈(MUNCHEESE) 역시 같은 숙제를 안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2월 25일 첫 선을 보인 EP 는 절반의 성공으로 남았다. 화지(Hwaji)야 데뷔작 부터 막강한 작품성으로 인정받는 아티스트였고, 우탄(WUTAN)은 우탄대로 2집 으로 밋밋하다는 꼬리표를 떨쳐내며 세련미를 인정받은 래퍼다. 기복 없이 계단을 밟아나가는 두 뮤지션이 만난 대로 본작은 곡 단위에선 큰 단점을 찾기가 어렵다...
-
Heize - She’s Fine리뷰/국내 2019. 4. 16. 19:15
Written By 유하람 Heize - She’s Fine(2019) Korea, Pop 창의력은 분명 예술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때론 클리셰를 잘 소화하기만 해도 충분한 매력이 되곤 한다. 한국의 ‘젊은 친구들’ 중에서는 헤이즈(Heize)가 좋은 예다. 헤이즈는 발라드, 홍대 인디 감성과 통칭 ‘가요랩’이라는 뻔한 재료를 가지고 확실한 자기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달 19일 발매한 정규 1집 은 이런 헤이즈의 정체성을 재차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었다. 헤이즈는 ‘비련의 여주인공’을 연기하는 데 아주 능하다. 굉장히 흔한 컨셉이지만 헤이즈는 힙합 리듬 도입과 묘기에 가까울 정도로 높은 톤으로 ‘뻔함’을 어느 정도 덜어낸다. 익숙한 감성에 특이한 양념이 얹히자 대중은 열광했다. 차트 역..
-
While She Sleeps - So What?리뷰/해외 2019. 3. 19. 11:15
Written By 유하람 While She Sleeps - So What?(2019)Sheffield, England/Metalcore, Nu Metal 단언컨대 현 시점에서 모던 헤비니스 최고의 밴드는 와일 쉬 슬립스(While She Sleeps, 이하 WSS)다. 쉽게 말해 킬스위치 인게이지(Killswitch Engage, 이하 KSE)와 콘(Korn)의 그늘을 장르 사상 최초로 벗어난 밴드다. 다른 말로는 진부해질 대로 진부해진 메탈코어와 뉴메탈에 새로운 정석을 제시하고 사운드를 선도하는 유일무이한 그룹이라 하겠다. WSS는 지난 1일 발매한 정규 4집 에서 그들이 개척한 신대륙에서 한발짝을 더 내딛었다. 모든 구성원이 사운드로 절묘하게 줄타기를 한다는 큰 가닥은 전작 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창모 – 닿는 순간리뷰/국내 2019. 3. 15. 02:46
Written By Xxiyeon CHANGMO – 닿는 순간(2018)Korea, Rap/Hip-Hop 창모는 지난 달 본인의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에서 본인의 앨범 이 2019한국힙합어워드 수상후보로도 선정되지 않았음에 큰 불만을 표했다. 라이브 방송 중 창모는 이번 앨범에 강한 자신감을 표했기에, 듣는 입장에서도 해당 앨범의 완성도에 대해 궁금증이 생겨 개별 트랙이 아닌 앨범 전체에 집중해 들어보게 됐다. ‘닿는 순간’이라는 앨범 제목과 같이 창모는 본인이 꿈꿔왔던 꿈과 닿게 된다. 하지만 자신이 바라왔던 것들을 마주함과 동시에 허무함과 과거에 대한 상실감을 느낀다. 이런 ‘닿는 순간’이라는 시간이 가진 양면적 상황은 성공에 대한 회의감을 다룬 빈스 스테이플스(Vince Staples)의 2집을 떠..